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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May 24. 2024

믿음에 억눌려 삐져나온 성욕

Junia의 이야기

어째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Junia는 황금테 안경에, 눈에 띄는 하얀색 장미묵주를 하고 찾아왔다.

"내가 미쳐가는 것 같다"라는 이유로 심리치료에 의뢰되었는데, 그녀가 원치않는 성적인 망상들이 침습적으로 자꾸만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것이 주 호소문제였다.  


주변에 성적으로 매력적인 남성이 지나가면 그 남자의 신체일부(목젖, 손등,어깨근육 등)가 도드라지게 보이며 자신또한 해당부위가 저려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해당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망상이 들곤 하는데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역적으로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하루의 대부분을 그런 망상이 자신을 괴롭히지 않도록 집중해야 했고, 자신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 무서워 현재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고 하였다.


지나가듯 "내 눈깔을 식칼로 후벼파버리고 싶다"며 언급하곤 했는데, 그녀가 가지는 성적인 망상이 자신이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제불가능한 무의식적 요소가 내제되어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무언가 찌르고, 베어내는 것에 대한 묘사를 주로 함을 통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억압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그녀의 자아이질적인 요소가 무의식적인 요소로부터 귀인되어있음을 알 수 있으며, 성격형성 과정에서 일어난 삶의 사건과 그녀의 망상을 대조해보며 어떻게 해당 망상이 일어나며 억압하게 되었는지 탐색해봐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자신을 "한때는 방탕한 탕녀였다"고 표현한 그녀는 30대 중반이었으며, 짙은 다크서클에 눈가 주름이 눈에 띄었다. 안경을 쓴다는 점과, 눈 주름이 많고 검사 과정 중 글씨를 읽기 위해 검사지를 집중해서 쳐다본다는 것이 시력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해당 부분에 대해 언급하니 그녀는 자신이 저녁에 촛불을 키고 성경에 줄을 그어가며 읽고, 필사를 한다고 하였다. 꼭 자신의 신앙심을 증명하려는 듯,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들고다니는 성경을 보여주며 얼마나 부단히 자신이 바르게 살아왔는지 말하려는 듯 보였다.


그녀는 원리원칙대로, 그리고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신학을 전공하고 건실한 목사의 집의 딸로 자라났다.

아버지의 뜻대로 큰 성당간의 정략결혼까지 마다하지 않고 고분히 받아들인 그녀는 그 또한 신이 이끌은대로 나아가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듯 말했다.

그와 별개로,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한 듯 보인다. 남편과 결혼을 한 목적은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한 것이 전부였고, 그에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꿈도 못꿨다고 한다.


성생활 또한 원활하지 못했는데, 부부간의 성행위에 대해 묻자 "꼭 필요한 질문이느냐"며 다소 어색하며 멋쩍어 했다.(자신을 "과거에 방탕한 탕녀같은 삶을 살았다"고 표현한 것이 머릿속에 남아 성적인 요소가 핵심원인으로 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강하게 묻곤했다)


이후 회기가 진행되며, 그녀는 성관계를 할 때 마치 무언가에 압도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자신을 '호랑이에게 목덜미를 물린 사슴'으로 표현하곤 했는데, 꼼짝할 수 없으며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좋을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멍하고 벗어나고 싶은 숨막힌 경험이라 표현했다. 그것이 성폭력적인 경험이라 판단하여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 물었으나, 성폭력과는 결이 전혀 다르다며 고개를 저으며 단언했다.


부부사이의 성생활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남편이 바람을 피기 시작했을때 자신도 '당연한 일이다'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의 바람을 묵인했지만, 자신이 그것을 질책할 생각도 없었거니와 그것을 언급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가끔은, 그녀도 바람을 피고 싶다는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 하였다.


마음이 허할때면 자신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성경문구를 되뇌이며 성경 속 말 뜻을 헤아리는게 버릇이라고 했다. 어느 날 똑같이 창가에 앉아서 가만히 밖을 보는데, 창문에 기어다니는 거미 한마리가 눈에 띄더랜다. 그 때 그녀는 폭발할 것만 같은 서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거미조차도 자신이 원하는대로,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제 자리를 찾아 거미줄을 치며 집을 짓고 사는데, 이렇게 남이 정하고 올바르다고 여긴 삶을 고수하는 자신은 창문에 매달린 거미보다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내 그녀는 눈물이 죽죽 떨어지곤 했다며 남편 몰래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그 날 이후로 매력적인 남성들이 지나칠때면 자석으로 끌어당기듯이 성적으로 미친듯이 이끌린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그녀가 원치 않는 순간에도 생각나고 떠오르며 성적인 환상과 함께 일상을 방해한다는 거였다. 맨 처음에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에는 신께서 나를 시험하는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은 그녀의 삶을 망가뜨릴 정도로 점점 강해졌으며, 그녀는 자신을 그러한 '마귀의 이끌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추천받은 병원에 내원받았다고 하였다.




그녀에게 가장 쉽게 내릴 수 있는 오류는 아마 성적인 병리적성격으로 진단하는 것이다.(특히 망상장애)


Junia가 현재 겪고 있는 망상은 비록 성적인 망상인 주제가 반복되고 있으나, 진단을 내릴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을 환자가 겪고 있느냐가 아닌 어떤 병리적인 방식을 환자가 지니고 있느냐이다.


성적인 망상 내용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문제의 내용이며, 이것은 심리치료와 상담을 통해 해결해나갈 문제이다. 진단을 통해 그녀가 어떤 약물을 처방받을 것인지와 그녀의 보험(미국 주마다 상이할 수 있다)사에서 다루게 될 문제들이다.


이 두가지를 명확히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향후 환자의 식별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녀는 충분히 자신을 돌아볼만한 병식이 있으며, 자신의 문제에 대해 침습적인 망상이 무엇이고 어떻게 망쳐가는지 알고 있다. 현재 신경증적인 그녀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성적 카텍시스의 억압으로 인한 강박성 사고를 고려해야 한다.


진단명 : F42.0강박성 사고 또는 되새김(Predominantly obssessional thoughts or rum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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