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세 번뿐인 진짜 공포가 2025년에도 찾아왔다
공포지수(Volatility Index, VIX)를 심장박동 측정기라고 생각해보자. 35년간 단 세 번만 진짜 심장마비 수준의 사건이 일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2025년 관세 대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가 4월 2일 발효되자 VIX는 50을 넘어 치솟았다. S&P 500은 48시간 만에 10.5% 폭락했다. 시장이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 참고: VIX 값이 30을 넘으면 불확실성, 리스크, 투자자의 공포로 인해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보고, VIX 값이 20 미만일 경우 안정적이고 스트레스가 적은 시장으로 본다.
과거와 다른 점은 회복 속도였다. 유동성 파이프라인은 멀쩡했고, 신용 밸브도 얼지 않았다. 단 9거래일 만에 휴전 협상으로 VIX는 30 아래로 떨어졌다.
공포가 번쩍했다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도망갔다. 하지만 멍은 남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몇 달간 지속됐고, 2020년 코로나 때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2025년은 급등 급락의 전형을 보여줬다.
VIX 44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가? 하루에 거의 3%씩 주가가 출렁인다는 뜻이다. 이건 리스크 패리티 펀드, 옵션 트레이더들, 레버리지 투자자들에게는 다이너마이트나 마찬가지다.
단기적 고통이 장기적 교훈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매번 급등할 때마다 "정상"이 뭔지에 대한 기준이 재설정된다.
평소에 VIX 15 정도면 "시장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44를 보고 나면 20도 평온해 보인다. 기준점이 바뀌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뻔했다.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신용시장이 얼어붙었다. VIX가 80 가까이 치솟은 것도 당연했다.
2020년 코로나는 경제 전체가 셧다운됐다. 아무도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몰랐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 VIX 65는 그 공포를 반영했다.
2025년 관세 대란은 달랐다. 정책 발표 하나로 시작됐고, 정책 수정 하나로 끝났다. 시스템은 멀쩡했고, 경제도 돌아가고 있었다. 순전히 정치적 쇼크였다.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건 속도의 중요성이다. 과거에는 위기가 서서히 다가와서 서서히 해결됐다. 하지만 지금은 X(트위터) 한 줄로 시장이 요동치고, 보도자료 하나로 진정된다.
알고리즘 트레이딩(algorithmic trading)이 보편화되면서 반응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인간이 생각할 시간도 없이 매도 주문이 쏟아진다.
결과적으로 변동성은 더 극단적이 되고, 지속 시간은 더 짧아진다. 번개 같은 폭풍이 된 셈이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겸손함이다. 정책 쇼크는 보도자료 하나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하룻밤 사이에 확전될 수도 있다.
아무리 안정적으로 보이는 시장도 한순간에 요동칠 수 있다. VIX 10대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50을 보면 정신을 잃는다.
투자자들은 항상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은 맞춘다.
이 차트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2025년은 험난한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들, 지정학적 긴장,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4월의 관세 대란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VIX가 다시 50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평온함에 너무 익숙해지면 안 된다.
시장은 항상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때에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게 시장의 본질이다.
정책 하나로 시장이 심장마비 걸렸다가 9일 만에 멀쩡해지니, 이제 위기도 패스트푸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