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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뽀유 Jun 04. 2023

수업발표대회보다 아들과의 집공부가 더 어려운 이유

미래를 위한 학교는 존재하는가

휴직으로 인해 잠시 학교를 벗어났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매일 생각해본다.


학부모 개별 상담 때 어떤 어머님은 고민을 쭉 이야기하시고 웃으시면서 상담 말미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하긴 선생님이 뭘 아시겠어요. 애를 낳아보면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내 자식이지만 정말 세상에서 이렇게 맘대로 안 되는 일도 없다니까요”


진실이었다. 내 아이 하나 가르치는 게 35명 남자만 있는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고 나는 나의 자질을 매일 의심했다.


수업발표대회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교사는 아이와의 집공부에서 매일 고심과 한숨을 연거푸 쏟아냈다. 내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하려고 낳은 게 아니라 행복할 자유와 완전한 독립을 위해 잠시만 머무는 것임을 자주 잊게 된다.


학생들도 결국은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해 길을 걸어가기 위해 교사 곁에 머물렀다 가는데, 그럼 학교는 학생의 진정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과연 그 준비라는 것을 얼마나 단디 해주는가 하는 의문이 동시에 던져진다.


자유학기제를 우리나라 처음으로 시작했던 연구학교에서 중간/기말과 같은 양적평가가 없는 아래

학교수업을 할 때였다.


교육과정, 학생, 지역여건을 고려하여 정말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고 학생이 정말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자유로웠던 한 학기는 학생이 학생다워서 교사가 교사다워서 참답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매번 수업이 바뀌었지만 선생님이 수업을 너무 열심히 준비해 오시니 오늘은 또 무얼 배울까 설레었다는 아이들,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볼 때면 가슴 떨리는 가르침의 행복에 젖어들곤 했다.


요즘 들어 더욱 뒤숭숭해지며 파란만장한 챗지피티와 인공지능의 발전을 본다. 이상적인 교육을 모두가 꿈꾸지만 현실로 들어오면 결국 평가를 해야 하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선 결국 숫자가 개입되어야만 하는 상황을 직면한다.


쿠팡기사의 월급이 월천을 넘었다고 한다. 틀 밖에서 생각한 이들이 대기업에 취직하는 모범생보다 스타트업으로, 사업으로 더 큰 소득을 버는 일도 비일비재히다.


인생의 사명이 무엇인지에 따라, 더 큰 가치에 따라 직업적 소명을 선택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명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타인의 기대에 따라 많은 이들은 직업을 선택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내가 준비한 세상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앞만 보고 부지런히 공부 한 우물만 팠는데 세상은 기대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뀌어있어 아연실색케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현재의 학교는 시험이라는 체제의 한계상 정말 배우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에 어려움이 분명 존재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흔들리고 한 개인은 여러 개의 직업, 여러 개의 관심사, 여러 개의 삶을 경험할 것이다. 이미 시작된 변화, 그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미래에 존재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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