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애틀 닥터오 Oct 17. 2022

삼류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다

배움이 어려운 게으름뱅이 학생의 넋두리


실패가 많았던 삼류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다.

공부든, 악기든 그동안 많은 선생님들이 있었다.  가르치던 선생님들이 계셨고, 지루하거나  특별한 감흥이 없이 가르치던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분들의 특별한 차이점은 분명 있었다. 쉽게 말해 재미없게 혹은 어렵게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하셨거나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신 경력이 있으셨고, 재미있고 쉽게 가르치던 선생님들의 이력은 딱히 특출   없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대학 때 인성이 좋으셔서 내가 애정 하던 교수님이 계셨다. 하지만 그 교수님은 수업 때마다 학생들을 곤경에 빠뜨리기 일수였다. 수업이 매우 지루하고 어려워 많은 과 친구들이 대부분 졸거나 흥미 없어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교수님은 하버드를 대학원까지 졸업하셨고, 그분의 논문은 과히 세계적이라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수업은 집중하기 어려운 과목 중 하나였다.


원래부터 타고난 능력이 출중한 선생님들은 큰 노력을 한 적이 없다. 다시 말해 공부가 자연스러웠고, 어렵지 않았다. 딱히 특별한 방법 없이도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모범 우등생이었다. 이런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게 되면 나처럼 뒤쳐지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선생님은 학생이 무엇을 모르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학생들을 잘 지도할 수 없다. 자신이 지도가 필요 없던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학창 시절 실패가 많았고 때론 꼴찌를 했거나 혹은 빵점의 역사가 있었던, 모범생도 우등생도 아니었던 삼류 선생님들이 계시다. 비운의 역사를 가지고 배움의 시절을 혹독하게 치른 선생님들은 배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잘 파악한다. 자신 스스로도 어느 부분이 어려웠는지 자신이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곤경에 빠진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으며 제자를 밝은 곳으로 인내심 있게 끌어올려줄 수 있다. 비로소 삼류의 과거를 지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는 일류가 된다.


요즘 취미로 골프와 악기를 배우는 중이다.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두 과목 선생님 모두 내가 왜 잘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신다. 두 분 다 열정이 대단하시고 그 성과 또한 빛이 난다. 나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잘하셨음에 틀림없다. 내가 게으름을 피우고 연습을 안 하고 싶은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신다. 많이 혼난다. 서럽다.


사실 이 취미는 내가 좋아서 시작했다기보다는 주변의 압력과 인생의 필요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흥미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처음부터 조금씩 흥미를 끌어올리려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나처럼 처음부터 잘 못했고, 게으름도 피웠고, 방황했고,  흥미가 없었던 삼류 학생이었던 적이 있었던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 이해받으며 가르침 받고 싶다. 흐허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