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집아이가 된 할머니

by 소소호호

“할머니는 어릴 적에 어떤 딸이었어요?”


나는 어렸을 적,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말 그대로, 함께 매일을 살았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엄마, 아빠와 떨어져 갓난아기 때 제주도에 왔다. 나의 집은 할머니 댁이었고, 나의 부모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다.


어느 날 할머니의 80년지기 친구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할머니가 많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눈물이 많은 나지만, 할아버지가 하늘로 가신 그 해에 태어나고 가장 많은 눈물을 쏟았다. 할머니께 ‘할머니, 힘내셔야 해요. 눈물을 흘릴 힘을 아끼셔서 더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해요.’ 라는 긴 말은 마음속에 둔 채, 할머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물었다. 할머니가 슬픈 생각을 할 겨를도 없도록. 그것이 할머니가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 너 내 어릴 적 얘기를 들을 수 이실커라? 80년 넘은 긴 이야기를...


할머니는 네 세대의 양육을 경험하셨다. 할머니가 소녀였을 때 부모로부터 양육을 받았으며, 할머니가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되어 7남매를 키웠다. 그리고 그 자식들이 다 커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지금은 14명의 손주가 있다. 그중 할머니가 키운 손주가 모두 8명이다. 세월은 또 흘러갔다. 그렇게 키운 손주들도 어느새 자라 6명의 증손주가 태어났다. 6명의 증손주는 할머니를 “왕할머니”라고 부른다. 손주들은 증손주가 커가는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보내드린다. 육아를 하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그렇게 젊은 부모가 되어버린, 손녀들이 키우는 양육까지 할머니는 네 세대에 걸친 양육을 경험하고 있다.


네 세대의 양육을 경험한 할머니에게는 얼마나 많은 웃음과 눈물이 찾아왔을까? 할머니는 일곱명의 자식들 중 세 번째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내셨다. 2001년에는 제주도 북제주군 모범가정 표창을 받으셨다. 부모교육 강의를 다니며 나는 세상의 모든 부모가 가진 마음을 잘 안다. 잘 꾸린 나의 가정 속에서 나의 자식이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 주저앉아 울기만 할 수 없는 마음. 고단한 하루 끝에 찾아오는 웃음. 두 아들을 키우는 나또한 그 마음이 곧 삶이 되었다. 행복한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서는 부모가 행복해야 함을 안다. 이를 위해 연구하고 강의를 나가는 나또한 할머니의 삶 속에서 가르침을 받고 싶었다.


겅허면, 내가 한번 어릴 때 기억을 해보쥬.

(그러면, 내가 한번 어릴 때 기억을 해볼게.)


그렇게 나의 할머니는 다시, 제주도 지집아이(소녀)가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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