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부가 볏단으로 가득 찬 창고에서 손목시계를 잃어버렸다. 한참을 이곳저곳을 찾아보았지만 시계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농부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어려웠던 젊은 시절 아내가 푼푼이 모아 그에게 사준 생일선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농부는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아 사탕 한 봉지를 걸고 시계를 찾도록 했다. 하지만 온종일 창고를 뒤져도 시계를 찾을 수 없었다. 농부는 실망과 슬픔에 잠겼다. 그때 한 아이가 농부를 찾아와 자신이 시계를 찾아보겠노라 말하였다. 달리 방법이 없던 농부는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창고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아이가 미소를 띠며 농부를 불렀다. 아이의 손에는 잃어버렸던 시계가 들려있었다. 놀란 농부가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찾은 거니? 어떻게?” 아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전 그냥 조용히 서있었어요. 그러자 볏단 사이에서 시계 소리가 들렸죠.”
일상에서 우리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 당황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그리고 닥친 어려움에 대해 막연한 원망과 분노에 사로잡힌다.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문제를 피해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때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남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기보다는 문제로 인해 파생할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한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말이다. 차분해지기 위해 애쓰기는커녕 왁자지껄 자신이 처한 곤란을 떠벌리고 불평한다. 결코 자신이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을 당한 것처럼 주위를 향해 소리치기 일쑤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의 태도는 다르다. 그는 우선 자신이 겪게 된 어려움의 원인을 찾는다. 대개의 경우 그 원인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때로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기도 한다. 둘째, 차분하게 문제 해결의 방법을 생각한다. 가장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인식한다. 그리고 방향이 정해지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셋째, 해결의 과정을 면밀히 주시한다.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가를 아는 것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후의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를 숙고하고 대처할 방안을 생각해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설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자신의 무능을 탓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삶 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는 그것 하나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로 인한 결과에 책임지고 더 나은 행동과 생각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소중한 시계를 잃어버리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고, 농부로서는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절망할 일은 아니다. 농부는 아이들에게 시계 찾는 일을 맡기고 그 결과에 실망하는 대신 자신이 시계를 잃어버리게 된 과정을 세세히 반추해야 했다. 그리고 시계를 찾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했다. 설사 찾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무능함이나 나태함의 결과가 아니어야 한다. 위의 얘기처럼 시계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의 방식일 뿐이다. 농부의 귀가 잘 안 들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나 같으면 아내에게 도움을 청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시계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내 때문이니까 말이다. 혹시 아는가. 아내의 용서를 구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