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승호 Jun 10. 2024

집중력은 충분한 수면에서

 지난 4월 세상을 떠나신 홍세화 선생님께서는 프랑스에서 생활할 때, 자녀들 때문에  두 번 학교에 불려 간 적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이유는 자녀가 학교에서 졸았기 때문이었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불려 가다니?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거의 매일 학교에 소환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공부하느라 늦게 자는 아이들도 많고, 스마트폰과 노느라 잠을 적게 자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잠을 적게 잔다는 것은 정상적인 컨디션을 포기하는 일이기에 무척 안타깝습니다.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3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맑은 머리로 집중력을 

발휘하여 1시간 공부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하는 것이 안타까워 아이들을 야단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종일 졸고 자기를 반복합니다.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화까지 납니다.

 오락을 위해 늦게 자는 것뿐 아니라 공부하느라 늦게 자는 것도 눈앞의 욕심에 급급해 자신을 망치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공부하는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맑지 않은 정신으로 공부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졸지 않는 것을 맑은 정신과 동일시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데 이것 역시 큰 착각입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 상태라야만 맑은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집중력과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충분한 수면입니다. 최소 7시간 잠을 자야만 정상적 생활이 가능하지요. 잠자는 시간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에너지를 쌓는 시간인데,  에너지는 음식으로도 충전하지만 수면으로도 충전해야 합니다. 전교 20등 정도에 머물던 학생이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하였기에 비결을 물었더니, “선생님 말씀대로 평소에는 물론 시험 기간에도 11시 30분 이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 학생뿐 아니라 실제로 잠을 충분히 자서 좋은 결과를 낸 학생들을 많이 보았고 잠을 적게 자서 나쁜 결과를 낸 아이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선생인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졸았는데 졸지 않았다고 우기는 학생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 깜박 졸았기에 졸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이지요. 책상에 엎드려 자지 않았더라도, 살포시 졸음에 빠진 상태라 하더라도 공부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몽사몽非夢似夢 상태에서 공부가 될 리 만무하니까요. 공부는 정신노동이잖아요. 육체노동이라면 살포시 잠이 온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정신노동인 공부에서는 조금이라도 정신이 맑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비몽사몽, 학원에서도 가물가물, 집에서도 꾸벅꾸벅, 햇빛 아래에서도 해롱해롱, 달빛 아래에서도 흐물흐물, 침대 위에서도 흐리멍덩…. 졸면서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밤에 열심히 공부하였노라 은근히 자랑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수면 부족으로 공부의 효율이 떨어진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수업이 

재미없다며 교수법만 탓하는 아이들도 많고요. 자신을 ‘저녁형 인간’이라 칭하면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저녁형 인간’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저녁형 인간’으로 만든 것이지요. 왜 ‘아침형 인간’이어야 하느냐고요? 모든 시험이 아침에 치러지기 때문입니다. 학교 수업도 아침에 이루어지고요. ‘아침형 인간’이 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침에 잠이 오더라도 참아 내고 저녁 11시 정도에 잠자는 습관을 3주나 4주 정도 계속하면 아침에 머리가 맑아지고 밤에 잠이 잘 오게 되어 있습니다. 시험 잘 치르는 학생은 시험 전날 밤늦게까지 공부한 학생이 아니라 시험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하는 학생이라는 사실과 함께 아침형 인간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나폴레옹을 들먹이면서 하루 4시간 정도만 자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실제로 잠을 적게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4시간 정도만 자고도 공부나 생활에 지장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4시간 수면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키 

190센티미터 이상인 사람이 2퍼센트 미만이듯, 4시간의 수면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사람 역시 2퍼센트 미만입니다. 잘생긴 얼굴로 태어난 것이 축복이듯, 4시간 수면으로 생활에 지장이 없는 사람 역시 축복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4시간 수면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잠을 적게 자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간에 얼마만큼 집중하여 공부하느냐입니다. 시속 10킬로미터로 16시간을 달리면 160킬로미터를 가지만, 시속 70킬로미터로는 8시간만 달려도 560킬로미터를 갈 수 있습니다.  잠은 모든 것을 쉬게 하여 마음에 평안함을 가져다줍니다. 근심과 갈등도 해소해 주고, 피곤에 지친 육체와 정신도 달래 주며, 다음 날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힘도 만들어 주지요. 잠을 존중하고 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잠을 이기려고 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일이고, 잠을 적게 자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사람은 날개 없는 원숭이가 하늘을 날겠다고 몸부림치는 것과 같습니다. 공부에서도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합니다. 질을 높이는 가장 쉽고도 분명한 방법은 충분한 수면이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의문 품는 일이 공부의 시작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