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Nov 19. 2024

 명화(名畫) 속의 비밀들

미술품에 대한 최근의 과학적 연구들은 그림에 담긴 새로운 비밀들을 풀어내고 있다. 그림 아래 덧칠된 또 다른 그림, 암호화된 상징들, 혁신적인 작업 방식, 심지어는 화가 자신의 알려지지 않은 생애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서양의 대표적인 화가들의 작품 속 비밀을 찾아본다.


겐트 제단화(祭壇畵) : 얀 판 에이크(1390~1441)  

Ghent Altarpiece by Jan van Eyck



중세 네덜란드의 화가 얀 판 에이크의 걸작 ‘겐트 제단화’는 이전에는 물감에 의해 가려졌던  비밀 하나를 품고있다. ‘양의 경배’라 알려진 아래쪽 중앙 부분에 예수를 상징하는 신비한 양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이 양의 머리 부분은 여러 차례 수정되었는데 특히 양의 눈이 동물의 눈과는 달리 사람처럼 그려짐으로써 신비감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보통의 양의 머리로 다시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왜 판 에이크의 사실적 화풍이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의 이론에 따르면 렌즈나 볼록 거울을 이용해 이미지를 더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거울의 사용은 에이크의 대표작인 ‘아르놀피니의 결혼’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은 볼록거울이 르네상스 시대에 사용되었다는 근거로 배척당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기법은 에이크가 활동하던 시절에도 널리 퍼져있었고 다만 화가들의 직업적인 비밀로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최후의 만찬,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The Last Supper by Leonardo da Vinci



예수와 그의 열 두 제자들을 그린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2003년 소설가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가 출간된 이래 최근까지도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이 그림은 다 빈치의 시대에는 가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는 명료한 구도와 원근법의 사용으로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 빈치는 벽의 한 지점에서 직선으로 이어진 선 안에 모든 인물들을 배치하고 있다.


다 빈치는 젖은 벽토 위에 빠르게 그림을 그리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템페라 물감(물감에 달걀노른자와 같은 물에 녹는 접착제를 혼합해 만드는 염료)을 사용하려 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밀란 수도원의 원장이 그림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불평을 하자 화가 난 다 빈치가 배신자 유다의 얼굴로 수도원장의 얼굴을 그리겠노라 협박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다 빈치는 밀란의 교도소에서 좌측에서 다섯 번째에 앉은 유다의 얼굴에 가장 적합한 얼굴을 찾아내었다. 전문가들은 ‘다 빈치 코드’와 같은 소설 등을 통해 제기된 여러 음모론 특히 예수의 왼편에 앉은 사도 요한이 사실은 예수를 따르는 여성 막달라 마리아라는 얘기는 전혀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족제비를 안은 여인 : 레오나르도 다 빈치

Lady with an Ermine by Leonardo da Vinci



‘족제비를 안은 여인’은 세 가지 다른 버전을 보여주고 있다. ‘족제비가 없는 것,’ ‘족제비의 털이 회색인 것,’ ‘족제비의 털이 흰색인 것.’ 사실 족제비는 나중에 그려 넣은 것이었고 따라서 그림은 그저 ‘한 여인의 초상’이었던 것이다.  


모나리자 : 레오나르도 다 빈치

Mona Lisa by Leonardo da Vinci


          왼쪽이 나중에 발견된 모나리자


다 빈치의 그림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은 그저 추측에 불과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최후의 만찬’에서의 인물 배치는 음악의 악보라는 추측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의 작품 ‘모나리자’만큼 다양한 소문과 억측이 많은 것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모나리자의 비밀스러운 미소와 옅은 눈썹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림과 관련된 근거 없는 많은 이야기들은 미술사 연구의 영역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제2의 ‘모나리자’가 발견된 것이었다. 현재 루브르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의 존재는 2012년이나 되어서야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개인의 소장품으로 거의 공개 전시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스틴 성당의 벽화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

Frescoes in the Sistine Chapel by Michelangelo Buonarroti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가 아니라 조각가’로 자처하였다. 하지만 그가 그린 시스틴 성당의 유명한 프레스코에 여러 가지 비밀을 담아두었다. 천장 꼭대기에 그려진 그림들은 너무 높이 있어서 그다지 정교하게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


오늘날 널리 알려진 바로는 ‘아담의 창조’에서 천사로 둘러싸인 신은 뇌의 절단면과 지극히 흡사한 배경 속에 등장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는 해부학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던 시절이었으므로 많은 연구가들은 그 모습이 의도적으로 그려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 맥락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아직도 논쟁 중이다.


한편 성당의 다른 그림에서는 교황 율리오 2세를 두 천사와 함께 있는 예언자 자카리아스로 묘사하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을 혐오했고 그런 이유로 자세히 보면 두 천사들 중 한 천사가 교황을 향해 속된 손짓(오늘날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 고로 성당 벽의 프레스코 ‘최후의 심판’ 가운데 율리오 2세로 여겨지는 인물이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것은 놀랄 일도 아닌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 프레스코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수정 작업 끝에 이루어졌다. 그는 벽화의 모든 인물들을 나체로 그렸다. 하지만 동시대의 성직자나 많은 사람들 눈에는 매우 생경한 모습이었다. 이런 이유로 미켈란젤로와 동시대 화가였던 다니엘레 다 볼테라에게 그림 속 인물들에게 최소한의 의상을 입히라는 임무가 주어졌던 것이다. 이로써 그는 ‘팬티 화가’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하였다. 이후 복구 작업을 통해 원래의 상태로 복원되었다.


류트 연주자 :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

Lute Player by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극명한 명암대비와 사실적 표현으로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이태리 화가 카라바조의 1595~96년도 작품 ‘류트 연주자‘는 몇 개의 버전으로 알려져 왔다. 그중 유명한 것은 러시아의 에르미타주(Hermitage) 박물관과 뉴욕의 윌덴슈타인 컬렉션(Wildenstein Collection)에 전시된 두 작품이다. 그림 속 연주자는 오랫동안 여성으로 알려져 왔다. 여전히 그 성별에 대해 논쟁이 계속되지만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연주가가 젊은 남성이라고 여기고 있다. 가슴이 평평하다는 점도 있으나 특히 카라바조의 다른 작품들 ’과일바구니를 든 소년‘이나 ‘도마뱀에 물린 젊은이’에 등장하는 그의 친구 마리오 미니티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카라바조는 빛에 민감한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흰색 페인트와 반딧불이 가루 혼합물을 이용해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일시적인 야광 모사본을 만들고 그것을 시각적인 스케치로 변화시키는 일종의 원시적인 사진술의 기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카라바조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 즉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조와 극 사실적인 표현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는 이러한 기법을 사용한 최초의 화가였으며 이는 바로크 미술을 규정하는 특징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종교적, 신화적 장면에 일반인 모델을 등장시켜 사실성과 즉시성을 강화시키기도 하였다.    


야경(夜警) :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

Night Watch by Rembrandt Van Rijn


렘브란트의 야경(夜警)은 암스테르담 민병대원들을 그리고 있다. 그 민병대는 야간 순찰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래의 그림과는 달리 오랜 세월 동안 먼지가 쌓여 원래 어두웠던 그림이 더욱 검어지면서 밤의 배경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림의 제목은 ‘야경’ 즉 밤의 순찰이 아니라 ‘낮의 순찰’이 되었어야 했다.  최근의 기술로 면밀하게 조사된 바로는 나중에 덧칠된 그림 아래로 스케치가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 그림 외에도 렘브란트의 ‘한 남자의 초상’ 역시 겉의 그림 아래에 미완성 그림이 숨겨져 있었다.  


열린 창문에서 편지를 읽는 소녀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 by Johannes Vermeer


오른편 그림 상단 배경에 큐피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페르메이르의 이 그림에는 원래 배경에 나체의 큐피드를 등장시키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사랑의 연서를 읽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그림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빈 벽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순결의 이미지로 해석되어 왔다. 그의 대표작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초상화가 아니라 ‘트로니’(tronie)라 불리는 상상 속 인물화였다. 이는 특정한 타입의 인물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 그림에서는 이국적인 옷과 동양식 터번 그리고  커다란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를 그려내고 있다. ‘빛의 대가’라 불렸던 페르메이르의 가장 유명한 이 작품에서는 소녀의 부드러운 얼굴빛, 은은히 반짝이는 입술, 그리고 진주귀고리로 빛의 조화를 보여준다.  



별이 빛나는 밤 :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Starry Night by Vincent Van Gogh    


그림 속에 감추어진 비밀들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뇌의 절단면처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물리학에서 얘기하는 난류(亂流, turbulent flow)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난류’는 유체의 각 부분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불규칙한 운동을 하면서 흐르는 강하고 급속한 움직임을 말하는데 오늘날에도 아직 과학적으로 해답을 찾지 못한 문제이다. 그림 속 하늘에 회오리처럼 그려진 그것이 난류의 움직임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많은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고흐 역시 캔버스 위에 덧칠하여 그림을 그렸다. 당시 캔버스가 매우 비쌌으므로 가난한 고흐 역시 제자들의 그림 위에 정물화나 풍경화들을 덧칠해 그렸던 것이다. 그의 그림 ‘계곡’(Ravine, 1889) 아래에서 ‘야생 초목’(Wild Vegetation, 1889)이라는  다른 그림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계곡(Ravine)

   '계곡' 아래에 그려져 있던 그림 '야생 초목'


고흐의 작품 속 밝은 색채들은 산업혁명의 결과 얻게 된 20가지 새로운 물감의 덕택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그 당시의 물감들이 납이나 수은, 비소 등의 독성 물질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최근의 연구가들은 반 고흐의 광적인 발작 증세가 이에서 유래된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밤의 카페테라스 : 빈센트 반 고흐

Café Terrace at Night by Vincent van Gogh


고흐가 1888년 그린 이 그림은 그가 1890년 사망 전에 몇 년간 살았던 프랑스 아를 마을의 한 카페를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이 그림이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대한 재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술 연구가 재리드 벡스터(Jared Baxter)는 그림을 시작하기 전 고흐는 대단히 종교적이었고 그의 이 그림은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모델로 하여 그린 많은 그림들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림의 중심인물은 흰색 셔츠와 앞치마를 입고 있는 긴 머리의 웨이터이고 그는 테이블에 앉은 열 두명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벡스터는 웨이터 등 뒤에 창문틀이 보여주는 십자가 모양, 어두운 밤거리에 대비되는 불 밝힌 카페, 그리고 배신자 유다를 나타내는 문가에 서있는 인물의 검은 실루엣 등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