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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Apr 10. 2021

두려움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feat. 해리포터와 불의 잔

'그 순간 해리는 깨달았다. 단지 땅에서만 멀어진 것이 아니라, 두려움으로부터도 멀어졌다는 사실을'

해리는 트리위저드 시합에 나가기 전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알을 지키려고 미쳐 날뛰는 용 앞에서 혼자 용의 알을 빼내야 하기 때문이다.

해리가 쓰려고 하는 전략은 소환마법으로 파이어볼트를 불러오고 나서, 자신이 잘하는 퀴디치 기술을 이용해서 용을 유인하려는 것이다.  해리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그토록 두려워 하던  용이 아주 작게 보이자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해리를 강하게 붙잡고 있던 두려움으로부터도 멀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해리포터가 아니다.

우리는 마법 빗자루도 없다. 그걸 타야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고, 그래야 땅에 있는 두려움의 실체를 아주 작게 느끼고는 두려움에서 멀어질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두려움의 실체를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는 데에는 마법 빗자루가 매번 필요하지는 않다. 대부분 뭔가를 두려워할 때, 내가 무엇을 무서워하는지도 제대로 그 실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해리에게는 싸워야 하는 용이라는 분명히 눈에 보이는 대상이 있었지만,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두려움은 종종 그 대상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더 무섭고 두려움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먼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자.

나는 어렸을 때 집이 망해서 단칸방으로 전전하던 기억으로, 현재 가계상태가 조금만 안 좋아지면 '이러다가 우리 망하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대상을 파악했으면, 그 두려움을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자.

그 문제를 무서워하고 있는 나를, 남 보듯이 두어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자. 이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닌 남이라면, 그 두려움의 실체는 정말로 내가 지금 무서워하는 만큼인지?

내 경우도, 우리 집의 재정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그렇게 될까봐'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의 가능성을 무서워했던 것이다. 내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무서워하느라, 오늘 즐겨야 할 삶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많이 억울했다. 두려움의 실체가 두 발자국만 떨어져도,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우리들 삶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

지금은 비행기를 못 타지만, 이전에 비행기를 타고 막 이륙을 했거나 착륙 전 도시가 보일 수 있게 날고 있으면, 발 아래로 보이는 서울이 아주 작게 보인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차들도 개미만큼 작게 보이고 도시의 마천루들도 성냥갑만 하게 보인다. 그렇게 작은데 그 차 중에 비싼 차, 싼 차가 구별이 될까? 그저 하나의 점에 불과한데 비싼  점, 싼 점이 의미가 있을까?

비행기에서만 내려봐도 이 정도인데 우주로 그 시야를 확대하면 우리는 점보다도 작은, 먼지라고 해도 황송할만한 크기이다. 그 안에서 서로 내가 잘났네 아웅다웅하는 것도 먼지끼리의 싸움일 뿐이다.


두려움을 어디에서 볼 것인가? 나와 분리시켜 바라볼 수 있는가?

저마다 마음에 해리가 갖고 있던 파이어볼트를 하나씩 챙겨놓고, 두려움이 있을 때 땅을 박차고 높이 올라가 보자. 저 높은 곳에서 나를 바라볼 때, 내가 절대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바라볼 때, 어떻게 보이는지? 그 개미 같고, 점 같은 두려움을 멀리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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