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영현 Feb 23. 2022

잘 듣고 말하는 훈련

경청의 중요성

요즘 인터넷에 보면 흔하게 돌아다니는 밈 (meme)이 하나 있다. 바로 MBTI의 t와 f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반응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인데, 사람들이 t보고 기계 같다, 로봇 같다, 감정이 없다는 댓글을 단 것을 보았다. 나 역시도 t 유형이기 때문에, 이러한 댓글을 보며 마냥 웃고만 있을 순 없었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어야만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면서 왜 그랬을까 한참을 생각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고등학생 때는 인간관계에서 얕고 넓은 관계방식을 추구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억지로라도 공감을 해주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더는 내 진심이 아닌 것을 진심인 양 포장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굳이 그렇게 하면서까지 이어나갈 가치가 있는 인연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여러 차례 들어 인간관계에서 회의를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공감이야 언제든 해 줄 수 있는 것이라지만, 나에게 공감이란 건 생각보다 어려운 숙제와도 같다. 난 역지사지의 태도를 취해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상대의 그 마음마저 온전히 이해하는 건 아직 어려운 것 같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누군가는 안 속상할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속상해서 엉엉 울고 싶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이 세상에 완전히 타인의 마음을 100%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읽으려고 노력하고 두드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고 당신과 더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그렇게 해서라도 이어나갈 가치가 있는 인연이기에.


얼마 전까지 나를 조금 관찰하다가 파악해낸 바로는 나는 상대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주제가 몇 개 있다는 것이다. 그런 주제가 나왔는데 상대가 나의 공감을 요구할 경우 나는 얼어버리곤 한다. (소위 말하는 고장남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해가 되어야 공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는 편이다. 그래서 말로 듣지 않으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말로 들어도 이해가 도무지 되지 않을 때도 많은데, 조금 소극적인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될 경우에는 상호 간에 말이 많이 오가지 않아서 내가 으레 짐작하여 대화를 이어 나가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건지, 내가 이해한 방향이 맞는 건지 헷갈리고 계속 의심이 들어 관계가 어렵다고 느껴지곤 한다.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서, 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공감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공감은 상대방의 방어심리를 낮추고 개방적으로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이자 촉매제임을 알고 있음에도 쉽지가 않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 또한 존중받을 수 있고 수용될 수 있음을 공감을 통해 상대에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는데, 난 이해가 되어야만 공감을 크게 해 주는 편이어서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그게 무반응으로 보일 때가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연말이고 하니까 큰 다짐을 하나 해보자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잘 듣고 말하는 훈련을 하려고 한다. 훈련이라고 하니까 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별거 없다. 바로 자기 노출이다. 나는 누군가가 물어보지 않는다면 굳이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어릴 적 여기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꽤 큰 트라우마로 작용했었기 때문에 자기 노출은 내게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으니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되었었는데, 우연히 얻어걸린 기회를 통해 자기 노출을 해 보고 나의 이야기를 섞어 상대와 대화를 하니 상대방에게 동질감을 가지고, 더 친근하고 더 편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즉 자기 노출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인 셈이다.


요즘 들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잦아졌다. 내가 나를 잘 알아야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더 건강한 관계들을 세워나갈 수 있어서 요즘엔 여기에 관심이 많이 쏠리는 것 같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자기성찰을 하게 되면 내가 어떤 부분에 미흡하고, 어떤 부분에 강한지 알게 되고,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온전히 와해되지 않고 전달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혹은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내가 대화 당시에 보였던 모습들을 다시 회고하며 이해가 안 되어 공감을 하지 못하거나 무반응처럼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표현 방법을 다시 고민하고 이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는 반성을 종종 하기도 한다.


나의 잘못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것들을 앞으로의 발전의 양분이 되도록 해야겠다. 올바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의사소통은 부단 상대방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한층 더 깊게 감정의 교류를 하는 과정이자 상대에게 자기 생각, 감정, 이성, 의견 등을 교류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내가 앞으로 종종 하게 될 자기 노출에도 그대들이 웃으며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도 나름 열심히 그리고 부단히 당신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작가의 이전글 감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