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분침이 한 바퀴 돌면
시침은 한 칸을 간다
분침이 이탈하고
시침마저 기울면
초침의 몸짓을 따라
멈췄던 시간이 흐른다
서 있으나 움직이는 것,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게 제 자리를 붙들고 있다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바뀌고
사람이 늙고
사랑이 떠나가도
한 번도, 무엇도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시곗바늘처럼
멈춘 듯
변해가는 모든 것,
소리, 풍경, 얼굴, 마음
움직이지 않아도 변하는 것들,
똑딱거리는 초침 소리만
세월을 향해 손짓한다
오늘도 내 하루는
시계처럼 제 자리에서
변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