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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nameisanger Nov 16. 2022

개로 길러진 아이 20

아동학대 소설

맞는 것에는 익숙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맞으면 그렇게 된다. 도중까지 다른 집 아이들도 다 맞고 사는 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의 집의 가풍이 때리는 쪽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리자, 아이들은 서준에게 거짓말쟁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동안 침묵하다가 다시 어른에게 말했다. 그들은 도와줄 수 없었다. 그래서 서준은 해결을 포기했다. 중학교 때였나, 경찰도 도움이 되지 않은 날부터 더 이상의 노력을 멈추었다. 가족 중 망나니가 한 명만 있을 때는 누군가가 증언을 해 주니까 그나마 괜찮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준의 집안에는 그를 편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경찰이 나타나면 강준은 없거나 어머니 편이었고, 어머니는 아버지 편이었다. 세 사람이 한 목소리로 그런 일은 없다, 아무도 서준을 때리지 않았다, 서준이 이상한 것이라고 했다.


저 녀석이 화가 나면 자해를 해요. 그래서 우리 가족이 다 말리면 자길 그냥 놔두라면서 난리를 치고 경찰에 제가 때렸다고 전화를 합니다. 죄송합니다. 자식 놈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지금 상담 받고 있어요. 


서준은 눈을 감았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다.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경찰이 이쪽을 편드는 눈으로, 뭐 이런 아버지가 있냐는 눈으로 서준에게 눈짓할 줄 알았다. 그리고 경찰 드라마에서 그러는 것처럼, 이보세요, 혈흔이 이쪽이고 상처는 이렇게 났잖아요, 자식을 상대로 이런 거짓말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는 서준이 기대하는 것과 정 반대의 결과가 있었다. 경찰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준은 경찰 역시 일반인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순간 어머니가 아버지 편을 들었을 때 그의 혼란이 가속화되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도 문제가 많아서 정말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저도 몇 번 저 녀석에게 맞았어요. 어머니도 때리는 몹쓸 놈이에요. 훈육이 안 되어 괴롭지만 그래도 자식이라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키우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거짓으로 신고 전화를 넣어 경찰 인력을 힘들게 하니 어쩔 줄을 모르겠네요. 정말 죄송스러워요. 사춘기에 발생하는 치기로 보고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어머니는 미인이었고 말을 조금 느리게 하는 편이었고 인상이 선했으며 조리있게 말을 잘했다. 두 명의 어른이 동시에 가해자라고는 보통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친부모가 아닌가. 그리고 인상이 선한 것도 한몫했는지, 경찰은 신고를 한 자신에 대한 신뢰성을 재고하는 걸 선택했다. 이쪽을 보고 확인했다. 어머니 말이 맞니. 서준은 강하게 주장해야 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자신이 목소리를 높여봤자 통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두 명의 어른과 한 명의 미성년자의 증언이란 그런 힘의 차이가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공유 샌드백을 계속 사용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협업에 능했다. 첫 번째는 그래도 좀 어설펐나. 그러나 두 번째에는 강준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강준이 그들의 편을 들었다. 그러니 서준은 두 번 모두 구제받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때린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서준을 처음부터 싫어하진 않았다. 서준은 어릴 때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것, 어머니 말씀 잘 들으라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일이 바쁘고 집에 오는 날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서준은 그가 집에 오는 날만을 기다렸다. 어머니는 그가 있으면 폭력과 폭언을 멈추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자, 그녀는 남편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제 행동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작전을 실행했다. 서준과 남편을 이간질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둘은 서로를 잘 몰랐고, 그녀는 두 사람을 잘 알았으니까.


그건 여덟 살 때였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눈이 돌아가 있었다. 서준에게 큰 소리로 무언가를 물었지만, 이미 대답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서준이 대답하지 않는 것을 긍정의 표시라면서 때렸다. 어머니가 더 때리면 애 죽는다면서 말려서 그 폭력이 멈추었다. 당시에 서준은 어머니를 고맙게 여겼다. 원흉이 누구인지 알아낼 만한 머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말렸던 것은 서준을 죽여버리면 편리한 샌드백이 없어지기 때문이고, 너무 지나치게 때리면 사회에서 문제삼을 수도 있고 그것은 자신의 체면을 상하게 할 것임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서준이 불쌍해서, 자식으로 생각해서가 아니었다는 걸 서준은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너 엄마가 말려서 오늘 살아남은 줄 알어! 담에 또 그러면 알지?


이유가 무엇인지도 듣지 못했는데 그는 다음에 또 그러면 죽여버린다고 했다. 그게 열 번 정도 반복될 때까지는 그래도 아버지는 서준에 대해 자식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정과 애정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에 계속된 어머니의 전언에 의해 그는 완전히 서준에게서 돌아서 버렸다. 그는 서준을 악마새끼라고 불렀다. 저런 못된 놈이 왜 태어나서, 어디다 버리고 왔음 좋겠네. 라고 하면, 사건을 만들어낸 창조자는 그렇게 하면 안 돼, 그래도 자식인데 라고 달랬다. 그렇게 함으로서, 그녀는 아들의 못난 행동을 이해하고 품어주는 자비로운 어머니 이미지를 남편에게 각인할 수 있었다. 들은 거짓 사건들이 하도 많다 보니 나중에 그는 자동적으로 반응했다. 어머니가 ‘서준이가…’라고만 해도 ‘뭐!’하고 소리치면서 벌떡 일어났다.

서준은 원흉이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에 아버지를 그렇게까지 증오하진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걸 서준은 알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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