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열일곱 살

by 조현순

“환자분, 정신 차리세요!”

간호사들이 엄마 침대를 밀며 회복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의식을 못 차리지? 환자분, 눈 좀 떠보세요.”

엄마가 눈을 뜨지 못하자, 간호사가 엄마의 젖꼭지를 잡아 비틀었다. 움찔하며 눈을 크게 뜨던 엄마는 다시 금방 눈을 감아버렸다.

“엄마, 엄마, 정신 차려봐. 내 목소리 들려? 제발 눈 좀 떠봐”

"응, 아프니까 그만 좀 불러.”

엄마는 내 목소리에만 반응을 보였다. 의료진이 안심하며 엄마가 확실하게 의식을 찾을 때까지 계속 깨우라고 했다. 엄마는 그렇게 내 목소리를 들으며 깨어나셨다.

내가 고1, 열일곱 살 때 엄마가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하셨다. 고향인 고창에서 큰 병원에 가라고 하여, 정읍 아산병원에서 수술했다. 누군가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하는 것은 마을에서도 큰 사건이던 때였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으니 웅성거리는 사람들 소리 속에,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고 했다.

당시 전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겨울방학 보충수업 중이었다. 엄마는 오지 말라고 했지만, 가만있을 수가 없어서 수업이 끝나고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다. 엄마가 완전히 깨어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 막차를 타고 전주로 왔다. 오가는 버스에서 내내 간절히 기도했다. 다행히 엄마는 무사히 회복하셨다.

그로부터 수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도 엄마가 되었다.


어디선가 아득하게 들리던 말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렸다.

“어떡하지? 피가 너무 많이 묻었는데, 버릴까?"

"그러다 나중에 환자분이 찾으면 어쩌려고"

"아, 그럴 수 있겠네, 그럼 이걸 어디다 두지? “

그들이 언급하는 환자분이 ‘나’이고 나 때문에 곤란해한다는 게 의식되었다.

"버려도 돼요."

내가 말을 하자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어머, 벌써 깨셨나 봐.”

"우리 얘기가 들렸나 봐."

"환자분 내 목소리 들려요?"

"네"

2013년, 뇌동맥류 진단을 받고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7시간을 예상했던 수술이 10시간이 넘어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나던 순간이다.

세상에 태어나면 귀부터 열리고, 마지막에 귀가 닫힌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수술 전에 말소리를 들으며 의식을 잃었고, 깨어나면서도 말소리부터 들렸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고 며칠 후,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큰아이가 고1 열일곱 살 때였다. 아이는 나를 잘 보지도 않고 시큰둥하며 빨리 끊으라고 했다.

“인정머리 없는 놈.”

전화를 끊고 남편을 흘겨보았다. 남편은 편하게 자라는 내 말에, 냉큼 환자용 침대에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엄마였다면 서방 복 없는 년은 자식복도 없다더니, 하면서 넋두리했을 것이다.

퇴원하고 집에 내려와 아들 방을 치우는데, 펼쳐진 아들의 연습장에 낙서가 가득했다.

왜 하필 우리 엄마가, 제발 하느님 우리 엄마 좀

엄마, 엄마 꼭 살려주세요.


그때 우리는 열일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