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능력 지녔지만 트러블 메이커 기질 보유
‘회사를 간다’는 건 ‘내 상사’를 만나러 가는 거죠. 상사가 곧 회사죠. 상사가 좋으면 회사가 천국, 상사가 엿같으면 회사가 지옥이죠. - 미생 -
미생에 이런 문구가 있다. 직장인들은 이 말에 크게 공감한다. 직장에서 상사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상사와 일하면 일이 고되더라도 업무를 열심히 할 수 있다. 반대로 무능한 직장상사와 일하면 스트레스는 더욱 배가 된다.
그렇다면 내 직장상사가 만약 잉글랜드 첼시의 감독 ‘토마스 투헬’과 같은 사람이라면 어떨까?
무능한 직장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모호하게 한다. 직원이 무슨 의미냐고 물으면 “그건 너가 판단해라”라고 비꼬는 경우도 있다. 우여곡절을 거쳐 일을 어렵게 마치면, 직장 상사는 결과물에 대해 “내 지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냐”라고 적반하장할 때 있다.
투헬 같은 상사를 만나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투헬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심지어 공이 어느 발에 오느냐에 따라 패스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시할 정도다.
투헬의 방식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감독이 선수 역할을 지나치게 한정하면 선수는 창의적은 플레이를 진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선수는 적어도 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헷갈리지 않는다.
극혐 직장상사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강윗약’이다. 즉 아랫사람에겐 지나치게 강하고 윗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한 사람이다. 윗사람에게 아부만 하는 상사를 보면 우리 속은 자연스레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투헬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상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에게 한없이 착한 상사라는 의미는 아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하겠다.)
윗사람에게도 거침없이 들이박기 때문에 투헬은 구단 고위층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투헬이 과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파리 생제르맹 감독직에서 경질된 이유는 팀 성적보다는 수뇌부와의 갈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투헬과 같이 일했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한스 요아힘 바츠케 단장(현 CEO)은 “투헬은 정말 뛰어난 사람이지만 어려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간혹 일부 직장상사를 보고 의문점을 가진다. “업무 처리 능력이 정말 떨어지는 데 어떻게 살아남았지”
반면 투헬의 능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주요 축구 전술의 특장점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전술적 이해도가 뛰어난 만큼 경기 상황에 따라서 팀 전술을 유동적으로 바꾼다.
성과도 좋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파리 생제르맹, 첼시에서 모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첼시에서는 2020~2021 시즌 도중에 부임했음에도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투헬은 진정 완벽한 직장상사인가. 답은 ‘아니요’이다. 위에서 간략히 언급한 것처럼 투헬은 선수와 심한 갈등을 벌인 적이 있다.
FSV 마인츠 05 감독 시절 투헬은 골키퍼였던 하인츠 뮐러와 출전 횟수를 놓고 다툼을 벌였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뮐러에게 투헬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뮐러의 라커룸에 있는 짐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공감 능력도 떨어진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 자신의 팀이 경기장으로 가던 도중 테러를 당한 적이 있다. 큰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경기는 당일 진행됐지만, 다음 날 일부 선수들은 테러에 대한 충격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데 투헬은 선수와의 면담이 끝난 이후, 구단 직원에게 “어떻게 저런 정신력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이길 수 있지”라고 비판한 적 있다.
결론적으로 투헬은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트러블 메이커 기질도 지녔다. 즉 그도 완벽한 상사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