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한다.
여행하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가족, 친구 등 내 주위의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편지를 보냈다. 그 도시에서 파는 예쁜 엽서를 고르고 골라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카페에 앉아서 한 문장씩 써 내려갈 때면 여행하고 있는 그 순간이 실감 났다. 특정 나라에 꼭 가보고 싶다던 친구에겐 될 수 있으면 그 나라에서, 아니면 내가 그곳을 여행하며 생각났던 사람에게 즉흥적으로 편지를 썼다. 대체로 유럽에서 보낸 편지들은 잘 도착했지만, 이집트나 남미 쪽에서 보낸 편지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편지도 있다. 때문에 그 편지가 언제 어디로 잘 도착할지 확신은 없지만, 제대로 도착하기를 바라며 그 나라를 떠나기 전에 항상 엽서를 부쳤다.
여행 중에는 지인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편지를 썼다. 여행을 마친 후 내가 받을 수 있는 편지를. 사실 그때 썼던 편지를 보면 생각보다 별 중요한 말이 쓰여 있진 않다. 그러나 그 순간에 내가 느꼈던 기분이 문장이 되어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을 보면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음악, 그림, 사진처럼 편지도 여행을 추억하는 하나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그 생각을 말로 꺼내는 것, 더 나아가 글로 적는 것은 모두 그 행위를 하는 자신에게 새로운 느낌을 준다.
편지를 쓰는 것은 그런 의미로 보면 내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고정해놓는 것이다.
친한 언니는 매해 자신의 생일날 5년 뒤의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고 한다. 그 당시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은 너무나 다른 사람이기에 5년 전 어린 자신에게 위로받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일종의 다른 사람이라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나를 매우 아껴주는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받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나도 내 생일에 편지를 쓰려고 한다. 그 편지를 보는 나는 5년 뒤의 나라서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겠지만, 편지를 보며 지금의 나에게 애틋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편지 속에는 나의 기쁨, 슬픔, 새로움과 두려움까지 다양한 감정이 단어와 문장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내가 생생히 살아나겠지.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가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여행이 아니더라도 새해를 기념하여 소중한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제 콘텐츠의 모든 사진은 여행 중에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