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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Aug 29. 2024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서

Josephine의 이야기

가난할지라도 만족한다면 그것이 바로 부자일지니
- 셰익스피어 -



아랍계 여성인 Josephine은 히잡을 두르고 얼굴을 가린채 상담실을 방문했다.

그녀는 30대 중반의 여성이었고, 온 몸에 보석을 치장한 채로 방문했다.

특이한 점은, 그녀가 둘러맨 자그마한 가죽가방을 마치 소중한 보물인 듯 상담회기 내내 껴앉고 있었는데, 속에는 책과 일지, 그리고 반지들이 있다고 했다.

상담 시작 전 그녀에게 커피나 녹차를 권유하면 그녀는 "입에 대기도 싫은 서양문물"이라며 한사코 거절했으나, 회기가 진행되며 친밀감이 형성될수록 "티백이 아닌 녹찻잎으로 우린 찻잎도 있느냐"며 말을 건냈다.


그녀는 자신의 강박적인 수집욕에 대해 상담을 받기를 원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그걸 종류별로, 색깔별로 구매해서 수합해 진열해야 성미가 풀린다고 한다.

그게 수집욕구나 낭비벽은 아닌 것이, 자신이 원해서 하는것이 아니라 '그래야만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라며 말했다.


최근에 그녀는 과일 음료에 빠져 냉장고 안을 색깔별로 오와 열을 맞추어 진열해놓는데 온 정신을 전부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 노력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녀는 과할정도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정리정돈하며 팔이 아려올때 쯤 그녀는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생각에 상담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Josephine은 어릴 적에, 언젠가 자신의 부모님의 방에 들어가 보석함을 열어본 적이 기억난다고 했다.

그녀는 검정색 흑요석으로장식된 보석함에 반지, 귀걸이, 목걸이 등을 모아놓곤 했는데 그걸 가지고 노는 것이 Josephine의 어릴 적 유일한 취미 생활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Josephine의 모습이 어린 여자아이들의 당연한 놀이 중 하나라고 여겼다. 


으레 어린시절의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남자아이들은 장난감 병정놀이를 하고, 여자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며, Josephine은 보석을 치장하며 자신을 상상 속 공주역할을 하면서 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Josephine의 생각은 달랐다.



Josephine은 자신이 여러 보석으로 치장된 장신구들을 처음 보았을 때, 처음 느껴보는 매료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장 자신이 마음에 들어했던 보석은 쟃빛이 감도는 붉은 루비 반지었는데, 그 반지를 끼고 있노라면 자신이 영적 힘을 다루는 마술사가 된 것 같다는 망상을 하곤 했다.


Josephine은 살짝 부끄러운듯 "왜요, 어린 아이들이 다 그러잖아요"라면서, 자신이 어릴때 보석을 가지고 놀면서 반지와 목걸이마다 보석속에 깃들어있는 요정이 있다고 믿었다 말했다. 각각의 요정마다 Josephine은 이름을 붙여주었으며, 제각기 영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루비 반지에 깃든 요정은 Nicolas 였는데, Nicolas는 거미왕국의 왕자로서 자신을 지켜주는 왕자님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우울하거나 부모님한테 혼나서 밖에서 울때, 혼자서 시간을 보낼때 Nicolas가 같이 곁에서 자신대신 화를 내주기도 하며 환상적인 마법을 부리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이 내용을 들은 나는 Josephine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그 말은 정말 귀여운 내용이네요. Josephine. 꽤나 귀엽기도 하면서 어린 아이가 가지고 상상할만한 귀여운 상상인걸요. 다만, 당신은 돈 문제와 관련하여 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릴 적 보석함 속 반지들을 가지고 논 기억이 해결하고자 하는 상속문제와 연관이 있는 건가요? 만약 관련이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있을까요?"


Josephine은 손을 만지작 거리더니 이내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간결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루비반지를 가지고 놀땐 몰랐죠. 그게 내 평생을 옭아매는 사슬이 될줄은요."




그녀의 아버지는 파키스탄의 전쟁용병으로서 활동하는, 군인이자 강한 한명의 전사로 Josephine은 기억한다. 무슨일이 있어도 자신의 확고한 신앙에서 비롯된 신념을 올곧게 가졌으며 그것을 토대로 전쟁터에 나갔다. 향후에 그 배후에는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한 경제적인 원인 또한 있음을 Josephine은 알았지만, Josephine은 비단 그것만으로 한 사람이 전쟁터에 몸을 떠맡기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하고 무모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민하면서도 동시에 Josephine은 그녀의 아버지를 강압적이고 무서운 사람으로 회고했다. 항상 엄격한 주름과 올곧은 태도를 하며 칼같이 확고한 말들로 호통을 치곤 했다. 일절의 애교나 보듬음은 없었다.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간동안 여성인 어머니와 Josephine은 집에서 집안일과 조각품을 팔아 돈을 마련하곤 했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어머니는 카화(Qahwa; 파키스탄의 전통 녹차)를 우유에 푹 달여 설탕 두세숟가락을 섞어 주었다고 한다. 원래는 그렇게 달게 먹으면 안되지만, 그녀는 쌉쌀하고 기이하게 달콤한 맛이 어머니와 유일하게 편하다고 느꼈던 집같았던 순간이라 말했다.


 카화(Qahwa)를 마시고 나면 밑에 설탕이 깃들은 녹차잎이 가라앉고는 했는데, 그것으로 그날의 하루를 점치곤 했다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신에 대한 이야기, 운명과 삶의 본질에 대해 차를 마실때마다 이야기했다. 


Josephine, 인생은 잔 속에 담긴 한잔의 카화와 다를게 없어.
신이 우리의 삶에 뜨거운 물을 붓고 휘젓으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거기에 영혼이 담긴단다.
물에 씁쓸한 인생이 베어나올때 우리는 본연의 색을 잃고 빛바랜 마른잎이 된단다.

Josephine, 내 사랑하는 아이야.
너는 거기에 설탕을 항상 넣으면서 그 쓴맛을 없애려 하지.
그러나 찻잎의 쓴맛은 항상 베어있기 마련이야.

이 잔을 보렴!(자신의 카화가 담긴 잔을 보여주며)
설탕을 타지 않은 카화는 잎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마시기가 편하단다.
달콤한 척 잎을 가려도 좋지만, 잠깐의 열기를 기다리면 잎들은 가라앉기 마련이란다.

하늘이 우리에게 뜨거운 물을 부었다면 우리는 잔에 담겨 휩쓸리는 이파리가 되어 삶의 고통에 휩쓸리곤 한단다. 허나 그것은 진정한 우리 마음속 영혼의 색을 우려내는 과정이야.

차를 마시고 잔을 비울때면 내가 어떻게 차를 마셨는지 살펴보렴.

입을 댄 가장자리부터 이파리들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하늘의 뜻을 잠깐 엿보는 거란다.


Josephine은 이내 티백을 말하며 언급했다.

"그래서 티백은 싫어요 바닥을 보이는 법이 없죠. 하늘의 뜻을 감추는 거죠. 그런 것은 하늘이 버리기 마련이고 천벌을 받습니다."


"벌 받는 것을 무서워 하시는군요. Josephine, 당신은 버림받는 것을 무서워 하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은 엄마가 집을 나간적이 있어요."




Josephine은 어머니가 말 없이 집을 비운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그날 늦잠잘뻔 하여 장사를 늦게 시작했지만, 평소처럼 그녀를 꾸짖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었다고 기억했다. 평소와 같이 지루하고 더운 날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졸린 날이었다고 말했다.

장사 도중에 그녀는 책상에 기대 잠에 들었고, 이내 어떤 남성이 자신을 다급히 깨웠다고 한다.

"Josephine, 나는 네 엄마의 친구란다. 어머니가 너에게 이걸 전해달라 꼭 하더구나. 그리고 정말 사랑한다고 한다 말해달라고, 신의 뜻을 잃지 않길 바란다 말하셨다. 미안하구나."

이내 그는 자신이 끼고 있던 루비반지를 빼며 그녀에게 쥐어주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루비반지는 그 남자의 것이겠지요."


그녀가 말을 멈추고 호흡을 골랐다. 이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수피파(تصوّف;아랍계 신비주의 종교)에 넘겨 처형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저를 욕했구요. 그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반지는 ...(흐느낀다) 평생 심장에 얽매인 듯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어째서 어머니는 저희 가족을 사랑하면서 다른 남자와 간통을 한 것이죠? 그리고 어째서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단칼에 죽인 것이구요? 이 모든게 하늘의 뜻이라면 너무나도 잔인한 것 아닌가요? 저는 그때 고작 10살배기 아이었는데...(다시 흐느끼기 시작한다)"




향후 Josephine은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음을 서술했다.


과거에 자신의 유일한 편이었던 어머니를 불가항력적으로 떠나보냈다는 것 속에서 강박증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의 통제권을 지키며 자기효능감을 보존하려고 시도했던 것 같다.


향후 이야기되어야 겠지만, 강박증적 성격-특히 강박행동적인 부분에 있어서 그녀가 행동을 유지함에 있어서 어떠한 보상을 얻어가는지 파악하고 그것이 얼마나 자신을 가역적으로 이끌어가는지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성격적으로 굳어진 병리적 행동은 교정이 쉽지 않다. 더불어 강박증에 대한 심리치료의 예후또한 자아동질적인 경우 좋지 못하다.


허나 치료자는 Josephine과 같이 더불어 맞춰가며 그녀의 불안과 우울을 파헤쳐간다면 그 속에서 내담자의 행복 뿐만 아니라 치료자 개인으로서도 배움과 발전이 있고, 보람있는 경험이 될 것을 확신한다.


F42.1 강박행동장애 (Predominantly compulsive 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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