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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May 25. 2024

수학능력시험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사고력思考力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능력인 ‘사고력’ 향상을 위해 기존의 학력고사를 버리고 도입한 시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육 현장에서는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고력은 배움이나 암기로는 향상할 수 없고 스스로 탐구함으로써만 향상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배우는 것보다 열심히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지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믿고, 비판적 시각으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고력이 뒷받침되면 지식도 지혜도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힘들게 고민하고 탐구하는 노력 없이 얻은 지식은 자신의 지식이 되기 어렵습니다. 한 번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공부를 마무리하는 것은 잘못된 학습 방법입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데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요즘 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많이 부족합니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많을지 몰라도 정확하게 아는 것은 극히 적고, 객관식 문제의 답을 골라내는 능력은 있지만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은 많이 부족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공부하고 

있음에도 아는 것이 너무 적습니다. 암기하라 하기 이전에 이해시켜 주어야 하고, 이해시키려면 개념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빨리빨리 암기하라고 윽박지를 뿐 스스로 생각하여 깨달을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께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수학만큼은 혼자서 할 수 없고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더 큰소리로 오히려 수학만큼은 혼자 해야 실력이 향상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수학은 실용적인 학문이기도 하지만 ‘사고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공부, 

머리에 쥐 나라고 하는 공부입니다. 운동선수가 땀 흘리지 않고 지구력과 근력을 키울 수 없는 것처럼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하는 과정 없이는 사고력도 기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혼자서 낑낑거리며 궁리할 때 머리에 쥐가 나는 것이고 그것이 사고력을 향상하는 일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합

니다.  

 그렇습니다. 사고력은 선천적 능력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길러지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체력을 기르고 싶다면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듯,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싶다면 평소에 머리 쥐 나는 훈련을 많이 해야만 합니다. 강의를 듣고 있을 때에 두뇌 활동이 활발할까요? 아니면 책을 보면서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려 노력할 때에 두뇌활동이 활발할까요? 홀로 1시간 동안 문제를 붙잡고 씨름할 때와 1시간 동안 강의를 들었을 때, 언제 더 피로하던가요? 그렇습니다. 혼자서 문제를 풀 때 훨씬 많은 피로를 느낍니다. 혼자서 낑낑될 때 두뇌 활동이 활발하다는 증거이지요.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공부보다 책을 가지고 스스로 하는 공부가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르는데 어떻게 혼자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르면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큰소리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컴퓨터게임 잘하는 아이들 누구에게 배워서 잘할까요? 축구 잘하는 아이 누구에게 배웠을까요? 배워서 잘하는 아이 없습니다. 열심히 많이 했기 때문에 잘하는 것입니다. 공부 역시 선생님이 알려주는 내용 책 속에 몽땅 다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책을 참고하면서 혼자서 낑낑대다 보면 분명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비효율적이라고요? 아닙니다. 배워서 알게 된 10개의 지식은 수명도 짧고 활용도도 낮지만 스스로 탐구하여 알게 된 3개의 지식은 수명도 길고 활용도도 높습니다. 꼬마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울면서 일어나지 않지만, 혼자 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울지도 않고 곧바로 일어나 가던 길을 씩씩하게 걸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굳이 누군가에게 꼭 배워야 한다면 선생님보다는 친구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무래도 어렵고 거리감이 있기에 대충 알면서도 완전히 알았다고 대답하게 되고 궁금하더라도 끝까지 캐묻지 못하지만 친구에게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면서 끝까지 캐물을 수 있어 완벽하게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르쳐 주는 친구에게 미안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가르치는 친구 역시 가르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으니까요. 

 가르치는 시간에는 정신이 집중되는 것이고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되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게 됩니다. 가르치는 것이 곧 공부하는 것이 되니까요. 수학능력시험 점수는 공부하는 시간의 많고 적음보다는 얼마만큼 깊게 생각하였느냐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이유이지요. 수학 문제를 풀 때 잠깐 생각해 본 다음 어렵다고 중얼거리면서 부리나케 해설지를 펼쳐 보아서는 안 됩니다. 영어 문장을 독해할 때도 조급하게 해설지를 펼치지 말고, 문장부호까지 꼼꼼하게 보면서 생각하고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영어사전은 물론 국어사전까지 찾고 또 찾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글의 의미를 완전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어설프게 공부하면 잘 모르지만 꼼꼼히 공부하다 보면 대부분의 공부가 실생활과 관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인데, 실생활과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것도 공부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는 것도 위태롭지만,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위태롭습니다. 공자님도, ‘어찌할까? 어떻게 하나?’ 하면서 걱정만 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주자朱子 역시 의문을 적게 가지면 조금 앞으로 나아가고 의문을 많이 가지면 크게 발전한다고 하였습니다. 생각해야 합니다. 배우기 전에 생각해야 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또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하는 일은 공부에서 뿐 아니라 어떤 일에서도 보물을 찾아 쌓아 가는 아름다운 과정입니다.

 생각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모르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일이 육체노동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며,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수시로 찾아와 괴로울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압니다. 그러함에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일도 처음에는 어렵지만 습관이 들게 되면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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