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이거! 얼른 입에 넣고 가!"(엄마)
"아오! 양치 했다고~"(나)
"왜 빨리 안 와! 오늘도 늦었어!"(아빠)
"가요~ 아니 내가 아니고 엄마가 그래!!!"(나)
"조금만 늦으면 차 쭉 막혀! 나도 늦는다구!"(아빠)
"이거 가져가서 차에서 먹으면서 가 그럼!"(엄마)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가는 아침 시간이 되면
그야말로 서로 서로 목청 울리는 전시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늘 마지막까지 울리는 건
손에 호두와 잣 잔뜩 쥐어주며 보내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그만 드러눕고 살 빼라던 엄마는
한 입만 더 먹고 한 숨 푹 자라하고,
왜 이렇게 싸돌아다니냐던 엄마는
요즘은 왜 아무도 안 만나냐고 한다.
방에 들어가서 진득하게 공부하라던 엄마는
이런 날은 하루 공부도 쉬는거라고 하고,
애가 왜 이렇게 마음이 콩알만하냐던 엄마는
나보다 더 소심하게 맘졸이고 있었다.
어릴 때 엄마의 이해할 수 없는 그 변덕스러움에 대해 물으면
엄마는 "너도 나중에 니 새끼 낳아봐라. 알거다."
하고 말했다.
그런데,
내 새끼를 아직 낳기 전이지만
배 속에 있는 너로 인해
조금은 알아간다.
끝까지 호두와 잣을 쥐어주던 엄마의 마음을.
아직 내가 모르는 엄마의 마음은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