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허니문에 이어 이번 하와이 여행이 두 번째이다. 미국령인 괌도 무비자이니 하와이도 무비자로 생각해서 아무 때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답은 아니다.
하와이를 가려면 첫 번째로 ESTA비자를 꼭 발급받아야 한다. ESTA는 미국의 비자 면제국에 해당하는 국가의 국민이 비즈니스나 관광 목적으로 90일 이내의 짧은 기간 동안 미국을 방문하는 경우 사용하는 '비자 면제 허가서'이다.
여행비자가 아닌 '전자여행 허가서'이기 때문에 없으면 하와이를 들어갈 수가 없다. 실제 주변인 중에서 하와이 항공권과 숙소, 렌트만 예약해 두고 인천공항에 가서야 이스타 비자의 존재를 알고 하와이를 가지 못한 경우도 있으니 하와이를 여행하려면 꼭 이스타 비자부터 발급받자. EST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여권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간단하게 발급 가능한데 1인당 21불의 비용이 든다.
하와이 자동차 번호판에는 무지개가 떠 있다. ALOHA STATE
두 번째는 렌트와 숙박예약이다. 하와이 본토인 오아후만 갈 경우도 그렇지만 빅 아일랜드나 다른 섬으로 이동이 계획되어 있다면 꼭렌트와 숙박을 일찍부터 예약해야 한다. 나의 경우 본섬에서 빅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짐 붙일 시간을 고려해 3시간 텀을 두고 예약을 했고 덕분에 오아후 공항에서 대기 시간이 길지 않게 짐만 다시 주내선 비행기에 싣고 들어가서 렌터카 찾는 것만 신경 썼다.
빅 아일랜드를 여행할 경우 렌트는 꼭 JEEP로 빌릴 것. 가로등이 없는 하와이는 산 길을 운전할 때 상향등을 켠다. 지형 특성상 Jeep가 운전하기 훨씬 편하다. 마우나케아 천문대는 Jeep가 아니면 갈 수 없다.
여행 일정이 일주일 이상이면 호텔보다 취사가 가능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추천한다. 현지에서 장 봐서 먹는 재미가 더해져 여행이 한층 풍부해진다.
하와이 본섬인 오아후와 주변 섬들
하와이도 허니문으로 유명한데 그 주변 섬들인 빅 아일랜드, 카우아이, 오아후, 몰로카이, 라나이, 마우이 등 6 개의 주요 섬도 허니무너와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억눌려있던 여행수요가 폭발해서 관광객은 많고 선호하는 렌터카와 숙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자 발급 신청하면 바로 숙소와 렌터카부터 일찍 선점해 두어야 한다.
왼쪽_ 한국에서 구매한 빨랫줄 활용. 오른쪽_ 하와이 코스트코에서 산 컬클랜드 스무디 한박스. 아침식사 때 스무디로 먹거나 얼려서 아이스크림처럼 수영후에 먹어서 너무 잘 산 아이템
세 번째는 여행 준비물을 잘 챙겨야 한다. 개인적으로 오아후만 갈 것이 아닌 기타 섬으로 이동시에는 현지에 가서 준비하는 것은 비추한다. 섬이니만큼 숙소를 메인 지역에 예약하지 않은 이상 물건 하나 사러 여기저기 다니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필요한 걸 사려고 마켓에 갔는데 없는 경우도 있고 한국보다 품질이 낮은 것도 많았다. 로켓배송으로 하루 만에 배달이 오는 한국의 배달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에서 웬만한 준비물은 철저히 준비해 가기를 추천한다.
코스트코에서 스테이크 한 팩을 70불에 사서 한국 쌈장과 현지 바베큐 소스를 곁들여 3일 내내 구워먹었다.
스노클링과 서핑 등 한국에서 못 해본 것들 다 해보고 오는 알찬 여행이 되길 원한다면 되도록 하와이에 가서는 바나나보트 선크림과 멋지게 입을 수영복 정도 제외하고 한국에서 다 준비해서 오직 즐기자. 우리는 스노클링을 열흘 내내 했기에 집게가 달린 빨랫줄을 가져가서 매일 수영 후 요긴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현지음식을 다양하게 맛보려고 햇반은 두어 개만 챙겨갔는데 너무 후회했다. 코스트코에는 일본산 햇반을 박스단위로 팔고 일반 마트에는 우리나라 햇반처럼 맛있는 쌀로 만든 햇반이 없었다.
느끼한 음식을 주로 먹고 물놀이를 많이 하니 한식이 사이사이에 많이 그리웠다. 자칭 한식파에 여행 기간이 열흘 이상이라면 식품도 여유 있게 챙겨가기를 추천한다.
하와이 물가 & 팁 문화
오아후에서 빅아일랜드 공항에 내리자마자 출출해져서 공항 내 식당에서 피자 세 조각을 시켰다. 보기에 커 보이지만 손바닥만 한 작은 조각이다.(옆에 소스와 크기비교) 이렇게 세 조각과 사이다 500ml가 90불 나왔다. 하와이 물가에 놀람과 동시에 취사되는 에어비앤비 숙소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서비스가 별로인데 팁을 왜 주냐고 우리 집 꼬마들이 뭐라 뭐라 할 정도로 피자집 하와이안 아저씨의 서빙은 냅킨도 공중에서 던지다시피 피자도 테이블 끝에서 끝으로 휘리릭 날려서 주는 서비스를 시전 했다. 심지어 이전 사람들이 흘리고 간 부스러기를 닦아주지도 않고 냅킨을 주길래 닦아 주라고 했더니 손으로 휘휘 젓고 끝.
코로나 이후 동양인들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혹시 내가 동양인이라 이런 모욕을 당하나 싶어 서빙남에게 눈을 맞추고(파워 레이저 장착) 또박또박 영어로 "음료도 이렇게 주실 건가요?" 물어보았더니 갑자기 젠틀해지면서 음료는 날리지 않았다.
다른 백인들에게 서빙하는 것도 우리보다 덜했지만 비슷했다. 일이 하기 싫은가 하고 넘어가려다 하와이 여행 첫 시작부터 인종 차별 당한 찝찝함을 견딜 수 없어 구글로 식당 리뷰 검색해 보니 서비스 최악이라고 별점도 1개가 많았다. 음 나만 당한 건 아니구나.
미국에서 5년간 유학 생활을 했던 나도 이번 하와이 여행에서 황당했던 순간은 팁을 적을 때 미리 % 별 팁금액이 제시되어 있다는 것. 궁금했지만 아무도 설명을 제대로 못해주었다. 그저 동양인들이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팁을 적게 내서 이렇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Suggested Gratuity'
22%=
20%=
18%=
오랜만에 미국땅 밟았더니 팁을 이렇게 세 가지 중에 선택을 하게 해 놨더라? 팁은 서비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인데 내가 정해야지 왜 니들이 정해. 속에 있는 말이 나와버렸다. 팁 문화 잘 모르는 동양인들은 음식 포장해 가면서 식당에서 서비스받으며 먹는 사람들처럼 모르고 팁을 낼 수 있게 헷갈리게 해 놨다. 서비스가 별로면 15% 별도 체크해서 최소팁 주면 된다. 그 이하면 종업원이 쫓아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식 테이크아웃 할 때는 꼭 노팁 체크하기. 서비스 좋으면 내도 좋다. 팁 문화는 미국 내에서도 워낙 분분한 주제이니만큼 여행객은 서비스 봐가며 적당히 내면 되겠다.
그리고 나중에 오아후 한인식당 사장님께 하와이 물가가 왜 이렇게 올랐는지 여쭤봤더니 코로라 팬데믹 동안 하와이가 극심한 불경 기였어서 코로나 끝나자 그동안 벌지 못했던 소득을 한꺼번에 채우려고 단합해서 물가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2010년 허니문으로 남편과 왔던 하와이를 연말에 길게 휴가 못 내는 남편 없이 2023년에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왔다.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이제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