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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 Apr 16. 2022

누가 ‘우익’에게 무작정 돌을 던지냐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전술 비판에 대해

‘좌익ㆍ우익’은 정치, 사회에서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 축구에서도 ‘좌익ㆍ우익’이라는 용어가 쓰인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 감독은 "축구에는 좌익 축구와 우익 축구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사상과 전혀 관계없는 두 축구에는 여러 특징이 있다. 다만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 좌익 축구는 ‘공격 축구’, 우익 축구는 ‘수비 축구’이다. 이 개념을 빌리면 현대 축구에서 좌익ㆍ우익 전술 구사하는 대표 감독은 각각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이다.      


우익 전술을 사용하는 시메오네 감독은 자주 욕을 먹는다. 좌익 축구보다 재미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5일(현지시간)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구사한 이후, 여러 축구 인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두 줄 수비  

   

5일(현지시간)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선보였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극단적인 수비 전술 출처 : https://blog.naver.com/bestleoten/222693760


시메오네 감독 전술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는 ‘4-4-2 두 줄 수비’이다. 최근에는 3백 혹은 5백을 자주 사용하지만, 대중들은 시메오네 감독하면 여전히 ‘4-4-2 두 줄 수비’를 연상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메오네 감독은 한동안 구식이라고 평가받던 ‘4-4-2’ 전술을 새롭게 해석했다. 4-4-2 전술은 근본적으로 여러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중원 미드필더 수적 열세’이다. 전술상 중앙 미드필더가 2명만 있기 때문에, 상대가 중앙 미드필더 숫자를 3명으로 늘리면 중원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메오네 감독은 ‘4-4-2’ 전술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우선 수비수 라인 4명과 미드필더 라인 4명이 나란히 수비 간격을 유지, 상대 공격수들이 공격을 전개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여기에다가 중원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고자 2명의 공격수에게 적극적인 중원 가담을 주문한다.     


시메오네 감독이 5일(현지시간)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선보인 ‘5-3-2’ 전술도 시메오네식 ‘4-4-2’ 전술과 비슷하게 작동했다. 2명의 공격수가 미드필더로 내려가 ‘5-5-0’ 전술로 바꾸면서 수비수 라인 5명과 미드필더 라인 5명이 간격을 상당히 좁혔다.     



“시메오네 축구를 보느니 넷플릭스를 봐라”     


기존 축구 패러다임을 바꿨음에도 시메오네 감독 전술에 대한 비판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온다. 우익 전술로 인해 축구팬들에게 지루함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대표적인 인물이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다. 클롭 감독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하는 축구 퀄리티를 이해할 수 없다.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었음에도 깊이 내려앉아서 역습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리버풀은 자신들의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20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2대 3으로 패배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이후에도 시메오네 전술에 대한 비판은 상당했다. 네덜란드 축구 전설인 마르코 판 바스턴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 축구를 보는 시간에 넷플릭스를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과거 웨일스 국가대표팀 공격수였던 손더스는 “만약 축구를 망치고 싶다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처럼 경기하면 된다. 이는 기생충 같은 축구”라고 비난했다.


     

우익 비판과 능력주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출처 : https://football-tribe.com/korea/

우익 전술은 좌익 전술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박진감이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공격보다는 수비 안정성을 중요시해서다.

    

재미가 없다는 근거 때문에 시메오네 감독의 우익 전술은 지양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시메오네 감독 전술을 비판한 선수 및 감독들의 말을 바꾸어 말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축구에서는 공격이 최고지.”     


축구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공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골을 넣어야 한다는 이유로 모든 축구팀들이 공격 지향적인 전술을 펼쳐야 할까.     


우리 사회에 빈부 격차가 있듯이 축구팀 사이에서도 양극화는 존재한다. 맨체스터 시티나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처럼 선수 영입을 위해 수천억 원을 지불할 여유가 있는 클럽이 소수인 반면, 선수 영입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열악한 클럽은 상당히 많다. 가난한 클럽이 닥공 축구를 구사하면 다른 상위 클럽을 이길 수 있을까. 이변은 존재하지만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시메오네 시대 이전만 하더라도 스페인 리그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입지는 상당히 애매했다. 어떤 시즌에는 리그 상위권을 차지하는 반면, 또 다른 시즌에는 부진을 거듭해 리그 중하위권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시메오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나서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스페인을 넘어 유럽에서 확실한 강자로 자리 잡았다.


공격적인 축구가 재밌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팀 상황, 감독 성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우익 축구를 하는 팀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는 정당한가. 마치 개인의 가정환경 등을 모두 배제한 채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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