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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독서 Oct 17. 2023

8.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새로운 전설

<태양왕 수바> 이지은

통통. 


" 수박이냐?"


잠잠…………


쭈악

(<태양왕 수바> 첫 장면에서)



 눈이 펑펑 오던 날, 흰 호랑이를 만난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팥빙수의 전설>, 어느 봄날 갑자기 꼬리 꽃이 생겨버린 외톨이였던 말썽꾸러기 호랑이 이야기 <친구의 전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볍고 유쾌하게 만드는 이지은 작가가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여름 더위에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추억을 만들어 주던 수박을 닮은 <태양왕 수바>(웅진주니어, 2023)입니다. 겉표지에 한가득, 하늘과 바다를 닮은 하늘색과 파도인 듯, 구름인 듯한 배경에 시원하게 태양왕 수바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랫부분에는 커다란 수박 사이를 가르고 서핑보드를 타는 팥 할머니가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어 청량함을 느끼게 합니다. 역동적인 배경과는 다르게 표지 아래 그려진 수박 몇 통이 잔잔하기 그지없는 물결 속에서 뜨거움을 식히고 있는 것 같은 대조도 재미납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일까?" 표지만으로도 여름을 배경으로 수박을 닮은 '수바'와  팥 할머니가 어떤 모험을 하지 않을까 궁금하게 합니다..    

 

 이지은 작가의 그림을 보면 둥글둥글 귀엽습니다. 둥글고 큰 얼굴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짙은 눈썹과 상당히 작은 눈.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다양한 주인공들은 묘하게도 친근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첫 장면에서 팥 할머니가 수박 한 덩이를 ‘통통’ 두들겨보고는 귀를 대고 묻습니다. “수박이냐?” 잠잠하니 대답이 없자 ‘쭈악’ 하고 수박을 가릅니다. 할머니는 수박 몇 덩이를 넉넉하게 띄워놓은 냇가에 둥둥 걷은 두 다리를 시원하게 담근 채 독자들에게 수박을 권합니다. 이제 누구도 궁금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뜬금없이 시작됩니다.     


 이지은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이야기의 비중에 따라 장면을 다양하게 표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 페이지, 또는 두 페이지에 걸쳐 한가득 이야기를 그려 놓기도 하고 이야기의 맥락이나 흐름에 따라 여러 컷으로 나누어, 마치 영화 속에 주인공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클로즈업 샷처럼 그리기도 했습니다. 유연한 면지 구성은 어린 아이나 만화에 익숙한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양왕 수바>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란색과 초록색, 하늘색과 분홍색이 한 장면에 담겨 있습니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색 대비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밝고 편안하게 표현합니다. 너무 밝아 동동 뜰 것 같은 그림을 팥 할머니의 상징인 빨간색 머릿수건과 저고리의 흰색, 치마의 검은색이 잘 잡아 주는 것 같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팥 할머니는 다소간의 물질적인 기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은 나의 시간, 노력, 그리고 어느 정도의 금전적인 지출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든 지금 그의 난처함을 위해 나의 것을 나누겠다는 마음. ‘나눔’의 또 다른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보상이 없어도 그리 아쉽지 않습니다. 나의 나눔을 받은 대상의 난처함을 해결한 것만으로 되었으니까요. 혹시 다음에 그가 다른 누군가에게 내게 받은 나눔을 다시 나누는 계기가 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그 대가를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팥 할머니는 말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만화와 같은 분할 구성이 재미나지만 낯선 독자에게는 조금 어지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뻔하지 않은 마무리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게 하는 맛이 있습니다. 밝고 유쾌한 여름 이야기 <태양왕 수바>. 꽤 덥고 습한 기온으로 힘들었던 여름이었습니다. 가을이 오기 전에 읽었다면 지나간 여름을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제 이지은 작가는 봄을 배경으로 한 <친구의 전설>과 여름이 배경인 <태양왕 수바>, 그리고 겨울 눈 호랑이를 만난 <팥빙수의 전설>까지 세 가지 전설 완성되었습니다. 다음은 혹시...... ‘가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일까요? 두근거리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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