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_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경희 옮김
아니! 맹세는 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을 만나 기쁘긴 하지만 오늘 밤 이런 사랑의 서약은 기쁘지 않아요. 이건 너무 성급하고, 너무 무모하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번개가 치네!’라고 말할 새도 없이 사라지는 번개 같아요. 사랑하는 이여, 안녕히 가세요! 이 사랑의 꽃봉오리는 만물을 무르익게 하는 여름의 숨결을 받아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거예요. 안녕히, 안녕히 가세요! 제 마음과 마찬가지로 당신 마음에도 달콤한 안식과 휴식이 깃들기를!
이런 격렬한 기쁨엔 종말이 있게 마련이라네. 불과 화약이 닿자마자 폭발하듯이 승리는 절정에서 숨을 거두는 법. 지나치게 단 꿀은 도리어 달기 때문에 싫어지고, 맛을 보면 입맛을 버리게 마련이지. 그러니 사랑은 적당히 해야 해. 오래가는 사랑은 그런 거라네. 서두르면 느리게 가는 것보다 오히려 더딘 법이지.(p.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