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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음거름 Apr 13. 2022

이거.. 퇴사각인가?

본질을 잊어버리지 말자

  광고를 만드시는 유병욱 님의 책에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 정제된 글보다 인터뷰가 좋은 이유는 그 사람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표현되기 때문이라고요. 저 또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때론 무슨 일을 하다가 보면 밤새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갑자기 생각난 것 그대로 표현했던 것의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더 좋을 때가 다들 있지 않으신가요? 녹화방송도 물론 재미있지만 생방송이 더 재미있고 생생한 느낌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면에 글을 쓰면서 쓰던 것들을 다시 보며 고치는 과정을 거쳐 글을 완성했을 때에 느끼는 희열도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잘 다듬어진 글은 사람들을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저도 늘 그런 마음을 가지고 글을 씁니다.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말 한마디, 단어 한 개가 주는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자꾸 이런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맞추다 보니 제가 가진 날것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어요. 평소에도 많은 생각을 하지만 100번 생각하면 1번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100가지 생각이 모두 날아가버린 경험을 많이 하거든요. 그때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시간이 지나버린 이후에 다시 떠올리는 건 어렵다는 생각을 넘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당시 모든 상황을 전부 재연할 수 없으니깐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날것을 담아두자'. 어디에? '영상에...!'


  몇 달 전, 숙고해서 샀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돌아보니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고 생각한 고프로9이 저기 방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사실 태어난 아이를 찍어주기 위해 구매했지만 자주 찍어주지 못하고 결국 케이스에 넣어 책상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드디어 이 친구를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에 기대가 되더군요. 또한 찍은 영상을 살짝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려 기록해야겠다는 아주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하면서 '이러다 잘되면 퇴사하는 거 아닌가?'라며 김칫국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했습니다. 채널 이름도 정했어요. "걸음:거름". 걸으면서 하는 이야기가 삶의 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명하게 되었습니다. 원대한 꿈을 안고 날아갈 준비를 마쳤지요.

  평소 사진 찍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 영상은 매우 어렵고도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지만 영상을 찍으려고 한 그날 책을 읽다가 글을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이 글을 보고 믿음을 얻어 용기 있게 촬영했지요. 부끄러울 때마다 자꾸 저 말을 되뇌는 제가 웃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저리주저리 혼자 생각을 입으로 풀고 영상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3일 만에 끝날 것 같은 예상을 뒤로 10일째 영상을 지속적으로 촬영했습니다. 촬영한 결과물을 보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절대 올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지요. 예상했던 그림보다 영상의 결과물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상에 제가 말한 부분들도 잘 녹음이 되지 않았고요. 내용은 뒷전이었습니다. 역시나 하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했지만 왜 이런 결과를 얻게 됐을까 역으로 뒤집어서 생각해보았는데 제가 본질을 잊었더군요. 사실 영상의 목적은 지나가는 제 머릿속의 생각을 담아두려고 촬영하려 했는데 유튜브라는 부수적인 목적에 본질이 가려져 있다는 것을요. 저는 정말 기회주의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영상을 통해 참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흘러가버리는 생각을 영상으로 보관할 수 있어 좋았지만 제가 행동함에 있어 행동의 본질을 어느샌가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말이죠.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실 분이 많진 않으시겠지만 여기까지 오셨다면 독자분들도 본인들이 가지고 목표하는 것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그 본질을 잊고 부수적인 것에 눈이 멀어 있는 본인을 보신다면 그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본질을 잊어버리면 다시 이 글을 읽으러 올 것입니다.


꽃을 보며 나도 곧 피어나겠지 생각했지만..



p.s. 브런치의 이름을 바꾼 것도 어쩌면 충동적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원래부터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고, 언젠간 이 생각이 걸음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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