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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듯 변해가는 것

by 최용훈

시계


분침이 한 바퀴 돌면

시침은 한 칸을 간다

분침이 이탈하고

시침마저 기울면

초침의 몸짓을 따라

멈췄던 시간이 흐른다

서 있으나 움직이는 것,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게 제 자리를 붙들고 있다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바뀌고

사람이 늙고

사랑이 떠나가도

한 번도, 무엇도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시곗바늘처럼

멈춘 듯

변해가는 모든 것,

소리, 풍경, 얼굴, 마음

움직이지 않아도 변하는 것들,

똑딱거리는 초침 소리만

세월을 향해 손짓한다

오늘도 내 하루는

시계처럼 제 자리에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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