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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Sep 17. 2023

패션과 그린워싱

패션산업의 그린워싱리스크

케이팝(K-pop) 팬들의 기후대응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은 8월에 ‘명품 언박싱: 그린워싱 에디션’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샤넬은 F 등급을 받아 조사 대상 브랜드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은 “명품들은 다를 줄 알았는데 그린워싱이었다.”라고 주장하며 명품브랜드가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명품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케이팝 팬들이 명품브랜드의 그린워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케이팝스타들의 상당수가 명품브랜드의 엠버서더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수지가 2022년 디올 패션쇼에 참석해 700만 달러의 마케팅 효과가 있었으며, 그 외 많은 명품브랜드가 한류 스타들의 파워를 이용해 수익증대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또한 블랙핑크는 국제기후회의 COP26에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고 지금은 UN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케이팝스타들의 활동은 소속사의 기획에 따른 것이겠지만 젊은 세대인 케이팝스타 자신들도 환경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의 글로벌 팬들도 케이팝스타들의 정의감에 기대를 갖고 있으며, 그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건에 휘말리지 않길 바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케이팝 팬들은 소위 명품브랜드라는 유럽에 고가 사치품 메이커의 그린워싱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진정 케이팝의 긍정적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기후연구단체의 모니터링에 근거해서 평가했으며, 분석대상도 각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자료를 이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이들의 발표가 얼마나 공신력을 갖고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되는 케이팝스타들과 그들의 팬덤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들이 세계 패션산업을 주도하는 명품브랜드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출처: 명품 언박싱: 그린워싱 에디션, 케이팝포플래닛, 2023.  https://event.kpop4planet.com/ko/unboxing


‘그린워싱(Greenwashing)’은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드(Jay Wasterveld)가 1986년에 발표한 호텔산업의 관한 에세이에서 사용한 용어로, 수건을 재사용하자는 호텔의 정책이 실제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고객의 감정을 자극한 세탁비 절감 정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에서 비롯되었다. 그동안 환경에 대한 기업의 노력은 의지만으로도 칭찬받았고 따라서 사람들은 기업이 환경친화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도 날카로워졌다. 특히 ESG에 대한 구체적인 측정 방안이 나오면서 환경 관련 보고는 실체가 없으면 그린워싱으로 지목되어 기업의 경영에 악영향을 주게 되었다. 

대표적인 그린워싱 예로는, 푸르른 숲, 청명한 하늘과 투명한 바다 등 자연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사용하여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자연이미지 남용과 친환경 및 저탄소 기술개발과 혁신에 기여한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오판하게 하는 환경 혁신에 대한 과장 마케팅,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직접 기업에 노력하지 않고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와 개인에게 책임을 전하하는 책임 전가 등이다(참조: Three shades of green(washing), ATI(Algorithmic Transparency Institute), 2022. https://ati.io/three-shades-of-greenwashing/). 전 세계의 다양한 환경단체들은 기업의 그린워싱에 대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검증하고 이것을 고발함으로써 그린워싱 기업을 소비자가 외면하도록 하고 있다.

출처: 그린워싱 유형별 전체 케이스,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그린피스, 2023.



그린워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브랜드는 다수 알려져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 ‘볼트 스레즈(Bolt Threads)’는 2022년 마일로(Mylo)라는 비건 가죽을 만들어 3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영국의 친환경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가 마일로로 만든 컬랙션은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비건 가죽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폴리우레탄(PU)이나 폴리염화비닐(PVC)을 사용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PVC기반 가죽에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호르몬 교란 물질)가 포함되어 있고, 재활용이 불가능해 매립지에서 독성 화학 물질을 방출한다. PVC보다 인체에 안전하다고 알려진 폴리우레탄 기반 가죽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신발계의 애플로 칭송받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올버즈(Allbirds)’의 주가는 현재 2021년 상장가 대비 96% 폭락한 1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친환경 기업임을 내세워 기업가치가 40억 달러까지 올라갔던 올버즈는 ESG 공약 철회와 탄소배출량 계산 방식 불투명 등 그린워싱리스크에 빠졌고 품질문제까지 대두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올해 8월 29일 발표한 그린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국내 기업 399곳 중에서 그린워싱 게시물을 업로드한 기업은 165곳(41.35%)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그린워싱 사례로는 사라져 가는 멸종위기종 동물 이미지를 라벨에 넣은 ‘롯데칠성음료’를 뽑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사라져 가는 동물들의 피해정보는 빠진 채 이미지만으로 환경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2위는 ‘삼성스토어’로 자사마크를 이용해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하게 만든 광고를 들었다. 3위는 ‘한진’으로 숲을 배경으로 한 비행기이미지를 게재하여 항공산업의 탄소배출량 문제를 가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에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은 아무런 제재 없이 그린워싱을 하고 있으며, 복잡하고 교묘한 그린워싱을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은 인류와 지구의 생태계가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2021년 8월 ‘기후, 회복력법(Loi climat et resilience)’을 공포했다. 이 법은 그린워싱으로 유죄를 받으면 허위 캠페인 비용의 8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영국 규제 기관 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는 2021년 온라인에 있는 친환경 마케팅의 40%가 그린워싱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ICPEN(International Consumer Protection Enforcement Network, 국제 소비자보호 집행기구)와 함께 의류, 화장품, 식품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제품, 서비스를 홍보하는 약 500개의 웹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40%가 잠재적으로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Green Claims Code를 만들었다. 2022년 CMA는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브랜드 ‘아소스(ASOS)’에 대하여 Green Claims Code를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호주는 2023년 7월 그린워싱으로 밝혀지면 최대 5,000만 호주달러(한화 약 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의 초안을 공개했다. 이외에 미국과 영국 등 전 세계는 이미 그린워싱을 규제하는 입법이 늘고 있으며,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최근 3년간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4,940건 중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는 9건(0.2%)에 불과했다. 법조계에서는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친환경 성과를 증명할 것을 기업에 요구하고, 규제의 대상을 기업의 서비스 제공 과정 홍보와 사업 홍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패션기업들 중에도 깨끗한 자연이나 그린계열의 칼라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친환경이미지를 부각하거나, 공식적인 인증이나 데이터 없이 자체 개발한 친환경 마크를 택과 함께 부착하여 소비자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오인하게 만들고, 원료 중 일부분에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사례를 제품 전체에 적용된 것처럼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린워싱은 ESG 데이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따라서 ESG 규제가 강화될수록 그린워싱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패션브랜드의 이미지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다. 그린워싱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잘나가던 패션브랜드를 한방에 훅 가게 할 수도 있다. 이미 우리나라 여러 단체에서도 기업 그린워싱에 대한 활발한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소극적인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와 상관없이 민간단체의 활동만으로도 그린워싱 문제는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패션기업의 환경문제는 결국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품위 있는 패션문화를 즐기면서 환경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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