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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May 15. 2024

성취감을 느낄 기회를 주어야

 서울대학교 교수님에게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가르치게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명문대 출신 선생님에게 배우면 비명문대 출신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명문대 출신 선생님보다 비명문대 출신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눈높이가 비슷하기 때문이지요. 공부 못하는 아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무엇 때문에 어려워하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많이 안다고 잘 가르칠 수 있는 것 아니고, 열심히 가르친다고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니며, 잘 배운다고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왜 어려워하는지,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학생으로 하여금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부의 주체가 선생이 아니라 학생이기 때문이지요. 선생님에게 잘 배우고 못 배우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얼마만큼 의지를 가지느냐가 중요합니다. 같은 선생님에게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내용을 배웠음에도 학생의 실력에는 차이가 큰 현실을 통해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지요.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올까요? 반드시 옵니다. 기우제를 지냈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올 때가 되어서 오는 것이지요. 그러니 기우제 덕에 비가 왔다고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사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교육 받은 학생의 성적이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교육 때문이 아니라 공부에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만약 사교육 받을 시간에 혼자 공부했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학원에 보내는 것이지 혼자서 잘하면 왜 학원에 보내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언뜻 들으면 옳은 말인 것 같지만 결코 옳은 말이 아닙니다. 혼자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은 과외를 받아도 학원을 다녀도 공부 못하기 때문이지요. 억지로라도 시키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다른 방법이 없다는 답답한 마음에 그렇게 결정하는 부모님 마음은 이해하지만 스스로 공부할 줄 모르는 아이는 과외를 받아도, 학원에 앉아 있어도 공부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스스로 할 기회마저 빼앗겨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마저 잃어버리게 되고 알고 싶다는 의욕마저 사라지게 됩니다. 교육은 믿음이고 기다림입니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 믿고 격려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서점에 가서 학습법 관련 서적을 훑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교육이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습니다. 모든 책들이 한 목소리로 자기주도학습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그럴까요? 자기주도학습이 정답이기 때문입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면, 이 사실을 통해서도 자기주도학습이 실력 향상의 정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엄마가 열 살짜리 아이에게 밥을 떠먹여 주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스스로 먹게 하지 왜 먹여 주냐” 말하자, “스스로 먹지 않으니 먹여 주는 것이지요. 스스로 잘 먹으면 왜 먹여 주겠어요”라고 답한다면 그 말에 수긍하시겠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니까 학원 보내지 혼자 알아서 공부 잘하면 누가 학원에 보내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다 큰 아이 입에 밥을 떠먹여 주면서 스스로 먹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순간부터는 공부도 혼자서 충분히 잘할 수 있습니다. 도와준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도와주면 영영 못하게 됩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은 지금 당장의 점수보다 중요합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대학에 가서 뒤떨어지고 사회에 나가서도 뒤떨어집니다. 스스로 공부해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스스로 무슨 일인들 잘할 수 있겠습니까? 훗날 결혼해서 부모의 역할인들 잘할 수 있겠습니까? 마마보이 혹은 마마걸을 

좋아하는 배우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도와준다고 한 일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가능성을 억누르고 성취의 기쁨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고된 훈련 없이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고, 힘든 연습의 시간 없이는 훌륭한 연주자가 될 수 없습니다. 성장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합니다. “내가 해냈어. 나 스스로의 힘으로 해냈어”라고 소리치며 기뻐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 합니다. 낑낑대면서 스스로 해결해 내는 모습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어야 하는 이유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냈을 때에 기쁨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고 자신감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진짜 실력이 쌓인다는 사실이지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은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말입니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학자였던 동우董遇라는 사람은, 배움을 청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마땅히 먼저 백 번을 읽어야 한다.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讀書百遍義自見)”라고 하면서 가르치기를 사양했다고 하지요. 모든 

지식이 책 속에 있으니 자신에게 묻지 말고 책을 읽으라는, 책이 자신보다 더 정확하고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책 속에서 진리를 찾으라는 가르침입니다. 아이에게 자기 결정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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