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에 홀로서다
공무원들이 퇴근준비를 하는 금요일 5시 40여분쯤 헐레벌떡 달려가 이혼신고서를 찾아 작성을 한다. 한 손에는 막 도착한 이혼판결 확정문을 들고서...
적막한 시청 민원실에 헐떡이며 도착한 나를 의식하며 공무원들은 왜 굳이 이 시간에 와서 조바심을 내면서 신고를 하나 귀찮아하는 것 같다.
이혼신고를 하는데 몇 번 이름만 보았던 남편의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이름까지 적어야 하는 게 적잖이 짜증이 난다. 이혼신고를 하루라도 빨리해서 혼인관계증명서에 이혼사실이 공적사실로 적힌 걸 보고 싶었다.
작년이었다. 이혼소송을 시작한 것은
그날은 아이로 인해 연을 맺게 된 이웃사촌들과의 술자리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 그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끝내야 되었을 인연이긴 했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다. 아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날 술을 먹고 거나하게 취한 남편의 핸드폰을 보게 되었고 전 여자 친구와 수상쩍은 카톡을 나눈 정황을 보게 되었다. 정범이라고 저장된 전 여자 친구 박*현은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있었고 내 남편은 프로도로 변해 두 팔로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리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비번은 잠겨있었다.
내가 너무도 쉽게 그의 핸드폰을 열어서 보게 된 것은 그의 입을 통해 비번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십오 년을 함께 산 남자가 여자가 생긴 것을 느낌으로 알게 된 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자 있음을 의심하는 아내인 내게 아무런 주의도 하지 않았고 나를 더 나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핸드폰비번을 서로 알고 살았던 십몇년이었는데 어느 날인가 핸드폰 비번이 바뀌어 있었을 때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핸드폰 비번을 바꾼 것을 보니 당신을 더 의심하게 된다고... 그 순간을 모면하고자 그는 어쩔 수 없이 또 바보같이 비번을 알려주었다. 7704
이상한 의심을 한다고 그냥 화를 낼 수도 있었을 텐데... 모든 게 그가 원했던 대로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핸드폰은 판도라의 상자가 되어 나에게 그의 오랜 비밀을 보여주었다.
다음날은 월요일이었다.
그의 핸드폰을 손에 쥔 나는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어. 떻. 게 해야하나
술을 마신 나는 이 핸드폰을 어떻게 해야하나를 생각하며 밤을 새웠다.
결혼후 각방을 쓰게 된건 그 해였다.
남편이 정말 남처럼 느껴지던 그 무렵 나는 수면위생을 위해 각방을 제안했고 그는 그말을 듣자 마자 자신의 침대를 주문하고 작은 방으로 건너갔다.
평상시와는 다른 행태의 소비라 의아하긴 했다.
평상시라면 정말 정말 오래 비교하고 비교하고 비교하고 비교하고 나서 물건을 사는 사람이었기에.....
지금 생각해 보니 그에게 오아시스를 내가 제공한 터였다.
술에 취했던 남편이 깨어났고 바로 핸드폰을 찾았고 워치로 핸드폰 찾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어찌할지 방향을 잡지 못했던 터라 이불속에서 그냥 가지고 있다가 핸드폰에서 워치로 인한 알림음을 듣고 핸드폰을 온힘을 다해 꺼버렸다. 아 옛날같았으면 배터리를 빼 버렸을텐데.... 소리가 나는곳을 엄지손가락으로 힘을 다해 막고는 전원을 찾아 꺼버리고 허벅지에 끼우고 잠든 척을 하였다. 니가 지금 나를 깨워 핸드폰을 찾는 건 정말 의심되는 행동이야라고 알려주려는 듯.....
바보같은 그는 아침에도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고 전날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에게 나의 핸드폰을 이용하여 핸드폰을 두고 가지는 않았는지 댓바람부터 전화를 하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이게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닐거야 하며 내면으로 웃고도 있었던거 같기도 하다.
사실 난 그날밤 잠을 못이루었고 그 핸드폰을 남편이 흘린거로 하기위해 엘레베이터 앞에도 두어보고 현관앞에 신발근처에도 두어보고 그러다가 결국엔 남편이 술취해 다른 식구 따라가다 흘린거로하고 내가 회사로 들고가서 그 속을 보게 되었던 거였다.
남편이 핸드폰 겉 화면에 지 핸드폰 잃어버리면 나한테 연락해달라는 문구를 넣어놓았기에 누군가 주워서 나에게 준걸로 그렇게 이야기를 맞추기로 혼자 그밤에 생각해 내었다.
기가막히다고 생각하면서..물론 그가 많이 취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다음날 현타가 오다. 이것이 공황장애인가
출근을했고 내 손에 그의 핸드폰이 있었다.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않아서 상담을 하고 업무를 하였는지...그러다가 갑자기 현타가 오기 시작하며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어제 보았던 그 한줄짜리 카톡 상대의 프사를 따라가보니 많고 많은 가족사진이 있었다. 아들은 올해 중학교를 졸업했는지 ㅇㅇ 중학교 졸업식이라고 써있는 현수막을 뒤로한채 그녀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큰 아들과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ㅇㅇ 중학교를 검색해보니 파주에 있는 중학교 였다. 파주에서 길동까지? 길찾기 앱을 찍어보았다. 한시간이 훨씬 넘는 거리 ..그 거리를 그렇게 자주 다니며 만날 수 있다니 이게 가능한가? 머리가 너무 아팠다.
프사에 가족사진을 이렇게나 많이 저장해 두고 누구나 볼 수 있게 해두고 전 남친과 대낮에 모텔에서 불륜을 그렇게 오래 저지를 수 있는 여자.....나와는 다른 종족의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 그걸 다 보면서도 그리고 남편놈도 프사에 아이와의 사진을 걸어두고 그 짓거리를 어떻게.................나로서의 의문의 의문의 의문의.............토할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