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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호호 Jan 30. 2024

[소소한 호호]제124화: 분만 과정










분만의 과정은
경이롭고
감동적이고
그리고
아팠다.

그날 진통이 시작되었고
남편과 함께 꼬박꼬박 참여한 병원 산전교실 내용을 떠올리며
진통 어플을 켜고 깨끗이 샤워를 하였다.
짧아져가는 진통 주기에 맞추어 옷을 후다닥 입고
진통이 밀려올 때는 바닥에 엎드렸고,
진통이 멈췄을 때는 계란볶음밥을 먹었다.
그렇게 병원에 가니 4cm가 열려있었고 무통주사를 맞았다.
사실 그때, 무통에 가려진 긴장과 두려움이 나를 덮쳤는데
역설적으로 나는 웃으며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보 나는 역시 씩씩한 엄마인가 봐."
"여보, 나 고통을 잘 참나 봐."
"여보 나 할 만한 것 같은데?"
아기가 다 내려왔고 분주하게 준비가 시작되었다.
잘 내려오던 아기가 갑자기 골반에서 멈춰 서서는
요리조리 나오지 않고 놀기 시작했고,
있는 힘껏 힘을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
모두 내 배 위에 올라타 아기를 꾹 꾸욱
눌러 밀어냈다.

드라마에서 보면
"으아아아악!!!!!!!!!!!!!!!!"하며
소리 지르는 분만 과정은
사실 다 거짓말이다.
골반, 그 아래의 아픔이 너무 커서
아프다고 소리 지를 힘까지
모두 아기를 밀어내는 데 써야 한다.

그날 새벽 4시부터 오후 2시까지.
10시간 동안의 일을 적어보니
신기하게도 이 몇 줄이 전부다.
아,
아기를 만나기 직전에
남편에게 나를 좀 살려달라 했던 기억이 난다.
서로 손을 꽉 쥐었고
그 말이 무색하게 모든 고통이 사라지며
아기가 내 품에 안겼다.
의사선생님께서
"내가 여기 있는데 왜 남편한테 살려달라고 해?" 웃으셨고
조산사선생님께서
"어우, 누가 보면 아빠가 아기를 낳은 줄 알겠어요." 웃으셨다.
그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남편과 나는 펑펑 울었다.
'좋았다.'
세 글자에 그 감정을 다 담기 어려울 만큼 좋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이제 세상에 내가 못 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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