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나 선행은 그 다음이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중1, 중3의 한국교육 공백은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학군지에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할 터였다.
웬디는 중간고사 기간 동안 울고 웃고를 반복했다.
약 일주일간 이어지는 시험도 처음인 데다가 시간은 부족하게 느꼈을 테니 불안감 역시 컸을 것이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날 웬디는 공부가 안된다며 엄청 울어버렸다.
"엄마, 나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시험을 어떻게 보지?"
"웬디야 어차피 이번 시험에 모든 승부를 건 게 아니잖아. 지금까지 공부한 부분만 다시 확실하게 반복해. 못한 부분은 놔두고. 한 번만 보는 건 안 본 거랑 마찬가지야. 불안해도 이번에는 기본문제만 맞는 걸 목표로 하자"
공부다운 공부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웬디는 무엇보다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최상위 심화와 기출문제, 그리고 학원에서 나눠주는 각종 프린트물을 풀어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웬디는 불안해했다. 저녁에 엄마와 얘기를 나누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서 다시 중심을 잡곤 했지만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보면 또다시 불안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공부가 잘 안 되다며 결국 울음을 터뜨린 웬디를 보고 캘리는 그 모습이 귀여워 슬며시 웃음이 났다.
공부 때문에 우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웬디~ 네가 공부 때문에 운다는 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야. 그 울음은 네가 공부욕심을 내고 노력하고 있는데 마음처럼 잘 안되니 속상하다는 뜻이거든."
엄마의 말을 듣고는 그제야 맞는 것 같다며 피식 웃는다.
"엄마, 사실은 내가 수학선생님한테 나에 대해 말씀드리고 이번 시험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거든. 그랬더니 일단 이번 시험에서는 다른 거 보지 말고 교과서랑 부교재만 반복해서 풀어보래. 엄마랑 똑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
"선생님이 웬디가 지금 해야 할 공부를 정확히 짚어주셨네. 친구들이 어떤 걸 하든지 웬디는 교과서랑 부교재만 봐. 그것만 해도 지금은 벅찰 거야. 어려운 문제 2-3개 맞추자고 심화문제집이랑 씨름할 필요 없어. 이번 시험에서의 전략은 네가 풀 수 있는 기본 문제만 실수 없이 다 푸는 거야. 알았지?"
"우리 학교 시험문제 진짜 어렵다는데 그러다가 반도 못 맞으면 어떡해"
"괜찮아. 결과는 신경 쓰지 마. 그리고 기본만 다 풀 줄 안다면 반은 맞으니까 걱정 말고"
"알겠어. 해볼게"
캘리는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이런 스트레스를 주려고 학군지를 선택한 건 아니었다.
그저 좋은 면학분위기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귀국 후 적응하기 좋을 거라 생각했다.
내신등급을 걱정했다면 이렇게 등급 따기 어려운 학교를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런 면에서는 웬디와 핸리 둘 다 학교도 맘에 들어하고 친구들도 다 좋아했다. 반친구들이 너무 착한 거 같다며 지금까지 다닌 학교 중에 가장 좋다고 말할 정도였다. 학교 다니는 게 재미있다고 몇 번을 얘기했는지 모른다. 친구들이 좋으니 더욱 함께 어울리고 싶어 친구들의 관심사를 따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친구들의 관심사는 자의건 타의건 공부니까 웬디와 핸리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걸 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 그전에는 공부에 큰 욕심이 없던 아이들이었다. 캘리는 그런 아이들을 억지로 공부시킬 마음도 없었다. 본인의 의지와 동기가 없는 공부는 얼마 못 간다는 걸 알고 있다.
아무리 면학분위기가 좋다고 해도 본인이 학업에 관심이 없으면 이렇게 눈물 흘리며 노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캘리는 아이들이 공부만 하길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공부할 필요 없다며 말리고 싶지도 않다. 그저 아이들이 노력하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그게 어떤 것이든 도와줄 것이다.
다만, 공부만큼은 서두르지 말고 기본부터 탄탄하게 다지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공부 말고도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은가? 기초를 다지는 일이 가장 어렵고 지루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 단계를 소홀히 하고 넘어가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쌓아야 할 것이다.
캘리는 아이들의 공부속도가 느리더라도 그 부분만큼은 기다려 줄 생각이다.
반드시 고등학교 3년 안에 이룰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