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한반이 된 날
2023년 3월 2일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작년 아이들이 졸업을 한 2월 22일 이후 2월 말일까지 학부모 오리엔테이션, 신학기 환경구성까지 얼마나 열심히 일했던가....?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 왠지 모르게 두근두근 긴장감과 함께 설렘이 공존했다.
혹여나 아이들이 어린이집 현관에서 울음을 터뜨려 첫날부터 학부모님들에게 마이너스 점수를 받지는 않을까.. 과한 걱정까지 들었다.
9시가 되자 올해 나에게 맡겨진 아이들이 한 두명씩 등원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현관 앞에서 멀뚱 멀뚱 바라만 보는 아이에게 “**야 안녕~ 선생님은 **이의 선생님이야. 반가워, 우리 같이 교실로 출발해볼까?”라고 할 수 있는한 가장 친절하고, 상냥하게 첫인사를 건네주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아이들은 내가 내민 손을 잡아주었다. 물론 한두명정도 울음을 보이긴 했지만 하루종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신학기 적응기간에는 이정도면 선방한 축이었다.
신학기가 되기 전 나는 교실에 아이들의 얼굴사진을 배치해두었다. 얼굴 카드를 보며 반에 소속감을 느끼고 빨리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것이었다. 예상대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내 얼굴이 있어!” 라고 말하거나 아직 문장으로 말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으노으노”라고 이름단어를 발음하는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맞아, 이제 우리는 같은 반이야”라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올해부터 5년차 교사가 되었다. 고달팠던 1년차때의 나는 5년까지 이 직업을 유지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리라.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5년이라는 시간을 이 직업에 종사하는 것에 성공했다.
미숙했던 교사에서 벗어나 전문성있고 능력있는 교사의 모습을 확실히 입증하고 싶었다.
등원한 아이들의 가방정리, 투약확인, 입학서류정리 등 빠짐없이 하기 위해 내 머릿속을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오전간식, 놀이, 바깥놀이, 점심까지의 일과가 지나고 한숨 돌릴 수 있는 낮잠시간이 찾아왔다. 커튼을 내리고 잔잔한 음악을 깔아주자 자신의 이불에 누운 아이들은 금방 새근새근 잠이들었다.
새학기의 첫날,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 아마 아이들도 평소보다 더욱 긴장하며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다 잠들고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하루의 일과를 안내를 하는 것이었지만 더욱 큰 목적은 ‘당신의 아이는 새로운 반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조금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선생님들이 잘 해주시겠죠.’라고 말하며 교사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는 학부모까지 어쨌든 화기애애하게 전화상담을 마무리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아이들의 낮잠시간이 끝날 시간이 왔다. ‘이 정도면 성공이다’ 속으로 읊조렸다.
아이들이 통합보육실로 이동 후 청소기로 교실 이곳 저곳을 청소하는데 교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원장님이었다. “선생님 반은 첫날인데 너무 안정정이네요”라고 칭찬을 한 후 미소를 지은 후 교실 문을 닫았다. “그러게요.. 아이들이 적응을 잘해주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라고 대답한 후 하던 청소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류 정리, 알림장 작성 등 남은 일처리를 끝내자 7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먼저 퇴근해보겠습니다.”
남아있는 직장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가방을 들고 어린이집 현관 문을 나섰다. 집까지 가는길 내내 나의 신학기 첫날, 오늘 하루를 되짚어보았다. 혹시 무언가 잘 못한 것은 없는지, 내일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특별히 신경써야 할 학부모와 아이들은 없는지.. 등등
집으로 들어와 침대에 눕기까지 그 생각은 멈추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미리 다 생각을 한다고 모든 것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신학기 첫날 무엇이든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다. 이대로는 잠에 들 수 없을 것 같아 억지로 이어지는 생각을 중단하고 눈을 감고 잔잔한 수면음악을 틀었다.
그럼에도.. 한번 더 다짐해보았다.
‘올해는 진짜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