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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파이프 PIPE K Sep 01. 2022

무더운 여름을 위한 글램 메탈 플레이리스트 (3) -完

화이트스네이크, 데프 레파드, 유럽, 워런트, 미스터 빅



11. Whitesnake - Fool for Your Loving [Ready an' Willing]


https://youtu.be/WtznhhKOW5k


"I was born under a bad sign,

Left out in the cold.

I'm a lonely man who knows

Just what it means to lose control."


"나는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났어,

추운 바깥 세상에 홀로 버려진 채로.

나는 그저 자제력을 잃는다는 말을 이해하는

외로운 남자일 뿐이야."


-


  80년대 록 음악의 주요한 흐름이었던 글램 메탈이 결코 미국만의 전유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1978년, 런던에서 딥 퍼플 출신의 데이비드 커버데일을 중심으로 결성된 화이트스네이크는 1980년에 발매된 3집 'Ready an' Willing'을 시작으로 영국 본토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미국 시장으로도 발을 넓히며 세계적인 록 밴드로 거듭난다. 특히 1987년 발매된 7집 'Whitesnake'는 'Still of the Night'와 'Is This Love'를 포함해 5집 수록곡이었던 'Here I Go Again'의 리메이크 트랙 등 다수의 히트곡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 2위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두어 밴드 최대의 히트작이 된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이트스네이크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1987년 버전의 'Here I Go Again'을 연상시킬 것이다. 'Here I Go Again'이야말로 밴드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노래이자 장르를 불문하고 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히트곡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이 전부 애상적인 키보드 사운드로 시작하는 소프트 록이었던 것은 아니다. 화이트스네이크는 데뷔 앨범 'Trouble'(1978) 부터 가장 최신작인 'Flesh & Blood'(2019)에 이르기까지 40여 년간 13개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의 음악을 들여다보면 헤비한 메탈 음악을 표방한 'Crying in the Rain'부터 정교한 하드 록 리프가 인상적인 'Still of the Night', 그리고 데이비드 커버데일의 처절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느린 록 발라드 트랙 'Blindman' 까지, 꽤나 다양한 뉘앙스의 음악을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Fool for Your Loving'은 화이트스네이크의 커리어 초기에 발표된 곡으로, 밴드 최초의 히트곡이라고 평가 받는 트랙이다. 이 시기부터 화이트스네이크의 음악은 어느 정도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미국의 글램 메탈 열풍에 발맞추어 대중성 있는 메탈 밴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데이비드 커버데일에 따르면 이 곡은 그의 첫 번째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Don't come running to me, I know I've done all I can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마, 난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그리고 “A hard woman like you makes a hard loving man (당신처럼 매정한 여자는 남자를 사랑에 목매게 만들어)"와 같은 가사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Fool for Your Loving'은 원래 B.B. 킹을 위해 쓰여졌던 곡인데, 그래서인지 가사의 메시지가 함의하고 있는 서정성이 블루지한 연주에 잘 녹아들며 애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12. Def Leppard - Animal [Hysteria]


https://youtu.be/ecFPU--vvf0


"Just like a river runs,

Like a fire needs flame,

Oh, I burn for you.


I got to feel it in my blood.

I need your touch, don't need your love.


And I want, and I need, and I lust.

Animal!"


"강물이 흐르듯이,

그리고 불에게 불꽃이 필요하듯이

아, 난 너를 위해 타올라.


나의 핏속에서 그걸 느껴야겠어.

너의 사랑은 필요 없어, 그냥 너의 손길이 필요해.


나는 원해. 나는 갈망해. 그리고 나는 욕망해.

나는 짐승이야!"


-


  글램 메탈의 역사를 통틀어, 아니 대중음악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중 하나인 데프 레파드는 누적 판매량 2,500만 장을 기록한 'Hysteria'(1987)를 포함해 1,2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Pyromania'(1983), 그리고 이 외에도 플래티넘 앨범 4장을 포함해 총 1억 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가지고 있는 전설적인 밴드이다. 글램 메탈의 선구자 중 하나로 평가되는 데프 레파드는 엄밀히 말해 정통 메탈 밴드로 보기는 어렵지만 팝적인 요소와 록 음악을 매우 효과적으로 접목시켜 80년대의 메탈 팬들을 사로잡으면서 동시에 일반 청중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데프 레파드는 순수 영국 출신 메탈 밴드로서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다는 점에서 당시 활동했던 다른 밴드들과는 조금은 다른 정체성을 가진다. 데프 레파드는 NWOBHM(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밴드로, 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어 80년대 초 큰 인기를 끌었던 영국 헤비메탈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다. 70년대 펑크의 쇠퇴와 함께 찾아온 영국의 새로운 헤비메탈은 대공황 속의 남성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이었으며 따라서 처음에는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80년대에 MTV와 글램 메탈이 성행하며 일부 NWOBHM 밴드들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했고, 그 과정에서 급부상한 이들 중 하나가 바로 데프 레파드다. 록 팬들과 대중의 지지를 받는 밴드로서 영국 헤비메탈의 자존심을 지킨 데프 레파드는 아이언 메이든, 주다스 프리스트와 함께 로컬 장르로서 금세 사그라들 수 있었던 NWOBHM을 MTV와 메이저 씬으로 진출시킨다.


  3집 'Pyromania'를 발표한 이듬해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드러머 릭 앨런을 다른 드러머로 대체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 나가기로 한 데프 레파드는 2년 뒤인 1986년, 릭 앨런의 특수 드럼셋과 함께 라이브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리고 1987년, 'Pyromania' 이후 4년이라는 공백 끝에 전설의 앨범이 될 'Hysteria'를 발표한다. 빌보드와 영국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한 컴백을 알린 밴드는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차트에서 1위, 스웨덴과 스위스에서 2위, 네덜란드와 독일, 일본에서도 10위권에 오르며 그야말로 세계적인 공전의 히트를 친다. 'Animal'은 'Hysteria'에 수록된 쟁쟁한 싱글 트랙들 가운데 하나로, 매우 직선적인 리듬과 팝적인 리프, 그리고 사랑을 욕망하는 남자의 마음을 '짐승'에 비유한 가사가 특징적인 곡이다. 화려한 솔로나 빠른 리듬을 내세우는 트랙은 아니지만 청량한 여름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메탈 사운드가 즐겁게 귀를 자극하며, 그 위로 조 엘리엇의 탄탄하고 육감적인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데프 레파드만의 글램 메탈 사운드가 완성된다.




13. Europe - Girl from Lebanon [Prisoners in Paradise]


https://youtu.be/PRTsjiZ8Oqk


"And the night has just begun.

Another dawn is yet to come.

Carry on, my little one.

Girl from Lebanon."


"밤은 이제 막 시작됐어.

다음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고.

힘을 내, 어린 친구.

레바논에서 온 소녀."


-


  록 음악 시장이 미국, 그리고 영국에 절대적으로 치중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글램 메탈 시대에도 그러한 경향은 여전히 압도적이었지만, 멋진 록 밴드가 전부 미국과 영국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캐나다의 러쉬와 닐 영, 아일랜드의 U2와 씬 리지, 호주의 AC/DC와 비 지스 등 이전 세대부터 세계 각지의 록 밴드들은 저마다의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미국과 영국의 록에 비견될 만한 음악적 성취를 이루어 냈고, 로컬 밴드의 위상을 넘어 해외로 그 활동 무대를 넓혀 나갔다. 1979년 스웨덴에서 결성되어 '아레나 록'이라고 불리는 퍼포먼스로서의 음악을 표방하며 글램 메탈의 한 축을 담당했던 유럽도 한 예다.


  스트라토바리우스, 나이트위시, 하노이 락스 등 전통적으로 걸출한 헤비메탈 밴드들을 꾸준히 배출해 낸 북유럽에서 탄생한 록스타 유럽은, 화려한 이미지와 웅장한 신스 사운드,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가사 등으로 팬층을 확보하며 80년대 글램 메탈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았다. 유럽은 1집과 2집까지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3집 'The Final Countdown'(1986)이 빌보드 200 차트에서 8위를 기록하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음악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빌보드 싱글 1위를 장식했던 동명의 히트곡 'The Final Countdown'은 지금까지도 밴드를 대표하는 트랙으로서 여러 대중매체에서 테마곡으로 끊임없이 활용되고 있다. 유럽은 'The Final Countdown'의 성공 이후 'Superstitious'가 수록된 앨범 'Out of This World'(1988)와 'Prisoners in Paradise'(1991)를 발표하며 인기가 정점에 달했던 80년대 중후반의 글램 메탈을 이끌었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며 시작된 시애틀 그런지 록의 돌풍에 주춤하며 1992년 투어를 마지막으로 휴식기를 갖게 된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휴식기를 가진 밴드는 2003년 재결성되어 13년만에 6집 'Start from the Dark'(2004)를 발표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재결성 이후의 유럽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밴드는 아니었지만, 완전히 새로워진 음악 시장에서 그들은 80년대를 대표하는 메탈 밴드로서의 품격을 지키며 음악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Prisoners in Paradise'의 수록곡 'Girl from Lebanon'은 사실상 유럽의 마지막 전성기에 해당하는 트랙이라 할 수 있다. 조이 템페스트가 실제로 내전 중이던 레바논의 한 소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곡한 'Girl from Lebanon'은 유럽 출신 밴드로서의 캐릭터 있는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으며, 밴드 특유의 다이나믹한 음악적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가령 비장한 분위기의 인트로 기타 파트가 끝나고 뒤이어 등장하는 파워풀한 리프가 헤비메탈의 거친 면모를 보여 준다면, 후렴구에 이르러서는 팝 메탈의 색채가 조금 더 짙어진다. 멜로디가 뚜렷이 드러나면서도 풀 피킹 속주와 화려한 비브라토가 강조되는 존 노럼의 기타 솔로도 희망적인 곡의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Carry on'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전달한다.




14. Warrant - Cherry Pie [Cherry Pie]


https://www.youtube.com/watch?v=OjyZKfdwlng


"Swingin' in the living room, swingin' in the kitchen.

Most folks don't 'cause they're too busy bitchin'.

Swingin' in there 'cause she wanted me to feed her,

So I mixed up the batter and she licked the beater."


"거실에서도 그 짓거리, 주방에서도 그 짓거리.

대부분 이 짓을 하지는 않지, 그들은 불평하기 바쁘니까.

거기에서 또 그 짓거리를 해. 그녀가 자기를 먹여 달라고 했거든.

그래서 나는 반죽을 섞었고 그녀는 주걱을 핥았지."


-


  글램 메탈의 근원지를 명확히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70년대 말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 각지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메탈 밴드들이 비슷한 시기에 팝 메탈, 헤어 메탈 등으로 불리는 대중적인 메탈 음반들을 쏟아 내며 서로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비주얼적인 면모를 내세우며 상업성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상호 간 경쟁하면서 장르의 발전을 이루어 냈고, 그 결과 글램 메탈은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램 메탈이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확고한 중심지가 되었던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당시 미국의 글램 메탈은 70년대 말부터 10년이 넘도록 절정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 사이 수많은 록스타가 탄생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너바나를 중심으로 한 그런지 록의 돌풍으로 인해 글램 메탈의 인기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결국 스키드 로우, 미스터 빅 등 마지막 스타들을 남기고 역사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즉, 글램 메탈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미국’이라는 배경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1984년 LA에서 결성되어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워런트도 글램 메탈 시대의 마지막 스타 중 하나다. 데뷔 앨범 'Dirty Rotten Filthy Stinking Rich'(1989)의 싱글 'Heaven'을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올려놓으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워런트는 이듬해 'Cherry Pie'(1990)로 빌보드 200 차트 7위를, 'Dog Eat Dog'(1992)으로 25위를 기록하며 후기 글램 메탈의 상징적인 아티스트로 부상한다. 그러나 워런트도 그런지 록의 열풍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95년 앨범 'Ultraphobic'부터 이렇다 할 임팩트를 보여 주지 못한 워런트는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메인스트림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서 한때 반짝 유행했던 메탈 밴드로 전락한다.


  그러나 워런트가 보여 주었던 아메리칸 글램 메탈은 당시의 대중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대단히 상징적인 음악이다. 2집 'Cherry Pie'에 수록된 동명의 트랙 'Cherry Pie'는 MTV를 강타한 히트 넘버 중 하나로, 간결하고 신나는 음악과 젊고 예쁜 여성을 앞세운 뮤직비디오, 그리고 무엇보다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가사의 내용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Swing'이라는 단어의 다의성을 활용한 성적인 행위의 암시와 'She's my cherry pie'라는 캐치한 후렴구, 그리고 비유적이고 쾌락주의적인 가사가 톡톡 튀는 색감의 비주얼 아트와 결합되면서 ‘Cherry Pie'는 MTV 시대의 대표작으로 남게 된다.




15. Mr. Big -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 (The Electric Drill Song) [Lean into It]


https://youtu.be/46BCpSJKIjw


"Everything you're looking for,

You can find in me.

I'll be anything you want,

Anyone you need.

I'll be your daddy, your brother, your lover

And your little boy."


"네가 찾는 모든 것들은

다 나한테 있어.

네가 무엇을 원하든, 누구를 원하든

내가 되어 줄게.

내가 너의 아빠가, 오빠가, 애인이,

그리고 아이가 되어 줄게."


-


  1988년, 쟁쟁한 실력자들이 모여 결성한 LA 출신의 슈퍼 밴드 미스터 빅은 에릭 마틴, 폴 길버트, 빌리 시언, 그리고 팻 토피의 탄탄한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는 아메리칸 글램 메탈의 마지막 주자이다. 미스터 빅은 천재적인 록 기타리스트 폴 길버트를 중심으로 데뷔 앨범 'Mr. Big'(1989)을 발표하며 얼마간의 성공을 거둔 후 2집 'Lean into It'(1991) 발매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메인스트림에 합류하게 되는데, 특히 싱글 'To Be with You'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자리를 3주 간 지켜 내고 이외 11개 국가의 싱글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인 히트작이 된다. 앨범 자체도 빌보드 200 차트 15위를 기록하며 화려한 성과를 올린 미스터 빅은 3집 'Bump Ahead'(1993) 시기까지 글램 메탈 밴드로서의 색채를 굳히며 마지막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4집 'Hey Man'(1996)부터 밴드는 헤비메탈 그룹으로서의 색채를 잃어 가기 시작했고, 폴 길버트는 음악적 불화로 팀을 떠나기에 이른다. 이 시기부터 미스터 빅은 포이즌의 기타리스트였던 리치 코젠과 함께 팝 밴드로 스타일을 바꾸어 활동하다가 2009년에 이르러서야 원년 멤버로 재결성한다. 메탈 팬들은 당시 미스터 빅의 변화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시류를 충실히 반영하고자 하는 그들의 선택에도 분명히 합리적인 면모가 존재한다. 그러나 리치 코젠 합류 이후 밴드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점과, 그 이전까지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그들이 보여 준 메탈 밴드로서의 퍼포먼스가 너무나도 뛰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스터 빅의 음악적 변화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 (The Electric Drill Song)'은 밴드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90년대 초반의 대표작 'Lean into It'의 수록곡으로, 빠른 템포의 전형적인 팝 메탈 트랙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The Drill Song'으로도 잘 알려진 이 곡은, 화려한 메이저 스케일의 기타 솔로 뒤에 이어지는 폴 길버트와 빌리 시언의 전자 드릴을 이용한 연주가 특징적이며 에릭 마틴의 날카로운 보컬이 부각되는 하이 노트 샤우팅이 곡의 텐션을 한껏 끌어올린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되어 주겠다는 직설적인 사랑 고백 속에 90년대의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사랑관이 담겨 있는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는 시대의 사랑을 받는 곡이 어떠한 메시지를 함의해야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여름이 끝나 가는 지금, 뜨거웠던 태양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글램 메탈의 화려했던 한 시기를 함께 지나 온 느낌이 든다. 80년대, 대중음악의 홍수 속에서 등장하여 멋지게 한 시대를 장식한 글램 메탈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록 음악의 저항성과 공격성을 잃고 역사 속으로 후퇴했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향수에 젖고는 한다. 이제는 대중으로부터 '올드한' 음악 취급을 받으며 사실상 맥이 끊긴 글램 메탈이지만 한여름의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오늘만큼은 반 헤일런의 'Ain't Talkin' Bout Love'부터 미스터 빅의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에 이르기까지 15곡의 글램 메탈 트랙들을 플레이하며 여름날의 남은 열기를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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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ground Image : <Ready an' Willing>. Whitesnake.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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