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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음거름 Feb 17. 2022

무식이 유식을 이기는(것처럼 보이는) 세상

유퀴즈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

  어제 우연히 아내와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전에는 자주 봤었던 프로그램인데 어느새부턴가 드문드문 해지더니 안 보게 되었는데 정말 어쩌다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엄청 흥행이라는(혹은 흥행이었던) '그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의 모티브가 되었던 EBS 다큐에 출연했던 주인공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내도 이 다큐를 예전에 꽤 흥미롭게 봤다고 그랬다군요. 티비를 잘 안 보는 저는 너무 생소했습니다. 내용은 꼴등 학생이 1등 학생과 짝이 되어 옆에서 1등이 공부하는 것처럼 살아보는 아주 신박하고 흥미로운 다큐였습니다.

부러워하는 누군가의 삶을 살아보는 건 정말 흥미로운 경험일지 모릅니다. 여러분도 혼잣말이나 지나가는 말로 그러신 적 다들 있지 않나요?


'나도 저 사람처럼 저렇게 하루만 살아보고 싶다.'


  이야기가 너무 다른 곳으로 빠질 것 같군요. 무튼 주인공들이 나와 촬영 중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주었습니다. 꼴등 친구가 사는 집에 놀러 가서 같이 공부를 한다던지 같이 등산을 간다던지 또 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던 이야기라던지. 오랜만에 티비에 푹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냥저냥 티비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중 저에게는 다소 신박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1등과 꼴등이 공부하는 방식의 차이었는데요. 1등이 그런 말을 합니다. "이 문제는 그냥 풀이를 다 외워. 이해할 필요 없이 그냥 문제부터 전부 다 외워야 돼."라고 하며 세상을 살다 보면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 기초에는 암기가 받쳐줘야 한다고 뒷받침하는 말을 하더군요. 거기서 저는 번뜩였습니다.


'아니. 이해를 못 하는 걸 왜 외워야 하는 거지?'


  꼴등 친구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은 어느 정도 이해가 뒷받침돼야 암기가 된다고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라는 것은 다른 뜻으로 보면 정당성이나 타당성이라고도 봅니다. 이게 정당하고 타당한지, 아니면 어느 정도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는 거죠. 왜냐면 그래야 내가 실수하거나 위험에 빠질 확률이 줄어드는 거고 그래야 제 생존 가능성이 올라가겠죠. 그런데 의대생이 된 1등 친구가 그럽니다. "이건 그냥 외우는 거야."

  저는 이 말이 이렇게 들렸어요.


"됐고 이건 그냥 외워. 이유는 묻지 마. 그냥 외워."


  요즘 다가오는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대선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5년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리더를 우리의 손으로 뽑아야 하는 날이죠. 때문에 그 사람이나 그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참 중요합니다. 왜냐면 그게 우리의 삶에 직결해 있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정책을 가지고 내 것이 더 합당하다 주장하며 국민의 선택을 애걸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정말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서로 정책을 가지고 하는 것보다는 '너가 더 잘못했다. 아니다 너가 더 잘못이다.'라며 깨끗한 똥을 고르는 싸움이 되어버렸죠. 결국 똥인 건 매한가지 아닌가요...?

  그러기에 우리가 정작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은 뒷전입니다. 그저 '나를 뽑으면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깐 나를 뽑아!' 라며 더 자극적이고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나를 그냥 뽑으면 괜찮을 거야라는 식으로요. 꼭 다큐에서 말한 1등이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냥 통째로 외워. 이건 그래야 돼."


  물론 누가 맞고 틀린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묻지도 않고 외웠던 친구는 의대생이 되었고 꼴찌 친구는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소개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못 봐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며 생각해봅니다. 이유를 모르고 일단 외웠던 친구의 꼭대기는 화려합니다. 그 노력은 물론 매우 값지고 그렇지만 결국 내려가다 보면 이유를 모르고 외웠던 어떤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분이 나오겠지요. 근데 세상은 결국 우리를 바닥까지 내몹니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찾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 하더라도 나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과 매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 개인적인 생각은 힘들겠지만 이유를 찾고, 어렵다면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결국 사회에서 나라는 존재는 끝까지 내몰리게 되어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좋은 환경을 가졌거나 매우 이기적으로 살아왔거나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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