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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빡빡이 Aug 18. 2023

그래서 왜 이별했는데? EP.01

나의 정신 개선 프로젝트-전남친 편

이 글은 나의 정신 개선을 위한 글이다.

이 글은 새로 시작한 연애를 건강히 오래 하기 위한 글이다.


나는 한 많은 유령처럼 내 머릿속을 맴도는 그를 떼어놓기 위한 이 시도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다.

연속될 글들이 모두 마무리되었을 때

나는 그토록 원하던 모습이 되어 있기를.






한 번씩 기분이 우울할 때 떠오르는 전남친의 말들이 몇 가지 있다. 평소에 기억하려 하면 떠오르지 않는 이 말들은 풀숲에 숨어 엉덩이를 흔들며 먹이를 노리는 호랑이처럼 호시탐탐 나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달려들어 내 목덜미를 물어 뜯는다.



"내 모든 행동이 너를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마."

 사귄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그가 내게 했던 말이다.


 우린 사귀고 처음 맞는 학교 축제를 구경하고 있었다. 광장 안 푸드트럭에서 조각 피자를 파는 걸 본 그가 줄을 서지 않겠냐고 물었다. 연애 후 전보다 살에 대한 걱정이 늘었던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그가 배가 고파서 피자를 먹자고 한 줄 몰랐다. 학교 안에 들어오기 전에 지나친, 그가 좋아하는 핫도그 가게를 가리키며 먹지 않겠냐고 물었던 내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피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었고, 그는 내가 피자를 먹으며 좋아하는 모습에 반했기에 나는 당연히 그의 제안이 나를 위한 것인 줄 알았다.


눈치가 빨랐던 그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바로 알아챘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제안을 나를 위한 제안인 줄 착각하고 거절한 내게 기분이 상해, 저 말을 뱉었다.


 저 말을 듣고 나는 당혹과 무안, 수치를 느꼈다. 내 행동이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애써 당황스런 마음을 달래며 왜 거절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핫도그를 거절한 것이 그제야 떠올랐는지 나처럼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명만 늘어놓을 뿐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는 사과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몇 년 흐르고 그가 다른 여자와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내게 들켰을 때에도, 그는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변명만 늘어 놓았을 뿐이었다.



나는 나를 향한 사랑이 식은 줄로만 알았다

그와 사귄 지 3년이 되었을 때, 우린 권태기를 겪고 있었다. 아니, 나만 우리가 권태기라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틈이 생긴 것 같은 우리 사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그와 나는 말다툼을 벌였다. 그는 자신은 전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류를 느끼는 것이었다.


 말다툼이 반복될수록 나도 그도 지쳐갔고, 나는 결국 내가 느끼는 감정 때문에, 나 때문에 우리 둘 사이가 벌어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전과는 다른 우리를 목격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불안이 만든 착각과 과장이라 치부해 버렸다. 내가 말을 꺼내지 않으니 더 이상의 말다툼은 없었다.


 사귀는 연차가 쌓였지만 나는 그를 정말 사랑했다. 원래 주위에 사람을 많이 두지 않고, 한정된 사람에게만 정과 사랑을 쏟는 편이라서 그런지 연애 연차가 사랑을 흐리게 만들지 못했다. 당시 그는 취업을 위해 학원을 다니려 상경한 지 얼마 안 됐었는데, 생각보다 공부가 잘 맞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가 안쓰러워, 전과 같다던 그의 말과 현저히 짧아진 데이트 시간, 횟수까지 참고 견뎠다. 그땐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


 나의 상황 역시 만만치 않게 힘들었으면서도 나는 나보다 그를 챙겼다. 나는 상경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평일에는 알바를 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와 부동산을 보러 다녔다. 언니와 함께 살아야 하는 집을 구해야 했는데, 낮 동안 집을 보러 다니며 괜찮은 후보를 추린 후 저녁애는 알바가 끝난 언니와 후보로 뽑은 집을 한 번 더 보러 다녔다. 깐깐한 언니의 눈에 드는 집을 찾기란 어려웠다. 나는 주말 동안 뜨거운 태양 아래서 집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일요일 밤애는 알바를 하러 집으로 내려가는 일정을 두 달 정도 수행해야 했다. 부동산을 보러 서울에 올 때마다 그의 집에 머물렀다. 어떠한 데이트도 없었고 잠만 자는 거였지만, 몇 달에 한 번 얼굴을 보던 전보다 자주 만나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집 보러 다닌 지 두달쯤 되던 어느 토요일 밤, 금요일에 전화를 돌렸던 집이 모두 언니에게 퇴짜를 맞았다. 나는 일요일에 보기로 한 집을 위해 그의 집에 들렀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가 여느 날과는 달리 나보다 먼저 잠에 들었다.


 그가 잠들고 얼마 있지 않아 징징-하고 그의 폰이 울렸다. 트위치를 애청하던 그는 알람을 켜두는 편이었는데, 나는 이 진동 역시 방송 알람일 거라고 생각하며 무시했다. 그런데 지잉지잉-하는 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이 소리는 알람 아니라 전화였다. 당시 시간은 2시, 그 시간에 그에게 전화가 온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낯섬을 인식하긴커녕, 오랜만에 일찍 잠든 그가 깰까 얼른 핸드폰을 주워 들었다.


낯선 여자 이름이 핸드폰에 찍혀 있었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난 우리 둘 사이에 모르는 지인은 없었다.


'뭐지.'

'누구지.'


나는 하염없이 울리는 전화기를 붙잡고 멍하니 액정을 응시했다. 조금 뒤 진동이 꺼지고, 같은 여자 이름으로 카톡이 왔다.


[왜 전화 안 받아?]


그제야 인기척을 느낀 그가 일어나 내 손에 있던 폰을 빼았았다. 처음 보는 그의 당황한 표정, 그때 나는 직감했다.


아, 이거 보통 전화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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