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펀드가 S&P 500 배당 귀족 지수에 참패하는 현실
미국 액티브 펀드(active fund) 매니저들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났다. S&P 500 배당 귀족 지수(Dividend Aristocrats index)와 경쟁한 미국 액티브 주식 펀드들 중 10년간 이 지수를 이긴 곳은 고작 1.4%에 불과했다. 나머지 98.6%는 모두 배당 귀족들에게 완패를 당했다.
배당 귀족(Dividend Aristocrats)이란 S&P 500에 속하면서 25년 연속 배당을 늘린 기업들을 말한다. 현재 67개 기업이 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한다. 25년이라는 시간은 여러 번의 경기침체와 위기를 견뎌낸 진정한 우량기업임을 증명하는 기간이다.
더 놀라운 건 시간이 지날수록 액티브 펀드들의 성과가 더 처참해진다는 점이다. 6개월 만에도 66.2%가 배당 귀족 지수에 뒤처지기 시작하고, 1년이면 74.8%, 3년이면 76.9%가 낙오한다. 5년차에는 95.8%가 항복 선언을 하고, 10년이 되면 거의 모든 펀드가 백기를 든다.
이는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없는 수치다. CRSP 데이터베이스의 주식 수익형 펀드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니 표본도 충분하다. S&P DJI의 SPIVA 미국 스코어카드와 같은 방법론을 사용했으니 신뢰성도 높다.
더욱 가혹한 현실은 수익률 자체의 격차다. 2023년 6월까지 10년간 배당 귀족 지수는 연평균 12.0%의 인상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액티브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이를 크게 밑돌았다. 단순히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다른 리그에서 경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배당 귀족들이 단순히 배당만 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안정적인 수익과 견고한 기본기, 그리고 강력한 수익성과 성장의 역사를 자랑한다. 25년 연속 배당 인상이라는 조건 자체가 이미 엄격한 스크리닝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상하지 않나? 미국 아이비리그를 포함하여 최고의 대학 출신의 똑똑한 펀드 매니저들이 모여서 밤낮으로 기업을 분석하고, 최신 투자 기법을 동원해도 단순한 룰 하나를 못 이긴다니. 25년 연속 배당 인상이라는 기계적 기준이 인간의 직관과 전문성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배당 귀족들은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이다. 25년간 꾸준히 배당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성장성을 겸비했다는 뜻이다. 둘째, 이들은 시장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액티브 펀드들은 대개 연 1-2%의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성과는 배당 귀족 지수 ETF보다 못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나쁜 결과를 얻는 셈이다. 이보다 더 명확한 투자의 교훈이 있을까.
결국 이 데이터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복잡하고 비싼 전략보다 단순하고 검증된 원칙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25년 배당 인상이라는 단순한 룰 앞에서 펀드 매니저들의 화려한 학벌과 복잡한 전략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