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드림센터에서는 탈학교생들이 원하는 직업훈련 수업을 제공한다. 네일아트, 바리스타, 컴퓨터 자격증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을 지원하고 지지한다.
학령기로 중 3인 딸은 고등검정고시를 치르기 전까지는 센터가 제공하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혼자 골몰하며 공부하길 원한 이유였다.
딸은 지난 4월에 고등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나름의 도전에 성취감도 만끽했다.
시험에 통과한 후 딸의 행보는 달라졌다. 문제집 봇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도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꿈드림센터가 제공하는 수업도 참여했다. 중간, 기말 시험 이야기만 하는 친구들과 달리 진로와 꿈을 이야기하는 언니, 오빠들을 만나니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린다면서.
꿈드림센터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딸이 시무룩했다. 제가 원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는 아이라 저녁밥을 챙기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해댔다. 내가 던진 농담에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낄낄 깔깔 웃는 모습에 안심하는 것도 잠시, 밥상을 물린 후 딸이 나를 불렀다. 할 말이 있다 했다.
“오늘 수업하는 도중에 강사 선생님이 통화를 하는데 상대가 친구인 것 같았어. 잠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상대방이 뭐 하냐고 물었던 모양이야. 그랬더니 선생님이 상대방한테 ‘어~ 나 지금 학교 안 다니는 애들 수업해주고 있어’라는 거야. 그 말을 듣는데 기분이 너무 상했어. 학교밖 청소년이란 말도 있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꿈드림센터에서, 그것도 수업 중에…… ‘학교 안 다니는 애들’이라고 하니까 그 한 마디에 우리가 문제아가 된 것 같았어.”
홈스쿨링을 하겠다 했을 때 친정어머니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걱정하셨다. 문제가 있어서 학교에 다니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하는 사람들 앞에 당신 손녀가 상처받는 걸 어찌 보냐 하셨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코로나 19로 대안 교육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었고, 가능하다면 홈스쿨링을 하고 싶어 하는 부모도 예전보다 많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설령 있다 해도 드러내 뭐라는 사람은 없었다. 인식이 변했다.
학교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학교 안 다니는 아이’라는 말을, 수업을 해주던 선생님 입을 통해 듣고 딸은 당황했다. 화가 났다.
“선생님이 큰 실수를 하셨네. 선생님 의도와 상관없이 학교 안 다니는 애들이란 말이 상처가 됐겠어. 네 말을 듣고 엄마도 놀라고 당황스러운데 너희는 어땠겠어.”
“우리가 학교 안 다니는 건 맞지만, 그렇게 부르는 건 또 다르잖아. 그 말 안에 비하와 무시가 담긴 것 같아서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
“그랬겠어. 선생님이 세심하지 못하셨어.”
딸을 다독였다.
“엄마는 선생님과 생각이 좀 다른데, 엄마 이야기 들어볼래?” 품에 안긴 딸에게 물었다.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엄마는 네가 학교를 그만뒀다고 생각하지 않아.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 공교육을 받는 건물을 떠났을 뿐이야. 우리는 학교를 집 안으로 옮겼어. 집으로 옮긴 후 우린 나름의 공부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잖아. 좀 특별한 학교에 다니는 중이고. 그러니 선생님 말은 틀렸어. 틀린 말에 일희일비하는 건 좀 웃기지 않아?”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다들 있을 텐데, 그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견뎠을 너희 모습이 떠올라 엄마 마음이 아파. 사고 치고 쫓겨나는 아이들보다 상처받은 피해자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더 많은 요즘인데.. 상처가 덧나지 않았을까 싶어서 걱정스러워. 혹시 엄마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 센터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고.”
딸은 자신이 해결해 보겠다 했다. 몇 주에 걸쳐 강사 선생님이 보여 온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에 대해 센터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고 상담받아 보겠다 했다. 그런 후에도 변화가 없으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겠다는 딸의 얼굴이 밝았다.
학교밖 청소년들 중 짙은 화장과 화려한 복장을 한 아이들이 제법 있다. 어른 뺨치는 화려함에 깜짝 놀라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건 아이들이 쓴 가면이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괜찮게 보이려고 꼭꼭 눌러 바르고 치장한다. 가면 아래 여리고 순수한, 별반 다르지 않은 천진난만한 십 대가 있다. 학교밖에서도 아이들은 제 몫을 다 하려 진심으로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