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작가 '언어의 온도'
예전부터 목소리가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객관적으로 내가 생각해도 목소리가 예쁘긴 하다.
높고 청아한 목소리 덕에 나는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상냥한 첫인상'을 전달한다.
하지만 '예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어린 날의 나는 안타깝게도 '예쁜 말솜씨'를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꽤나 솔직한 편이라서 사람들과 갈등 중에는 거침없이 내 의견을 주장하는 편이었고 그 과정 속에서 내게 상처를 받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20대 후반으로 향하면서, 투박하고 고집스러운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전에는 상대방을 이기고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조금 물러서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솔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절친했던 친구와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 다툰 후 기분전환을 위해 갔던 서점에서 나는 이 책을 발견했다. 그 당시 한창 잘 나가는 도서목록에 있기도 했지만 '언어의 온도'라는 제목이 내겐 왜인지 '언어의 따듯함'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더 따듯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었다.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언어들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에세이들로 이 책에 담았다. 에세이들을 한편 한편 읽을 때 한동안은 잠깐 멈추고 그 언어의 온도와 여운을 느껴보았다. 모든 에세이들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중 몇 개의 에세이들은 내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사랑스러움을 느낀 부분을 잠깐 소개하자면
에세이 속 화자가 정말 고백을 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 속의 언어를 통해 화자의 진중하고 떨리는 마음을 독자는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당신 정말이지 5월을 닮았군요"라고 말하는 남자와 정말 5월을 닮은 여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듯해지는 풍경이다.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기보단 내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책장에서 꺼내어 조금씩 몇 편씩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느긋하게 이 책의 온도를 마음으로 느끼며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