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활동 시작
며칠 뒤, 마크 아저씨가 레스토랑 사장님이 써준 추천서를 받아 내게 전달해주었다.
봉투 속에 든, 고이 접힌 종이를 펼쳐보았다.
A4용지 중앙 맨 위에 레스토랑 로고가 크게 박혀있고 밑에 주소가 적혀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날짜가 적혀있고
다음부터는 추천서의 본문이 들어간다.
고작 몇 시간 일 한 걸, 세 달 동안 일했다고 써줬다. 하긴.. 하루 일한 걸 토대로 이 사람 추천한다! 고 하면 어떤 미친 사람이 쓰겠니...
제시카는 일하는 동안 예의 바르고 손님들에게 정중하며 친절했다. 항상 의욕이 넘치고 열심히 일하며 배우려고 노력했다. 이제 그녀는 집 근처로 일자리를 옮기기를 원하고, 우리는 그녀가 원하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
라는 내용을 끝으로 사장님 이름과 사인, 직함, 폰번호가 기재되어있었다.
괜히 찡해졌다. 이렇게 한번 본 나를 위해 굳이 시간을 내어 추천서를 써주신 사장님과 늘 필요할 때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짜짜 앙~'가 처럼 나타나 도와주시는 마크 아저씨가 너무도 고맙다.
든든한 지원군들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을 취했고, 드디어 면접이 잡혔다.
위치를 보아하니 가깝긴 한데 내가 전혀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무식하지만 또 용감한 나는 일단 찾아가 보기로 했다. 휴대폰 지도를 읽을 줄도 모르는데 구글맵을 켜고선 무작정 걸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나는 지칠 대로 지쳤다. 안 되겠다 싶어 결국 택시를 잡아탔다.
근데 이 기사양반이 일부러 미터기를 안 켜고 갔다. 정말 가까운 거리였는데^^ 나는 12불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세상 가장 비싼 면접을 보러 카페에 들어섰다.
내가 생각한 그런 카페가 아니었다. 테이크아웃 위주로 하는 음식점이다. 테이블은 기껏해야 두 개 있었다.
무언가 음침하고 어두운 기운이 웃도는 이곳.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진열되어있는 카운터 뒤로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한국 아저씨가 서있었다.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웃으며 인사드렸다.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왔어요."
아저씨는 정말 싸~~~~~~~~~한 눈빛으로 미소 한번 짓지 않고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 했다.
나는 구석에 비치된 의자에 쪼그려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고요하고 불편한 이곳에서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드디어 그의 부인이 약속시간보다 30분이 지나서야 어슬렁거리며 나왔다. 얼굴에 심술이 가득한 아주머니가
'많이 기다렸지요~?'라는 말 한마디도 없이 생긴 것처럼 무례하게 굴었다.
내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게 될 거란다. 기껏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곤 라면과 밥솥에 밥 안치기. 계란 프라이, 찜기에 야채 썰어 넣어 완성된 야채 찜이 단데??????
나는 외국인 손님들과 교류할 수 있는 서빙이나 얼마 전 배운 커피, 음료 만드는 일을 찾고 있었던 거지 주방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여기는 초밥을 포함한 여러 가지 아시안 음식을 모두 다 팔고 있었다.
심술 많은 한국인 노부부에게 주방에서 구박받으며 소처럼 일만 해야 하는 앞날이 훤히 보인다.
어떤 장소의 분위기는 거기 있는 사람들로 인해 형성되는 것 같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가 처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그 불쾌한 기운이. 딱 그들의 성격과 성향을 입증하는 듯 보였다.
반말을 찍찍하며 생전 처음 보는 노부부가 벌써부터 나를 잡아먹으려고 안달이 났다.... 내가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직접 경험한 일과 주변 한국인들이 한국 사장 밑에서 당하던 수모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안 할래요."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아 ㅡㅡ 택시비에, 시간, 에너지 낭비 제대로 했다.
하지만 첫 면접을 통해 나에게는 잠깐 흐릿해질 뻔했던 기억이 되살아났고, 구직시 피해야 하는 똥 유형이 무엇인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한국인 오너 밑에서는 일 안 할 거다. 흥칫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