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남자 하숙객과 엄마 스테이 주인장 이야기
현재 우리 집에는 하숙객 2명이 투숙 중이다.
성별은 남자
1호실 손님은 2015년 10월에 체크인하셨고
2호실 손님은 2021년 1월에 체크인하셨다.
숙박기간은 최소 20년 최장 30년까지
우리 집은 30년까지 예약 가능한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체크아웃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
그들은 언제 어떻게 찾아왔는가
광활한 갤럭시에서 배산임수로 살기 좋다는 푸른 별 지구를 낙점하셨고
오순도순 콩알 나눠먹고사는 우리 부부네를 눈여겨보셨단다.
아기천사님들은 예고도 없이 선물처럼 뱃속에 턱 자리 잡으시더니
10달을 꽉 채우시고는
바깥세상 구경이 하고 싶으시다고 해서
따뜻한 집으로 모셨다
스테이 주인장 노릇 쉽지 않더라
뭔가 마음에 안 드시면 바닥에 철썩 들러붙고
기분이 좋으시면 하늘 높이 방방 뛰기도 하고
놀아달라 안아달라 먹여달라 재워달라
남자는 역시 여자인 주인장과는 너무 달라
연애 때 남편은 나에게 모든 걸 맞춰줬는데
이제 세 남자는 나에게 맞춰주는 법이 없고
본인들의 방식을 스스로 깨치라 하신다
스테이 주인장은 낮에는 소리 버럭, 밤에는 후회에 눈물 철철
남자라는 미스터리 학문을 밤에 불 켜고 공부한 게 언 7년
남자 바이블이 하늘에서 내려온다면
밑줄 쫙쫙 치고 공부라도 하겠는데
매일매일 다른 과제가 던져지니
대학교 리포트 쓰듯이
광활한 인생이라는 도서관에서
스스로 방식을 찾아 깨쳐야 한다
스테이 주인장이 겨우 겨우 책 찾아
놀라운 깨달음 얻었다고 아하! 외치면
주인장 남편인 스테이 회장님은
그걸 책으로 배워야 아느냐고
몸에 체득되어야 된다고 훈수 두신다
그래도 손님들이 맛난 음식 먹고 일취월장 커가는 걸 보면
고통이 눈 녹듯 사라지더라
어제보다 오늘 낫고
오늘 보다 내일 낫겠지
손님들은 언젠가 퇴실하신다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퇴실이 빨라지면 빠른 대로
늦으면 늦은 대로
눈 오는 집 문간에 서서
이제야 저제야 손님 추울까 걱정하겠지
퇴실 후에는 손님의 라이프가 기다린다
손님에게 짝이 생긴 뒤에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하니
그때 소식 궁금해 뒤척이지 말고
지금 놀아달라할 때 어화둥둥 실컷 안아주고 달래 드려야지
손님들은 투숙한 기간 동안 받은 사랑을
평생 마음의 양식 삼으신다고 하니
그만하면 오늘의 수련도 가치가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