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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인 Apr 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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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작가지망생은 주말에도 쉬지 못합니다.

"주말에 가까운 바다라도 다녀와."


자연 속에 둘러싸여 쉬고 싶은 마음을 친구에게 털어놨더니 돌아오는 답변이었다. 나를 생각해 주는 이 말은 참 고맙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그럴 시간이 없다. 


나를 이렇게 바쁘게 만든 사람은 없다. 내가 스스로 만든 환경이다. 올 초부터 공모전과 아트페어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새로 시작한 내 그림으로만 준비하려니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퇴근 후 시간을 쪼개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마음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다. 느린 만큼 실수는 안 하면 좋겠는데 종종 사고까지 치면 완성까지 시간은 더 길어진다. 토요일 오전 화실 가기 전까지 내가 정해놓은 숙제?를 다 해놔야 하고 화실까지 다녀와야 조금의 쉬는 시간이 생기는 게 한 주간의 일상이자 의무가 되었다. 마치고 오는 길에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며 필사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일주일 중 쉰다고 생각되는 시간은 이 시간뿐이다. 최근에는 약속이 생기면서 이마저의 시간도 침해? 당해 충전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쉬고 싶다는 말을 내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에게 툭-하고 나도 모르게 뱉어낸 것 같다. 


목표를 세웠으니 이뤄내고 싶고 노력하고 고생하고 있으니 이왕이면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스스로에게 말해주면 되는데 잘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올라와 힘이 빠질 때가 있다. 막상 하고 나면 아무것도 없을까봐.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결과와 함께 스스로 기쁨과 보람도 느끼지 못할까봐 우울해지기도 한다. 잘하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인데 반복되는 일상에 왜 잘하고 싶은지에 대한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믿을 거라곤 내 마음에 그저 좋아서 해보자는 마음뿐이었는데 성취감을 맛보기까지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마음이 작아져 가는 걸 느낀다. 


나는 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봄, 가을은 바람이 많이 불고 겨울은 바람도 부는데 춥기까지 해 움츠러들게 함이 싫다. 차 공기도 데우고 집안 공기도 데우고 운동하기 전 다치지 않기 위해 몸에 열도 내야 하고 뭐든 준비의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 가장 번거로운 계절 같다. 그런데 여름은 준비할 시간이 필요 없다. 따뜻한 온도에 늘 예열이 되어있는 계절. 그림의 계절은 늘 여름이었는데 예열 없이 언제든 열정이 가득할 수 있을 주 알았는데. 지금은 조금 기온이 내려간 듯하다.


그래도 결국은 매일 밤 그리고 있을 것이다. 기온이 떨어져 열정이 조금 얼어도 천천히 그려나갈 것을 나는 안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거창한 마음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라서 그렇게 할 것이다. 마음에 늘 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 그래서 내가 선택한 주 7일 근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모두 그러기 위해 태어났다."고.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모두 그럴 것이다.
재능이 있든 없든 계속하는 수밖에.
그저 쓰고, 찍고, 만드는 일이
언젠가 나를 구원하리라고 믿을 수밖에.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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