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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Kim Aug 18. 2020

호주 레스토랑 일일 직업 체험기

돈 대신 받은 피자로 마음이 풍요로워지다.

호주에서 나를 도와준 소중한 지인 몇 분이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도서관에서 언어교환을 목적으로 만났지만, 결국 나로부터 한국어 배우기는 포기하고 내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준 호주 아저씨 Mark. 

당시 아저씨는 구직 중이라 시간이 많았고 영어교육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며, 나를 실험 삼아 가르치고 싶다고 하셨다. 윈윈이 이런 거 아니겠나^_^


첫 수업에서 아저씨는 공책에 한 문장을 쓰면서 마치 수전증이 심한 사람처럼 손을 벌벌 떠셨다. 목소리에도 상당한 떨림이 있었다. 첫 티칭이라 그런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듯보였다. 

아저씨는 진심을 다해 열심히 영어를 가르쳐주셨다. 그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나는 감동받았다.

호스트 가족들과 안 좋은 일들이 있을 때도 아저씨는 내게 좋은 말동무가 되어주셨다. 내가 서툰 영어로 있었던 일을 버벅거리며 말하면 상대방은 아마 달팽이 경주를 지켜보듯 속이 답답해 짜증이 날만도 한데, 아저씨는 늘 한결같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경청했다. 내 상황을 딱하게 여기시며 조언도 해주시고, 두 팔 걷고 도와주시려고 하셨다. 


하루는 내가 레스토랑이나 카페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큰 의미 없이 내뱉은 말에,

바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나에게 '체험 삶의 현장'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너무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가서 괜히 폐 끼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지인 찬스로 생긴 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레스토랑은 우리 집에서 아주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버스를 3번 정도 갈아타야 하는 머나먼 곳에..

그래서 아저씨가 자차로 나를 직접 태워다 주셨다.


피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규모가 꽤나 큰 레스토랑이었다. 많은 현지 스태프들이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처음 보는 유일한 동양인인 나에게 아주 친절히 대해주었다. 휴우... 다행이다.

가기 전부터 너무 쫄아있었나 보다. 지금껏 경험한 호주 생활에서 그리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해 생긴 트라우마의 일종이겠지. 혹시나 영어를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혹시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전달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등의 걱정거리들로 시작도 전에 내 어깨가 반틈 정도 사라졌다. 기가 죽어서^^

그런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가족같이 일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긴장이 조금 풀렸다.


손님이 많은 금요일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꽤 바빠 보였다. 

사장님은 내게 레스토랑의 구조와 해야 할 일들을 간단히 설명해주셨다.

당연히 초짜인 내게 큰 임무가 주어질 리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손님이 떠난 테이블을 치우고, 살균 세척된 유리잔과 접시의 물기를 닦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새로운 일을 경험하는 이 자체가 내겐 의미 있고 재미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른 직원과 함께 접시를 닦으며 자기소개를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몸매로 보나 얼굴 로보나 너무나도 성숙해 보이는.. 그래서 당연히 언니라고 생각했던 이 여인이 나보다 6살이나 어린 18살이라고 했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헐~~~~~~~~~~~~~~" (미안)

내가 놀란 만큼이나 이 친구도 내 나이를 듣고 같은 반응을 보였다.

"NO WAY~!!!!!!!!" 말도 안 돼.


ㅎㅎㅎㅎㅎㅎ 응 말도 안 된다 진짜..


즐겁게 일을 마치고 밤 9시가 되었다.

사장님이 내게 다가와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녀에게는 이미 많은 직원들이 있다고.. 그리고 설사 내가 일을 하게 된다고 한들, 밤늦게 마칠 테니 멀리사는 내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일을 구할 생각이면 자기가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분명 취업목적이 아니라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간 것인데,  마음씨 착한 사장님은 혹시라도 내가 상처 받을까 봐 배려라는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해서 말씀해주신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역시 끼리끼리 논다더니 마크 아저씨 친구분답게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1~2시간 정도 도와준 대가로 내게 금방 구운 아주 맛있는 멕시칸 피자를 선물로 주셨다.

스태프들이 일일이 'Thank you, Jessica'라는 문구와 함께 사랑스러운 이모티콘을 그려서 피자박스를 예쁘게 꾸몄고 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자 박스는 내 손에 전달되었다. 말 그대로 사랑이 듬뿍 담긴 피자다.

만난 지 몇 시간채 안됐는데 이렇게 이별하려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어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이 친구들에게 페이스북 아이디를 물어보았다. 간간히 연락하고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마크 아저씨가 내가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집까지 태워다 주셨다. 정말 아저씨의 무한한 도움에 어떻게 감사함을 표현할지 모르겠다. 

아저씨 덕분에 나는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에게서 오늘 받은 작은 사랑과 관심은 그동안 바닥을 치던 내 자존감을 조금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예기치 못한 만남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인연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일깨워준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만큼 보람찬 일은 없다. 


짓궂은 영국친구 Dave에게 오늘 있었던 사실을 말했더니 돈 대신 피자를 벌었다며, 노예냐고 놀려댔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지금 이 세상 누구보다도 마음이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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