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조던 : 침묵하는 모든 소수자(少數者)들에게 호소함
Calling on All Silent Minorities
June Jordan(1936–2002)
HEY
C’MON
COME OUT
WHEREVER YOU ARE
WE NEED TO HAVE THIS MEETING
AT THIS TREE
AIN’ EVEN BEEN
PLANTED
YET
침묵하는 모든 소수자(少數者)들에게 호소함
준 조던
이보시오
자 이제
나오시오
어디에 있든
우린 만나야 하오
이 나무에서
아직
심어진 적은
없지만
시의 어떤 줄도 제목보다 길지 않다. 하지만 호소의 내용은 너무도 분명하고 단호하다. 요즘의 세상은 누가 다수이고 누가 소수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숫자(數字)의 문제는 아니다. 이 나라에서는 가진 것이 많고 힘 있는 소수들이 다수이고 가난하고 무기력한 다수들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는 ‘적을’ 소(少)가 아니라 ‘작을’ 소(小)의 소수들에 대한 호소이다.
시는 짧지만 선동적이다. 이제 나오라 한다. 만나자 한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무엇을 하려 하는가. 이 척박하고 전도(顚倒)된 세상에서 힘없는 소수를 부르는 자는 누구인가? 심어지지도 않은 나무에서 어찌 만나자고 하는가! 다들 자신이 선 자리가 있거늘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일은 있는 것인가? 작을소 자 소수(小數)는 억압받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민중(民衆)이고 약자(弱者)들임에 틀림없지만 그들을 부르는 자는 그 누구인가?
이 시를 쓴 미국의 여성 시인 준 조던은 평생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웠던 운동가였다. 그래서 그의 부름은, 호소는 힘을 얻는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누구의 부름을 받고 있는 것인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부름인가? 이 땅의 소수들이 그 부름에 응하는 것은 진정 이 나라와 그 민중을 위한 것이 될 수 있을까? 마음에 품은 수많은 질문과 의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여야 한다. 만나야 한다. 이야기하고 행동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의 조국과 후손들을 위해 누군가의 부름이 아닌,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 그렇게 모여 민주(民主)라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