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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Jul 18. 2022

안봐야 안산다. 과감하게 삭제하기

생활비 압박에서 벗어나보자!

몇 해 전 집안 물건 반이 나간 일이 있었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매일 버리니 남편과 아이들은 자기네도 버리는 거 아니냐는 농담도 했었다. 한때 미니멀라이프에 꽂혀 사람 빼고 매일 버리던 날들이 있었다.

고백하자면 소비를 즐겨하고, 신상에 관심이 많으며, 생활의 불편한걸 잘 참지 못한다. 아마 경제적으로 많은 여유가 있었다면 우리집은 온갖 물건으로 가득차 있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어느정도 버린 이후 우리 집은 약간의 미니멀이 되긴 했다. 물건이 많지 않으니 집은 늘 정리되어 있었고, 큰 물건 들일때  깊게 고민하고 잘 들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집에 방문하면 늘 깨끗하다고들 한다. 청소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집을 채우지 말자 노력하는 바 조금 휑한 느낌이 날 수는 있겠다. 현재 우리 집은 내가 가진 물욕에 비하면 미니멀하다고 당당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남들 있는 건 다 있고, 남들 없는 것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우연히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서  어떤 사람의 피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피드를 몇개 보면서 그동안 참 쓸데없는 많이 소비하고, 많이 먹고 살았네 싶었다. 어찌 보면 추레하다고, 그렇게까지 누추하게 살고 싶진 않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 팔로워가 4.3만인걸 보면 사람들 마음속에는  어느정도 그런 삶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오래전 부터 매일 가계부를 쓰고 있지만 생활비를 줄이기 위한 가계부가 아니었다. 주별 예산을 세우고 구멍 나지 않기 위해 간단 간당 목표 금액에 맞춰 살아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껴 쓴다 치고 주별 예산을 줄여봤지만, 결론은 예산보다 많이 사용한 주가 더 많았다. 구멍은 주로 그동안 생활비 모아둔 돈이나 소소히 외부 수입으로 들어오는 돈으로 보태곤 했다. 그래도 남편에게 생활비 더 달라고 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스스로 칭찬한 적도 있었다.

몇 해 전에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어 남편에게 추가 생활비를 요청한 시기도 있었는데 그 이후 정말 다신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한 후 그런 일은 또 생기진 않았다. 남편은 평소에 생활비를 아껴 쓴 게 있으니 아무 말 없이 채워 주었지만 많이 미안했고, 창피했다. 일할 때는 같은 직종의 사람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주말마다 백화점 백 바퀴 돌고 살 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생활비 구멍날까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둘 때, 언니의 한마디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관두고 다 좋은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많이 힘들 거야" 그 말을 매일 체감한다. 그래도 직장을 관둔 건 후회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이미 노력하는 걸 봐선 후회하는지도 모르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그래도 5인 가족생활 치고는 많이 절약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나 보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그 사람의 기준에 우리 가족을 다 맞출 순 없겠지만, 확실히 쓸데없이 많이 사고 산건 인정하고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주변에 생활비 따윈 신경도 안쓰고 사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카드로 쓰면 남편이 말없이 처리해주는 사람도 있고, 시댁과 친정의 찬조금으로 매달 넉넉히 쓰는 친구들도 많다. 이들 처럼 생활비 고민없이 생활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기겠지?


반성한 김에 실천해 보자 싶어 생활비 해방 일지를 한번 써보자. 이제 좀 추레하고 짠순이 처럼 살아볼까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까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현재 생활비를 조금 더 잘 조정해서 사용한다면 생활비 압박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도, 앞으로 노후도, 매달 생활비 부족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먼저,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되었으니,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없애야겠다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공구하는 팔로워, 물건을 파는 팔로워는 정말 필요한 몇몇을 제외하고 모두 과감하게 언팔로우를 했다. 공구하는 피드르 보면 생각지도 않은 물건에 대한 구매욕이 활활 타오르니, 일단 안 봐야 안 산다. 홈쇼핑도 이런 이유에서 끊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뭘 사고 있을 줄이야!! 10년동안사고 버린 살림이니 이미 집에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으니 앞으로 더 살건 없겠지?

다음으로는 온라인 가계부에서 수기 가계부로 갈아타야겠다.  온라인으로 쓰다 보니 약간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냥 쓰니까 적어낸다의 느낌이 있다. 수기로 써서 매일 눈을 부릅뜨고 보고 어떤 항목을 더 아낄 수 있을지 반성도하고, 고민도 할겸 써 봐야겠다. 일단 생각나는 건 실행에 옮겼으니 좀 더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이런 고민의 이유는 단순히 인스타에서 본 그 사람 때문은 아니다. 계속 생활비를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고, 최근 집안 경제에 전반적으로 수정할 사항이 생기긴 했다. 최근 어머님이 요양원에 입소하시면서 한 달에 80만 원이라는 요양원 비용을 매달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남편 혼자 외벌이에 이렇다 할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한참 학령기니 이제 마이너스의 삶이 걱정이다.


이제 문제점을 수면 위로 내 보였으니, 생활을 하나씩 점검해 가며 수정하고 실천해 나가자. 시작이 반이고, 이제 시작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언젠간 내게 주어진 생활비가 남고 남아 생활비 압박에서 자유롭고 딴주머니라도 찰 수 있는 기쁨과 희망을 가져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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