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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성인간 Oct 05. 2020

헤어짐의 시작은 나였다.

근데 미련의 시작도 결국엔 나다.


추석만을 기다렸다. 이 때다 싶어 시국을 핑계삼은 나는 혼자만의 여유로운 휴일을 보낸다. 결혼을 재촉하는 친척분들의 잔소리 없이 고요한 나만의 시간이 흐른다. 세밤쯤 그렇게 여유롭게 보내니 미칠것같이 바쁘던 회사일도 마치 처음부터 까맣게 몰랐던 것 마냥 모두 잊혀져 갔다.


그런데 나는 점점 더 괜찮지 않다.

헤어진지는 벌써 세달이 흘렀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있다.


너는 참으로 괜찮아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너만 괜찮은듯 보인다.

나는 아니다.
별안간 문득 네 생각이 떠오르더니 

쉽게 잊혀질 생각을 않는다.


나와는 다르게 넌 참 괜찮아 보인다.

분하지만 다행스럽고 미안하지만 다시 분하다.

나 역시 일상생활을 못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맑고 보송한 가을하늘 아래 

나의 하루만이 이렇게 질척질척 한 것 같다.


먼저 세차게 뿌리친것도 

지쳐 나가 떨어졌던 것도 나인데,

결국에 이렇게 미련의 시작도 내가 한다.


메신저의 대화입력창을 몇번이나 썼다 지운다.

‘건강히 잘 지내니?’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송버튼은 누르지 않았다. 연휴끝의 터질듯 답답한 가슴의 출근길, 차가운 이성으로 안도의 숨을 내쉰다.


다행이다.


긴 연휴 끝 미칠듯 바빴던 오늘, 다행히 숨막힘과 피곤함에 네 생각도 흐려졌다. 부디 내일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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