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엄마는
엄마답지 않게 나의 눈물을 외면했다.
삶은 감자 먹고 싶다며 징징대는
아들의 아우성을 뒤로 하고
마늘이나 심지 왜 감자를 심는 것이냐는
아들의 징징거림을 미소로 받아넘기고
감자를 잘라
땅에 묻었다.
미움이 사라져 버린 여름 그 어느 날
엄마 손잡고 찾아간 밭에서
엄마는 내게 주렁주렁 매달린 감자를 내밀었다.
“이담부턴 감자 심지 말란 말 하지 않겠지?”
감자뿐이 아님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용서도, 희망도, 사랑도, 배려도, 양보도
심어야 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