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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뽀유 Feb 08. 2023

딸 없어도 괜찮겠다 싶은 순간이란

상하목장에서의 하룻밤

남자 아기들은 참 사랑스럽지만

거리두기가 엄마의 정신건강에 이로울 때가

아주 많다

꽤 자주 혼자 있고 싶다.

그건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이라던가 육아의 행복과도 별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공간이 필요하다.

두 아들맘에게 평일은 집에 있고 싶은 그런 날이다.

큰 아들은 학교에 작은 아들은 어린이집에 가니까.


그런데 남편이 굳이 핫딜을 찾았다며 새벽녘에 가도 되겠느냐고 내 단잠을 깨웠다. 농장 딸린 호텔인데 내가 좋아할걸 보장한다고 했다.


그래서 마지 못해 따라나섰다. 거절하면 영영 핫딜을 찾을 재미를 잃어버릴까봐 겁이 나기도 했다.


인천에서 네 시간 운전 끝에 다달은 곳, 꽤 맘에 든다.

왜냐면 세 남자가 남탕으로 모두 직행하셨기에.

그것만으로 나의 여행은 의미가 가득했다.

이곳은 상하목장에서 만든 복합리조트다. 호텔에 아이들의 체험거리, 양떼목장, 광활한 뛰어놀 땅들이 있다.


홀로 객실로 돌아와 상하목장 굿즈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맥주 캔을 똑딱! 평상시에 비싸서 손이 가질 않던 상하농장 유기농 먹거리들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몇 년만에 혼자인 조용한 밤인지 맥주 한잔에 그 어떤 것도 예술이 된다.

아무리 훌륭한 호캉스라도 육아가 함께한다면 밤새 출동을 기다리는 소방관의 의무감처럼 왠지 모르게 무거운 마음 뿌리칠 수 없다.

하지만 온전히 주어진 이 한 시간은 나에게 꿀맛보다 달다.


세 남자가 남탕으로 간 1시간의 밤, 혼자 맥주 나잇! 이 순간만큼은 딸이 없어도 괜찮겠다 싶다.


저 멀리서 남자들의 복귀를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휴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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