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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May 30. 2024

예습이 중요한 이유

 ‘집중력 싸움이다.’ 스포츠 중계방송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집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공부에서도 마찬가지지요. 집중하지 못한 채 10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1시간이라도 집중력 있게 공부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역시 옳은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는 만큼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예습이 중요한 이유이지요. 예습하여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면 흥미가 생기고, 그 흥미는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목마른 상태에서 마시는 물이 더 달콤하고 몸에 활기를 불어넣듯,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이 알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지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당연하게 실력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설명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아야 확실하게 알겠다는 욕심으로 알려고 덤빌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알고 싶은 욕심이 지식을 만드는 원천이 됩니다. 

 예습과 선행 학습은 다릅니다. 두 가지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예습은 다음 시간이나 다다음 시간에 배울 것을 공부하는 것이고 선행 학습은 한 학기나 두 학기 이후에 배울 내용, 그러니까 오늘이나 내일 공부할 내용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내용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선행 학습의 내용은 현재의 공부와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지만, 예습은 지금 하는 공부와 연결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선행 학습이 억지로 떠밀려 수동적으로 하는 공부라면, 예습은 스스로 호기심을 가지고 뭔가를 알아내려는 노력의 과정입니다. 

 예습이 복습보다 중요한 이유는 수업 시간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예습을 하면 예습을 하지 않을 때보다 수업에 훨씬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예습 없이 수업에 임하는 것은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습은 배우게 될 내용을 완전하게 숙지하려는 목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게 될 내용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 자신이 현재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래서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까지가 예습입니다. 예습이 복습보다 힘들고 짜증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세상일이 그러하듯 힘들고 짜증스러운 만큼 효과가 큽니다. 

 공부를 잘하느냐 못 하느냐는 집중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하였습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알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하고요.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예습해야 하는 것이고, 알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도 예습해야 하는 거랍니다. 예습을 하다 보면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알 듯 모를 듯한 것도 있으며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아는 것은 알기 때문에 재미가 있어서 수업에 집중하게 되고, 알 듯 모를 듯한 것은 호기심이 생겨서 집중할 수 있으며, 전혀 알 수 없는 것은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서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욕심으로 집중하게 됩니다. 공부의 핵심은 집중력과 흥미입니다. 집중력과 흥미를 갖고 학습에 임하기 위해서라도 예습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수업 시작과 동시에 10여 분 동안 학생들에게 예습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수업 시간의 일부를 떼어 예습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예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또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예습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입니다. 예습 없이

는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선택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인 것이지요. 

 도박을 끊지 못하고 계속하는 이유는 이길 듯 이길 듯하기 때문이고, 복권을 계속해서 사는 이유 역시 당첨될 듯 당첨될 듯하기 때문입니다. 가능성 없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는 일에는 집착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공부에서 예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있어야만 그 작고 어설픈 앎을 바탕으로 수업에 집중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테니스 관련 사이트에 자주 접속하고, 시간이 허락되면 테니스 코트를 찾아가 다른 사람들의 시합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7, 8년 전만 해도 테니스에 단 1분의 관심도 쏟지 않았던 제가 이렇게 바뀐 것은, 테니스를 조금 할 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모를 때에는 재미는커녕 관심도 없었는데 조금 할 줄 알게 되니 더 알고 싶고, 알게 되니 더 많은 재미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마중물’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수도가 보급되기 전, 집 마당이나 마을 중앙에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가 있었는데, 물을 끌어올리려면 반드시 먼저 윗구멍에 물을 부어야만 했고, 그때 붓는 물을 마중물이라 하였습니다. 땅속에 아무리 많은 물이 있다 해도 마중물을 붓지 않으면 물을 끌어올릴 수 없습니다. 공부에서도 마중물이 필요한데 예습이 바로 마중물입니다.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준비가 있어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를 공부에 적용한다면 ‘예습을 해야만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예습 없이 수업에 임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다름 아니다’이겠지요. 모르니까 재미없고 재미없으니까 관심 없고 그래서 계속 모르게 됩니다. 알면 재미가 넘치고 거기에 관심이 더해져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고요. 

 공부를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집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잡념이 많기 때문입니다. 잡념을 몰아내고 집중력을 키우는 데 예습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예습은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를 아는 것,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예습입니다. 예습한 내용을 완벽한 지식으로 만드는 일은 수업과 복습을 통해 하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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