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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an 31. 2021

우리술과 함께하는 희망찬 2021년
_전통주갤러리

청년 전통주 큐레이터의 우리 술 이야기


우뚝 쏟은 빌딩들이 숲을 이루는, 도시의 활기참이 가득한 강남.

그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점점 도시의 소음이 줄고, 짹짹 새들의 지저귐만이 들리는 한적한 골목이 나온다.

이 길이 맞나? 싶은 골목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전통주 놀이터', "전통주 갤러리"가 나온다.




전통주 갤러리?


 전통주 갤러리는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자 농림축산 식품부와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가 운영하는 전통주 전시 및 체험공간이다. 

 양조인 초청 시음회, 주식 연구회 등과 같은 프로그램, 전통주 일러스트 전시회, 술과 잔 기획전 등 전통주와 관련된 주제로 진행되는 다양한 전시회, 상설 시음 프로그램,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주 상설 전시: 우리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전통주를 상시 전시                
– 농림축산 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의 전통주
–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
–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찾아가는 양조장 제품
– 술품질인증제품

전통주 상설 시음체험 프로그램                
– 매달 새로운 주제로 ‘이달의 시음주’를 선정하여 시음체험 프로그램 진행
– 외국인 대상의 별도 프로그램 운영 (영어/일본어/중국어)
– 네이버 ‘전통주 갤러리’ 예약 (시간대별 프로그램 운영)

전통주 갤러리 샵                
– 전국의 품질 높은 다양한 전통주 판매

전통주 컨설팅/비즈니스 센터                
– 전통주 제조·유통업체, 외식업, 전통주 교육 및 행사 등 다양한 전통주 관련 비즈니스 자문 진행

전통주 관련 홍보 콘텐츠 제작 지원                
– 국내외 방송·언론매체에 전통주 관련 정보, 촬영과 취재 편의를 제공


[자료 출처: 더술닷컴]


네이버 예약으로 상설시음회 및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하다.



다양한 전통주를 마치 작품을 전시해놓은 듯 진열해놓았다. 전시회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021년 1월 19일부터 3월 31일까지 '술과 잔 기획전'이 진행된다. 구매도 가능하다.



전통주 구매도 가능하다.





전통주갤러리 프로그램 중 애주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바로 상설시음회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인해 상설시음회는 잠정 중단 상태이다.


상설 시음회가 중단된 대신, 일정 인원으로 진행되는 서포터즈 대상 시음회가 진행되고 있다.

운 좋게도 서포터즈 자격으로 1월 시음주 시음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1월 시음주의 테마는 "새해 덕담 나누기 좋은 술"이다. 

근심 걱정 가득했던 2020년과는 다르게 2021년은 희망찬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마시기 좋은 술 10종이 시음주로 선정되었다.


탁주 : 희양산막걸리 / 담은 / 맑은내일 발효막걸리 / 문희 '햇찹쌀 수제 전통주'
약주 : 삼양춘 청 / 복단지 / 만세보령주
과실주 : 여포의 꿈
리큐르 : 담솔 / 오매락 퍽


1차 시음은 서포터즈 네 명이 참여했고,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다.







탁주


1. 희양산막걸리 9도


 언제나 나의 최애 막걸리 희양산!! 역시나 맛있었다. 

 신선하고 구수한 쌀 내음과 고소한 견과류 향이 가득해서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한 주걱 입 안에 머금은 듯한 맛이 느껴진다. 

 자칫하면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조합의 향미이지만, 적당한 산미가 뒷받침해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쭉쭉 들어간다. 

 술이 술을 부르는 막걸리이다. (과음 조심!) 


 희양산 막걸리는 문경 희양산 자락에서 유기농 우렁이쌀과 우리밀 누룩으로 만드는 무첨가 막걸리이다.

 매번 눈길을 사로잡는 라벨 디자인은 '희양산 공동체'에 속해있는 '전미화'작가님의 작품이다.

 '으랏차차!' 힘차게 발돋움을 하고 있는 라벨 속 농부의 외침은, 함께 힘을 내 코로나를 극복하고, 밝고 희망찬 한 해를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에 좋을 듯하다.



+ 새해를 맞아 새로운 라벨이 나왔다.

라벨에는 희양산 공동체가 줄지어 산을 오르는듯한 모습과 새, 그리고 나무(?)와 손을 잡고 즐거워하는 호랑이의 모습이 들어가 있고, 글귀가 적혀있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희양산을 오릅니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산신께 소박한 제를 지냅니다. 모두의 건강과 각 가정의 행복을 빌며, 코로나가 빨리 물러 나길 간절히 기도 했지요.
여러분도 올 한 해 건강+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출처: 두 술도가 인스타그램 (dsdg2329)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하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시기 좋은 술, 희양산 막걸리이다.



2. 담은


 하얀 구름과 같은 뽀얀 빛깔, 퐁신퐁신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질감, 구름을 닮은 담은막걸리이다.

 사실 담은은 전부터 달달한 막걸리가 당기는 날이면 즐겨마시곤 했다. 

 평소에 마실 땐 바디감은 묵직하지만 싱그러운 과실 향이 나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시음회에서는 좀 더 묵직하고, 과실 향보다는 쌀 향과 견과류 향, 그리고 엿류의 향과 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담은 자체의 캐릭터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초보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부드럽고 달달한, 한번 머금으면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 좋은 막걸리임에는 변함이 없다.


 '담은'은 1932년 설립되어 4대에 걸쳐 전승되고 있는 포천의 '포천일동막걸리'에서 빚어지고 있다.  

 '하얀 구름은 어떤 맛일까?' 하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된 담은 막걸리는 경기도 포천의 최고급 쌀을 주원료로 사용하였으며 전통누룩에서 뽑아낸 우수한 균주를 사용하여 생쌀발효법으로 빚은 술이다.


 담은(覃恩)은 사랑, 은혜(恩)를 널리 베풀다(覃)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2020 새해는 담은과 함께 서로서로 사랑과 은혜를 베푸는 아름다운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3. 맑은내일 발효막걸리


 파스스~ 따르기 전부터 경쾌한 탄산감이 느껴진다. 묵직한 바디감과 더불어 풍부한 탄삼감을 가지고 있어 무겁지 않게 느껴진다. 산미가 치고 올라오지만 그만큼의 당도가 있어서 과하지 않게 느껴지고, 마치 요구르트와 같은 새콤달콤함을 가지고 있다. 

 입자감이 거칠게 느껴져 머금었을 때 꼭꼭 씹어보면 마치 거칠게 갈아낸 묽은 죽을 먹는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꼭꼭 씹어마시며 좀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으므로 마이너스 요소가 아닌 플러스 요소로 느껴진다.

 탄산감과 새콤달콤함 때문에 복순도가손막걸리가 살짝 연상된다.


 맑은 내일 발효막걸리는 경남 창녕의 '우포의 아침'에서 국내산 쌀 100%를 발효시켜서 정성껏 빚은 프리미엄 막걸리다. 우포의 아침은 1945년 창원 사화정미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쌀을 이용하여 술을 빚다가 2003년 '예주가'라는 양조장을 열었고, '창원쌀막걸리'로 시작하여 지금의 양조장을 세우게 되었다.

 맑은 내일 발효막걸리는 전통누룩의 함량이 높아 더욱 부드럽고 깊은 향이 나고 유산균이 빚어내는 오묘한 산미와 단맛을 지녔다.


 마스크 너머의, 서로의 미소 띤 얼굴을 볼 수 있는 '맑은 내일'을 기원하며 마시기에 좋은 막걸리이다. 



4. 문희 '햇찹쌀 수제 전통주'


 따를 때부터 남다른 밀도감, 마치 숭늉을 연상시키는 짙은 빛깔, 그리고 다채로운 향과 맛의 향연. 

깊이가 남다른 탁주, '문희'이다. 

 짙은 바디감과 밀도감을 가지고 있어 한입 머금는 순간 입안이 진~하게 코팅되는 느낌이 든다.

 찹쌀술 특유의 눅진한 단맛이 느껴지는데, 그와 더불어 상큼한 배, 참외, 그리고 커피향 등 다채로운 향이 어우러져 단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복합적인 풍미를 음미하며 숨겨져 있는 새로운 맛과 향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술이다.


 '문희'는 문경의 '문경주조'에서 빚어지고 있다.

 유기농 햇찹쌀과 전통누룩을 사용하여 삼양주 기법으로 90일에서 100일 동안 국가무형문화제 명인이 빚은 항아리에서 숙성된다. 물 양의 두배가 되는 쌀을 사용하여 찹쌀 본연의 우아한 단맛을 느낄 수 있고,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복합적인 풍미가 특징이다.

     

 '문희'라는 이름은 문경의 기쁨이라는 뜻과,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의 옛 이름,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영남지방의 산물과 사람이 오르내리던 중요한 길목이었다. 과거길에 나선 선비들이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어가면 죽죽 미끄러진다고 해서 지명에 ‘기쁜 소식을 듣는다(聞慶)’는 뜻이 담긴 이 고개를 넘어 한양으로 오르곤 했다고 전해진다.  

출처: 지식백과


 2021년 새해에는 서로의 기쁜 소식을 듣기를 기원하며 '문희'를 선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약주


1. 만세보령주


 우아한 산미가 인상적인 약주. 

 만세보령주의 테이스팅 노트를 찾아보면 달짝지근한 술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내가 마셔봤을 때에는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았고, 산미와 당도가 적절히 조화된 와중에 산미가 조금 더 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시트러스 계열의 싱그러운 산미가 올라오다가 은은한 곡물향과 약간의 쌉싸름함이 올라와 어우러지고,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당도가 많이 느껴지진 않지만 약간의 당도가 산미의 날카로움을 잡아주어 조화롭게 느껴졌다. 

 끝에 살짝 감칠맛이 있어서 한번 더, 또 한 번 더 마셔보고 싶은 술이었다.

 음식과 매칭 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2014년부터 보령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전통주 제조 전문교육을 받은 회원들이 뜻을 함께 하여 보령만의 전통주를 만들어 우리나라의 전통술 문화인 '가양주'를 알리고, '쌀 소비 증가와 지역 농특산품 홍보'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에 그치지 않고, 2016년 [영농조합법인 '보령전통주']를 설립. 다양한 연구 및 기술 개발로 "만세보령주"를 생산했다.

출처: 보령전통주 스마트스토어 소개글

만세보령주는 4개월 발효와 2개월 숙성을 통해 빚어진 술으로, 깊고 우아한 풍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품질을 인정받아 2019, 2020년 2년 연속 충남술 top10으로 선정되었다.



 만세보령주에는 대대손손 만수무강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2021년은 모두들 건강하고, '만세!!'를 부를 수 있는 날이 많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세보령주를 마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 삼양춘청(淸)


 반전 매력을 가진 약주!

 처음에는 달달한 과실 향과 곡물향이 나면서 묵직한 질감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데, 점점 산미와 씁쓸함이 올라와 어우러지다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처음 머금을 때에는 그냥 달달하고 바디감 있는 술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을 보란 듯이 깨 주는, 다채로운 맛과 향을 가진 매력적인 술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음주였다.

 큰 와인잔에 담아 향과 맛을 음미하며 다시 한번 마셔보고 싶은, 마치 화이트 와인과 같은 술이었다.


 송도향전통주조는 현대적 아파트형 공장에서 전통방식 그대로 삼양춘을 빚고 있다. 또한 지역 밀착형 양조장을 지향하기 때문에 다른 전통주 양조장들과는 달리 맑은 공기와 물을 찾아서 산골로 내려가기보다는 역 발상으로 고객과 좀 더 가까이 머물면서 전통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 있다  
 송도신도시에서 '송도향'이라는 이름으로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이름에는 송도에서 전통주의 향을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삼양춘(三釀春)은 세 번 빚어 맛과 향이 뛰어난 최고급 발효주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삼양춘은 '세 번 빚는다'라는 의미로서 삼양(三釀)을, '술은 겨울에 빚어 봄에 마셔야 맛있다'는 말에서 춘(春)을 취했다. 예로부터 세 번 빚는 최고급 발효주를 특별히 춘주(春酒)라 하였다 한다.

출처: 한국전통주백과


 사람들의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어있는 차디찬 겨울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겨울, 삼양춘을 음미하며

조금이나마 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3. 복단지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달달하고 진득~한 복분자주. 나는 그 복분자주 맛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런 나에게 '복단지'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진득하지 않고 깔끔한 질감에 은은한 복분자 향, 풍부한 아로마, 그리고 살짝 숨어있는 단맛! 

 지금까지 나는 속고 있었다. 이게 진짜 '복분자'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시음회에서 소믈리에님께서도 복분자는 원래 단맛이 없고, 이 술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단맛도 쌀의 단맛이라고 하셨다. 

 신선한 베리류를 한가득 머금은듯한 풍부한 아로마의 향연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와인잔에 마시면 그 매력이 배가 될 것 같은 술이다.


복단지는 '과하주'로 유명한 경기도 여주의 '술아원'에서 빚어지고 있는 술이다.
여주의 쌀과 국내산 복분자로 빚어지고 있어서 과실주가 아닌 약주로 분류된다.
당류를 첨가하지 않고, 복분자의 싱그러움과 쌀 본연의 단맛으로 맛을 냈다.
1540년대의 고문헌 '수운잡방'에 수록된 레시피를 복원해 빚은 술이라고 한다.


 '복단지'라는 이름에는 복을 담는다는 의미와, 복분자로 만든 술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새해에는 '복단지'에 고이고이 모아놨던 복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누는 건 어떨까?



과실주


1. 여포의 꿈


 "코로 한 번, 입으로 또 한 번 마시는 와인."

 소믈리에님께서는 여포의 꿈을 이렇게 표현하셨다.


 코르크를 개봉하고 따르기 전부터 달콤하고 싱그러운 향이 가득했다.

 잔에 따르자마자 난 향은 자두향, 살구향, 레몬향, 풀향 등 달달한 과일향과 더불어 싱그러운 풀잎 냄새가 났다.

 마치 아침 이슬이 맺혀있는 과수원에 있는 듯했다.

 마신 후 느껴지는 향미는 복숭아와 샤인머스켓이었다. 

 마치 과일 사탕을 먹는 듯이 입안을 달콤하고 매끄럽게 코팅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산미도 함께 느껴져 조화롭게 느껴졌다. 

 잔에 따라두고 얼마 뒤 마셔보았을 때는 산미가 좀 더 올라와 싱그러운 느낌이 더해졌다.


여포의 꿈 화이트는 일교차가 크고, 충분한 햇볕을 받아 과일 향이 특히 좋다고 유명한 충북 영동의 여포농장에서 재배하는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직접 재배한 청포도와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 등의 품종을 섞어 24시간 맛세레이션(침용) 후 저온 발효시켜 만들며 연한 살구 빛이 매력적으로 감도는 와인이다. 달콤함과 부드러운 산도의 아로마틱한 맛은 한국 화이트 와인의 매력을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출처: 한국전통주백과, 더술닷컴


 '여포의 꿈'이라는 이름에서 '여포'는 양조장 사장님의 별명이라고 한다. 여포의 꿈은 아름다운 한국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사장님의 꿈이 담겨있는 와인이다.


 벌써 1월 막바지가 되었다. 지금쯤이면 새해가 시작되면서 세웠던 다짐들이 흐릿해지는 시기이다.

 여포의 꿈을 마시며, 그 싱그러운 달콤함에 힘을 얻어 각자의 꿈을 위해 다시 힘을 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리큐르


1. 담솔


 조금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술을 마신 순간 정말 소나무 숲 한가운데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솔향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해서 황홀할 지경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솔향이 생각날 정도이다.

 도수가 높아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데, 꿀을 첨가해서 부드럽게 느껴졌고, 꿀의 은은한 단맛과 솔향이 매우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담솔은 함양 개평마을에서 500년의 정통을 이어와 현재는 전통식품 제 27호 박흥선 명인이 이어가는 '명가원'에서 빚어지는 술으로, 국내산 쌀과 솔잎, 송순으로 빚어낸 명가원의 대표 술 솔종주를 정성스럽게 증류해 2년간 저온에서 숙성시킨 고급 전통주이다. 꿀을 첨가하여 부드러운 끝 맛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하동정씨 집안의 제사상과 경조사 때 사용하기 위하여 가장 품질 좋은 재료로만 술을 빚어왔던 노하우가 박흥선 명인에게 전해져 지금의 제조장 명가원을 이끌고 있다.
 담솔은 지리산 자락의 솔잎과 송순을 주 재료로 하여 술을 빚고 있다. 소나무의 솔잎과 송순은 나무에 달린 산삼이라고도 할 정도로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주종은 리큐르 이지만 이런 솔잎과 송순으로 빚어 만든 술 때문인지, 명가원의 술을 어원 그대로의 '약주'로 지칭하여 마시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출처: 한국전통주백과


 담솔의 주원료 솔잎과 송순이 자라는 '소나무'는 우직함을 상징한다.

 삶이라는 것은 항상 평탄하지만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온갖 시련들이 닥쳐온다. 그런 시련들에 흔들리지 않고, 소나무처럼 2021년도 우직하게 뻗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성장해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담솔과 함께 소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가진 2021년이 되기를 바란다.



2. 오매락 퍽



출처: the edit, M 이혜민님 포스팅

 전통주에 관심이 있다면, 마셔보지는 않았어도 다들 알고는 있는 그 술! '오매락 퍽'이다.

 특이한 외관과 퍼포먼스를 보면 이 술은 잊을래도 잊을 수가 없다.

 체험 마케팅의 성공사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오매락 퍽을 구입하면 나무망치도 같이 주는데, 나무망치로 겉에 토기를 깨고 그 안에 있는 오매락을 마시면 된다.

 퍽! 깨는 행위는 나쁜 기운을 깨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개업식과 같은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자리에 많이 쓰이는 술이라고 한다.


 오매락에서 '오매'는 구운 매실을, '락'은 소주의 옛말인 '아락'을, 그리고 '퍽'은 퍽 깨는 것을 의미란다.

 그래서 오매락에서는 향긋한 매실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마시기 전에는 달달한 매실주 연상시킨다.

 도수가 있다 보니 매실주보다는 좀 더 날카롭게 느껴지는데, 배를 증류한 원액을 사용하여 시원한 수분감이 느껴지고, 알코올이 중화되어 도수보다는 낮게 느껴진다.

 풍부한 매실향을 더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언더락으로 마시거나 토닉워터를 섞어 마셔도 좋을 듯하고, 그러면 알코올 부담 없이 누구나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세리머니주'에 걸맞게 대중성이 있는 술이다.


 '오매락 퍽'은 '느린마을막걸리'로 유명한 경기도 포천의 '배상면주가'에서 빚어지고 있는 술이다.
 배를 증류한 원액과 주독을 치유한다는 구운 매실로 빚어 부드러운 맛과 매실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입안을 채우는 술이다. 2015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리큐르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2016년 몽드셀렉션 금상, 샌프란시스코 주류품평회 2개 부문 수상(패키지 디자인, 맛)하는 영예를 안았다.
 '퍽토기'라 이름 붙인 토기는 술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과학적 숙성 저장고이다. 좋은 술을 도자기병에 이중 보관하듯이 최고의 맛과 품질을 위해 적당한 산소호흡을 통해 자연 숙성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퍽토기를 깬다는 것은 알을 깨는 새처럼 파란(破卵)의 의미로 새로운 시작과 성장, 용기, 변화 등을 의미하며, 상대방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의미로 승진이나 제대를 축하하는 선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 

출처: 한국전통주백과


 2020년, 몹쓸 바이러스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쳤던 한 해였다.


 오매락 퍽을 시원하게 깨며 2020년의 나쁜 기운을 깨버리고, 축하할 일이 가득한 2021년을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



+ 우곡생주 (선물)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는 묵직한 질감

 서포터즈들에게 기념품으로 달력, 책자, 그리고 막걸리 두병이 주어졌다.

 하나는 이번에 시음해본 맑은내일막걸리이고, 또 하나는 우곡생주이다.


 우곡생주는 개인적으로 처음 맛보고 그 맛에 놀라 주기적으로 사 마시고 있는 막걸리이다.

 처음에 마셨을 때는 엄청난 묵직함에 놀랐다. 마치 화이트 초콜릿을 녹여 마시는 듯한 맛과, 바디감이었다.

 처음의 그 충격을 다시 받고 싶어 여러 번 사 마시고 있지만, 그 눅진한 맛은 사라지고 좀 더 산뜻해진 막걸리로 바뀌어있었다. 이번에 받은 막걸리는 잘 익은 바나나와 메론류의 과일향이 났고, 질감도 여느 막걸리와는 달랐지만, 예전의 그 맛과 달라진 듯했다. 

 여전히 맛있지만, 예전의 '화이트 초콜릿 막걸리'가 조금은 그립다.


 우곡생주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소믈리에로서 일했을 시절, 우곡생주 주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설명할까하는 설렘이 가득했고, 설명할 때에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신이 나서 한참을 떠들었던 기억이 있다.


 우곡생주를 만든 배혜정 대표님의 아버지 배상면 회장님은 항상 누룩 연구에 몰두하셔서 '또 누룩을 생각한다'는 '又麯(우곡)'이 호로 붙으실 정도였다. 그 배상면 회장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빚은 술이 '우곡주'였다. '우곡주'는 살균주였는데, 아버지의 술과 삶에 대한 이념을 계승하여 생주로 개발한 것이 '우곡생주'이다. 

 전통주에 대한 아버지와 딸의 열정이 담긴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못 느낄 때가 많다.

 특히 가족의 소중함은 많이들 잊고 살곤 한다.

 2021년 새해에는 가족과 함께 우곡생주를 마시며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 다시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서포터즈 활동 기념품





 

 사실 솔직히 말하면 한 번쯤 마셔본 술들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던 시음회였다.

 하지만 시음카드와 함께, 그리고 소믈리에님의 설명과 함께 마시다보다 전에 찾지 못했던 새로운 맛과 향을 찾기도 하고, 술 자체의 매력을 신중하게 음미하면서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마셔본 술도 다시 마셔보자!" 

앞으로 상설시음회가 개최된다면 꼬박꼬박 참여할 것이다.



 사실 요즘 전통주에 대한 열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전통주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 대한 열정도 줄어들고 있던 하루하루였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이 시음회에 서포터즈로서 참여하게 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시음회가 개최되지 못하니 시음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자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마음속 깊이 남아있던 열정의 불씨를 찾은 것 같고, 아직 불씨지만 앞으로 조금씩 다시 키워나가고자 한다.




+ 이 글의 시음평은 약간의 필자의 주관이 담겨있습니다.

각자의 입맛과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TO. 전통주갤러리 & 권나경 소믈리에님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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