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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May 11. 2024

쉽게 얻은 지식은 자기의 지식이 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가장 큰 이유는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우면 쉽게 잘 알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엉터리 생각을 지금이라도 버려야 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자신이 가진 지식이 배워서 얻은 것인지 스스로 익혀서 얻은 것인지? 인간이 가진 지식의 90% 이상은 스스로 익혀서 아는 것이고 배워서 아는 건 10% 미만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교육은 학력 신장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 잘 가르치는 것과 실력 향상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 익힘보다 배움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은 더 단단해집니다. 

 공부 잘하는 비법을 알고 싶어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왜 알고 싶지 않겠습니까? 성적 올리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심정, 국어 점수 잘 나오는 비법을 알려 달라 애걸하는 마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공부 방법을 연구해 왔지만, 비법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진리라는 사실만 확인하였지요. 

 교단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제 능력 부족 때문에 답을 못한다고 생각해 진땀을 흘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진땀 흘리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쉽게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절대 없다고요. 열심히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성적 올릴 수 있다고요. 불로초가 없는 것처럼 공부 잘하는 비법도 없다고요.

 부족하지만 현재까지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알아낸 최상의 공부법은, 이해되지 않으면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입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국어사전을 찾고, 국어사전의 내용이 조금이라도 이해되지 않으면 국어사전의 풀이에 나오는 단어를 또 찾아서 이해하고, 그것도 충분하지 않으면 한자사전까지 찾아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어휘력이 곧 실력이고 학생이 알아야 할 지식의 상당 부분은 국어사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휘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학습 내용에 대한 이해가 쉽고 이해가 되어야 암기도 오래가는 것입니다. 귀찮고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반드시 국어사전을 펼쳐야 하고, 가능하면 한자사전까지 펼쳐 활용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해되지 않으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배우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반복해서 읽고 스스로 생각해서 알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을 안다면, 쉽게 배워서 알게 된 것은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공부의 이치임도 알아야 합니다. 세 번이 아니라 다섯 번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읽어서 스스로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가져야만 지식이 쌓입니다. 이것이 공부 잘하는 비법이라면 유일한 비법이지요.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지 선생님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강의를 들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또 읽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만 알게 되는 것이지요. 사교육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없지만 설령 낸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중학교 때까지입니다. 중학교 과정까지는 내용도 단순하고 사고력도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서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암기할 것은 암기해야 합니다. 끝까지 읽어도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하면서 30번을 읽겠다는 마음가짐이 필

요합니다. 공부는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쉬운 일도 아닙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엉덩이로 하는 것입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을 세상 사람들이 높이 평가해 주는 것은 그의 지식을 높이 평가해서이기보다 그의 인내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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