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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Oct 09. 2023

슬로 패션(Slow Fashion)

지난 15년간 의류 생산은 두 배로 늘었지만 옷을 입는 시간은 40% 줄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의류 제품을 구매하고, 버렸다. 그 결과 환경오염과 노동권 침해라는 극한 위험을 초래했다. 이제는 이런 현상을 바꿔야 한다. 유럽 환경청의 자금 지원을 받아 비영리 미디어 아웃렛 네트워크 ‘더컨버세이션’의 게재된 기사의 제목은, ‘옷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새 옷을 사는 횟수를 75% 줄여야 한다’였다. 베를린의 싱크탱크 '핫 오어 쿨 인스티튜트'가 202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옷장에는 약 25%의 의류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수명이 다한 의류의 80% 이상은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으며, 재판매되어 재사용되는 의류의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새 옷 구매가 연평균 5벌 이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대로라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새로운 스타일을 즐기는 패션 생활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의복의 역할은 시대가 변하면서 많이 바뀌었고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매일 새로운 옷을 입는 사람은 없다. 비싼 옷과 새 옷이 사람들의 행복한 삶과는 그다지 상관없어 보인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패션산업에도 확산되면서 더 낮은 가격으로 옷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환경을 기반으로 저가의 옷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패스트 패션 산업이 활황을 이뤘다. 패스트 패션이 패션을 즐길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옷을 공급한다는 명분은 이미 의미가 없다. 패스트 패션은 그냥 과잉 생산되고 폐기되는 과소비의 대상일 뿐이다. 사람들은 허상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저가의 옷을 대량으로 구매했고, 패스트 패션 기업은 돈을 벌었다. 의식 있는 소비자들은 패스트 패션에 대비하여 윤리적인 패션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슬로 패션’ 운동이다. 패스트 패션이 속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돈을 버는 탐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슬로 패션은 적게 팔고, 필요한 만큼만 얻고, 쓰는 윤리적 생활에 초점이 있다. 


슬로 패션은 영국의 지속 가능 패션 센터(Sustainable Fashion Center)의 케이트 플레처(Kate Fletcher)가 2007년에 사용한 용어로, 이탈리아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가 1986년 시작한 ‘슬로 푸드’ 운동을 인용한 것이다. 양보다는 음식의 질에 중점을 둔 슬로 푸드 운동처럼 패션 제품의 질에 초점을 맞춘 것이 슬로 패션이다. 슬로 패션의 개념은 점차 지속가능한 패션 용어로 사용되며, 지속가능, 에코, 윤리적 패션(Conscious Fashion)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슬로 패션은 패스트 패션 반대 그 이상이다. 최고의 요리처럼 좋은 재료를 이용하여 천천히 맛있게 만들어진 옷을, 소비자는 천천히 즐기는 패션 문화를 말한다. 슬로 패션은 로컬에서 생산된 재료를 이용하고, 소규모 공장과 충분한 딜리버리로 노동 착취와 환경오염이 없는 패션 산업이다. 플레처가 제안한 슬로 패션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범위가 넓어졌다. 현재 슬로 패션은 소비자 패션 활동과, 기업의 윤리적 생산을 포함하고 있다.


윤리적 패션기업으로 자주 소개되는 파타고니아의 슬로건은 슬로 패션을 실천하는 기업의 마인드를 잘 표현한다. 2011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로 시작된 파타고니아의 슬로건은 2020년 ‘덜 사고 더 요구하세요 (Buy Less, Demand More)’, 2022년 '파타고니아는 유행을 팔지 않습니다(Patagonia Doesn't Sell Trends)'로 이어지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사명은 1991년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에서 지난 2019년엔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로 27년 만에 사명을 변경했다. 파타고니아의 사명은 패션기업이 어떤 목표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지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이것을 파타고니아의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최소한 파타고니아는 ‘패션 비즈니스를 하면 할수록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고, 발생한 비용은 제품가격에 반영되어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고, 소비자의 패션 환경은 악화되며 결과적으로 패션산업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패션산업 공정 전반에 걸친 합리적인 관리는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폐기물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과잉 생산 과잉 소비를 줄여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소비자의 의식 변화는 환경을 망치는 소비 패턴을 피하게 되고 진짜 친환경적인 제품을 소비할 것이다.


환경문제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비즈니스가 필요하다.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시스템 변화를 기본으로 패션산업에서는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견고한 제품,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의 사용, 그리고 활용가치가 남아있는 패션제품의 재사용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션 패러다임은 패스트 패션에 반하는 슬로 패션이다. 


내가 주장하는 슬로 패션은 자원낭비와 빠른 유행을 반대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생산과정과 오래 입을 수 있는 높은 품질의 제품을 추구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동물권, 공정거래를 지키는 패션을 말한다.

사진출처: https://www.raas.thredup.com/news/10-reasons-for-brands-to-get-into-resale

환경문제를 위해 패션산업은 기업과 소비자의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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