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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 Jul 17. 2022

시메오네의 아킬레스건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해...벵거의 전철 밟을까

‘장기집권’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현상이다. 한 명의 지도자가 오랫동안 권력을 쥐고 있으면 경제,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병폐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나라는 최고 권력자의 독재를 막고자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축구에서는 다르다. 능력만 있다면 감독이 하나의 클럽을 10년 이상 지휘할 수 있다. 알렉스 퍼거슨, 아르센 벵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FC를 각각 26년, 22년 동안 지휘했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퍼거슨, 벵거의 전철을 밟고 있다. 시메오네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알레띠) 지휘봉을 잡고 있다.     



 

시메오네의 알레띠     



알레띠 역사는 시메오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시메오네 부임 이전 알레띠는 기복이 심했다. 어느 해는 리그 선두 팀을 위협할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이다가, 그다음 해에는 무기력한 플레이로 리그 10위권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시메오네 부임 이후 알레띠는 전혀 다른 클럽이 됐다. 리그 우승 2번(2013~14, 2020~21), UEFA 유로파 리그 우승 2번(2011~12, 2017~18), UEFA 슈퍼컵 우승 2번(2012, 2018) 등 들어 올린 트로피가 수도 없이 많다. 가장 눈부신 성과는 프리메라리가에서 ‘톱3’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라리가에는 오랫동안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양강 체제가 구축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발렌시아CF,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등이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도전장을 내민 적은 있었다. 전성기는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선수 유출 등을 이유로 빠르게 추락했다. 시메오네의 알레띠는 달랐다. 알레띠는 ‘4-4-2 두줄 수비’라는 견고한 수비 축구를 내세워 레알, 바르셀로나를 10여 년 동안 크게 위협했다.     


알레띠의 성공으로 두줄 수비는 유럽 축구 전술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고민 없이 두줄 수비라는 카드를 꺼낼 정도였다.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無


2013~14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거둔 디에고 시메오네.


그렇다면 시메오네는 알레띠에서 이룬 자신의 성과를 ‘완전히’ 만족할까. 그러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챔피언스리그 트로피가 없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 트로피가 가지는 상징성은 상당하다.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명문 클럽들이 우승을 위해 혈투를 벌이는 대회다. 일부 전문가들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보다 챔피언스 리그 경기 수준이 높다고 평가한다. 이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클럽의 감독이 누리는 영광은 상당하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명장들은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알렉스 퍼거슨, 오트마르 히츠펠트, 주세 무리뉴,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지네딘 지단, 토마스 투헬 등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출신 덕장인 카를로 안첼로티는 무려 4번이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메오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시메오네의 알레띠는 2013~14, 2015~16 시즌에 결승 무대를 밟았다. 상대는 모두 레알 마드리드였다. 탄탄한 수비에도 알레띠는 레알에 패배했다. 특히 2015~2016 시즌에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아르센 벵거와 같은 길을 걸을까     


위 사진에 언급된 감독 중에서 아르센 벵거만 챔피언스 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과연 2022~2023 시즌 시메오네는 그토록 염원하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봤을 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팀들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선수 영입을 통해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려서다.

      

맨체스터 시티는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엘링 홀란, 잉글랜드 대표팀 미드필더인 칼빈 필립스를 영입했다. 이에 뒤질세라 리버풀은 우루과이 신성 다윈 누녜스을 영입하고자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프랑스 유망주인 오렐리앵 추아메니를 영입하면서 미래를 준비했다.


반면 알레띠는 벨기에의 악셀 비첼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영입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비첼은 지난 시즌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후보로 뛰었다.


시메오네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두줄 수비는 많은 팀에게 익숙해졌다. 시메오네는 전형성을 탈피하고자 최근 5-3-2 전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전술의 기본 콘셉트도 ‘수비’이다. 설상가상으로 탄탄한 수비를 더욱 빛나게 하는 날카로운 역습은 예전보다 많이 무뎌졌다.

       

명장 중에서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감독은 있다. 벵거가 대표적이다. 벵거는 특유의 패스 축구를 앞세워 아스널을 세계적인 클럽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챔피언스 트로피는 벵거를 외면했다. 시메오네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벵거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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