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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May 04. 2022

감히 절필(絕筆)을 꿈꾸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박한 꿈을 향해 다시 자판을 두드린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불현듯 제목이 생각나 글쓰기를 시작하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글감으로 시작해 글을 완성하고 제목을 뽑는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제목이 떠올라 글을 쓰는 방식이 더 잘 맞는 듯하다.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발행되지 못한 글의 개수만 두고 보면, 베스트셀러 작가 못지않지만 요즘 발행을 누르기 망설여진지 오래다.


'세상에 완벽한 글은 없다'. 

유시민 작가는 '표현의 기술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주어와 동사, 수식어, 접속사, 동어반복 언어들이 적절하게 쓰이지 못해 단어들이 문장 안에서 방황하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글쓰기를 하다 보면, 정해진 해답처럼 글 속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들, 풍부하지 못한 문장로 가득 찬 글을 읽게 된다. 그럴 땐 이미 시작부터 한계점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 같아 더 힘들고 고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글을 안 쓸 땐 책을 읽는데, 오랜만에 다시 꺼내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으니 한 숨이 깊어졌다. 감히 비교대상이 되지 못하겠지만 선생님의 책을 읽고 나면 늘 좋았다. 그저 담백하게 '좋았다'는 기분이 든다.

좋았다는 감정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읽는 시간도 좋았고, 문장에 쓰이는 단어, 문체들이  때론 차갑고 따듯하며, 위로가 된다. 특히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감정들이 담긴 문장을 읽고 있으면 무릎을 탁~치게 만든다. 


나에게 글쓰는 목표가  등단을 하거나, 출판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일에 뭔가 완성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해왔다. 하지만 글을 쓰며 개인적인 사생활을 너무 많이 드러내는 건 아닐까? 상대방이 알고 있는 기존의 내 이미지와 다른 내 속내를 들키진 않을까? 소설이 아닌이상 더 조심스럽고,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여지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오랫동안 글을 발행하지 않으면 브런치에서 알림이 온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은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글을 발행하고 나서 울리는 알림은 반갑고 설렌다. 구독, 라이킷을 누군가 눌러주었구나 보지 않고 소리만으로 씽끗 웃는다. 한참 글을 쓰지 못하고 있을 땐 브런치 알람 소리는 원고 독촉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 또 오랫동안 글을 안 썼구나'자책과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다가오기도 한다. 


어느덧 감사하게 구독자가 90명이 되었다. 올해 목표가 100명의 구독자인데, 목표를 세웠으면 구체적으로 실천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주 1회 글쓰기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지 오래이고, 점점 글쓰기가 쓸수록 더 어렵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글을 좀 씁니다. 제가 브런치 작가예요.'라고 말해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운 좋게 작가가 되었지만 글을 잘 쓴다거나, 감동적이거나,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히 절필을 꿈꾼 날들도 있었다.


이럴때 가장 좋은 처방전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글을 쓰며 나를 위로했고, 치유했다. 그리고 그냥 글 쓰는 일이 좋았던 날들을 회상해 본다. 전공과 직업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그저 좋았던 적이 있었다. 어제 브런치로부터 알람을 받으면서 절필은 유명 작가나 하는 거지 하며 웃었다. 그 후의 알람이 구독자가 한 명이 늘었고, 글에서 위로가 된다는 그 한마디에 혼자서지만 유난 떨었던 절필이라는 말은 쉽게 입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어느날은 일기처럼 유치하거나, 이런 글은 나도 쓰겠네라는 생각이 든 글일지라도 나의 글을 읽고 누군가 잠시 미소를 짓거나, 위로받을 수 있는 것 만으로 감사하자. 이제 작가의 서랍에 오래 갇혀 있는 글들이 세상으로 나올 기회 줘야 겠다.  좀 더 부지런 떨며 다시 글쓰는 즐거움을 되찾을 시기가 됐다. 

김호연 작가의 글 처럼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쓰다 보면, 소소한 계획들이 멋지게 이루어져, 언젠가  감히 나라는 사람도 절필을 꿈꿀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우리는 어제를 고쳐 오늘을 살고 오늘은 고쳐 내일이란 시간을 쓴다. 매일 지면서 계속 사는 삶의 숭고함에 비하면 글쓰기의 실패는 미미한 일과에 지나지 않았다.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_김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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